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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인 작곡 '석굴암'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오가는 내내 내 입속에서 흘러 나왔다.

왜 언제 부터 내가 경주를 각별하게 생각해왔는지 모르겠다. 아무 연고도 없던 경주를.

아마도 그당시 거의 베스트셀러이던 이 책을 읽고서 부터였을까.

 

 

 

 

아니면 고적문화답사연구회 뭐 이런 곳에 가입까지 하며 비정기적으로나마 우리나라 문화 유산 답사까지 다니던 때였으니 그것이 먼저였을까.

훗날 다른데 마다하고 신혼여행도 경주로 가고 싶다고 한 사람은 바로 나였으니 ^ ^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1998년 이후로 처음 올해 연말에 부모님 모시고 아이 데리고 경주엘 다녀왔다.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나던 여행이었다. 비록 1월 1일 새벽 감포 앞 바다까지 달려가서 일출을 보고 싶던 시도는 성공 못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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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1-1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근사해요

hnine 2007-01-1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매기에게 새우깡 뿌려주고 있는 중이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구요 ^ ^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계신 중이시지요? 첫아이는 대개 그렇다더군요. 저는 예상보다 2주 일찍 나오는 바람에 좀 황당했지만요 ^ ^

해적오리 2007-01-1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포바다 가고 싶어요.. 넘 좋겠다..갑자기 바다가고 싶어졌어요..

hnine 2007-01-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난쟁이해적님, 가서 새우깡 던져주기도 꼭 해보세요~ ^ ^ (잼 나요.)
 

1. 글을 많이 써보고 싶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 배울수 있다고도 하는데,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나 자신을 더 다듬는 일환으로 글 쓰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그때 그때 감정의 발산용으로 쓰는 글보다, 써놓고 다시 들추어 다듬을 수 있는 글, 처음 쓰던 당시의 내 마음가짐을 되돌아볼수 있는 글들을 쓰고 싶다.

2.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단, 즐겁게 할수 있는 일, 그리고 보람을 느낄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이 가르치는 일인데, 다린이 또래의 어린 아이들도 좋겠고, 뭐 꼭 아닐수도 있겠다.

3. 동화를 많이 읽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동화는 나의 아이를 위한 책이라는 전제 하에서 읽을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우연히 동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동화를 읽다가 받는 감동은 가끔은 무슨 깨달음을 얻는 듯한 기분일 때가 있음을 알고 부터이다. 진리는 단순한데 있다고 하지 않는가.

--- 이 모든 행위의 목적은 한가지. 나라는 인간을 좀더 잘 다스리고 싶음이다. 이리 저리 흔들리지 않고, 큰 나무 같고 큰 바위 같은.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은 눈물을 적게 흘린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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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2-1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를 읽으면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좋지만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는 즐거움도 커요.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좋구~~~ 저도 즐겨 읽고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이루실 수 있을듯 ^*^

hnine 2006-12-1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감사합니다~ 꾸~벅 ^ ^

전호인 2006-12-1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소박한 꿈이시군요. 꼭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동화속에는 항상 어릴 적 나의 모습이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아요. ^*^

kleinsusun 2006-12-1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
아...정말......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한....어려운 일이죠.^^
세가지 목표 모~두 이루시길 바래요. 무엇보다...하면서 즐거우시길...^^

하늘바람 2006-12-1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해 보고 싶은일 저도 다 해보고 싶네요
글쓰기도 땀흘리는 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것도 모두다요

hnine 2006-12-17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꼭~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keinsusun님, 해보고 싶은 일이 세가지 정도라는 것도 제 자신에게 의외였어요. 하면서 즐겁지 않은일은 글쎄...이젠 그 아무리 대단한 일이라도 사양하고 싶어지는 나이인가봅니다.
하늘바람님, 글쓰기 이미 하고 계시잖아요 , 그것도 전문적으로 ^ ^
 
 전출처 : 로쟈 > 뉴욕 최고의 문학커플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도 있지만 날씨는 많이 누그러졌다. 바람도 가을티를 더 내는 바람이고. 가을이 오기 전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또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아무래도 더 바빠질 것이다(이제 이런 딴짓을 할 새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9월이면, 또 연례행사처럼 떠오르는 게 21세기의 화두처럼 돼 버린 9.11이다. 오늘 뉴스에서는 뉴욕경찰이 희생자들의 음성이 담긴 비상통화 테이프를 공개했다고 전한다:

"9.11 테러 5주년을 앞두고 뉴욕경찰 당국이 테러 당시 구조를 요청한 희생자들의 음성이 담긴 비상 통화테이프 1천6백여건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통화 테이프 공개는 희생자 유족들이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 공개를 요구하는 재판을 벌여 이뤄졌습니다. 공개된 내용에는 애절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구조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 생존자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구조대원들의 음성 등이 생생하게 담겨있었습니다."  

이 외상적(트라우마적) 사건에 대한 문학적 응전 혹은 애도가 문학전공자라면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출간된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민음사, 2006)은 주목할 만하다. 어제 한겨레에 실린 최재봉 기자의 리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 굳히게 됐는데, 흥미로운 건 그의 아내인 니콜 크라우스의 소설 또한 이번에 같이 출간됐다는 점. <사랑의 역사>(민음사, 2006)가 그것이다. 아마도 두 작가가 부부라는 걸 고려한 듯한데, '뉴욕 최고의 문학커플'이라고 하니까 관심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질투는 뭔가?). 좀 무거운 9.11 얘기는 가을에 하도록 하고, 좀 가벼운 커플 얘기에 초점을 맞춰서 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리뷰들을 따라가본다. 

중앙일보(06. 08. 19) 고독과 폭력으로 헝클어진 두 개의 '사랑 퍼즐'

-모처럼 소설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 나란히 출간됐다. 지은이들이 부부 사이란 것도 눈길을 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니콜 크라우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다. '분더킨트(wunderkind.신동)'라 불릴 정도다. 1977년생 남편 조너선이 2002년 발표한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LA타임스가 선정한 그 해 최고의 책이 됐고 '가디언 신인작가상'과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받았다(*그러니까 25살에 떴다는 얘기이다. 프린스턴대 재학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세 살 많은 아내 니콜이 2005년 발표한 <사랑의 역사>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다. 문학과 철학에 심취하던 명문대 재학 시절 만났고 죽어도 글을 쓰겠다는 야망도 같고 문단의 평가에서도 어느 한 쪽이 기울지 않으니 천생연분이지 싶다(*부부간에 상대방보다 더 잘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한 작품은 10대 소녀가, 다른 하나는 아홉살 소년이 이야기를 이끈다. 언어의 실험과 퍼즐식 짜맞추기에서 독자의 폭넓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두 소설은 각기 독창적이고 전혀 다른 이야기다. 부부가 발표 전까지 서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것을 먼저 읽든지 뒤의 것이 앞의 것을 거의 완전히 지워버릴 정도로 둘이 전혀 다르다. 그러면서도 다 읽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랑의 역사>는 '사랑한다'는 말이 의미를 상실한 시대에, 절절한 사랑을 담은 한 권의 책이 돌고 도는 구조다. 그 밑에 인간의 짙은 고독과 전쟁의 폭력이 깔려 있다. 작가를 꿈꾸는 폴란드계 유대인 레오는 첫사랑 소녀 알마를 찾고 있다. 레오가 알마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 원고는 나치의 학살이 시작되자 언론인 친구 즈비에게 넘어간다. 칠레로 망명한 즈비는 현지에서 만난 로사의 사랑을 얻기 위해 레오의 원고를 스페인어로 베껴 전한다. 알마라는 이름만 제외하고 모든 이름이 바뀐 소설은 다시 칠레를 여행하던 미국 청년 다비드의 손에 들어간다. 그는 연인 샬럿에게 이 소설을 선물하고 둘이 낳은 딸을 알마라고 이름 짓는다. 다비드를 암으로 잃은 뒤 일에만 매달리던 샬럿은 책을 영어로 번역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10대 소녀가 된 알마는 동생 버드와 함께 자기 이름과 같은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나선다. 한편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고 미국으로 탈출해 열쇠공이 된 레오. 그는 앞서 미국으로 이민온 첫사랑 알마(소녀 알마와는 동명이인)를 찾지만 알마는 레오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린다. 책도 연인도 자식도 잃어버린 레오. 그러나 그는 삶이 아름답고 영원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믿는다. 레오의 믿음은 엄마에게 새 연인을 찾아주려는 소녀 알마의 노력과 만나게 된다.

-이 극적인 만남의 이면에 작가 니콜의 기지와 작품의 활력이 숨어 있다. 소설을 정치적 비판이 아닌 일상의 드라마로 만든 힘은, 자신이 신이라 믿는 엉뚱한 소년 버드의 풀이에 있다. "레오 거스키이며 즈비 리트미노프이며 메레민스키이며 또한 모리츠인 그 사람"을 찾아 누나와 연결하는 버드의 '오해 속 지혜'가 소설을 푸는 열쇠다. 과연 인생은 무겁지만 지혜는 가볍고, 인간은 우울하지만 신은 즐겁다.

-남편 조너선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사진, 그림,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문체 등에서 아내의 작품보다 훨씬 실험적이다. 초반부에는 책장이 다소 느리게 넘어간다. 그러나 죽음과 상실의 공포, 그리고 사랑과 표현의 한계라는 주제는'사랑의 역사'와 동일하며, 막바지에 한 줄기 햇살처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도 비슷하다. 12살 소년 오스카는 9.11 테러로 죽은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열쇠를 발견한다. 열쇠가 담긴 봉투에는 '블랙'이라고 씌어 있다.

-오스카는 뉴욕에 사는 블랙이라는 이름을 가진 216명을 차례로 만난다. 이것이 그가 아버지를 애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을 겪은 뒤 죽음으로 인한 상실이 두려워 자식(오스카의 아버지)마저 외면한 할아버지 역시 죽은 아들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면서 용서를 빈다. 이들의 긴 애도는 마지막에 이르러 아주 엉뚱한데서 해결된다. 암으로 죽은 아버지의 유품인 열쇠를 찾던 블랙이라는 사람과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오스카가 만나면서 닫혔던 문이 열린다. 그런데 혹시 이 모든 '블랙씨 찾기'는 아빠를 잊은 것처럼 보이던 엄마가 창조한 플롯은 아닐까?

-열쇠 모티프, 세대 간의 대화, 복잡한 플롯을 해결하는 방식, 유대인이라는 가족사가 드러나는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두 작품은, 그리고 아내와 남편은 다르면서 닮았다. 라이벌이면서 천생연분은 가능할까? 부부가 똑같이 성공하고 싶은 우리 시대 연인들에게 두 소설은 다름과 닮음의 멋진 예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폭력의 어두움이 일상이 된 문명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권택영 교수/ 경희대 영어학부)

동아일보(06. 08. 19)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우리에게는 조숙하고 위악적이어서 매력적인 어린 화자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새의 선물>의 진희, <양철북>의 오스카,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 <자기 앞의 생>의 모모, 그리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 등장하는 크라우스 형제까지. 열 살을 채 넘지 않은 이 아이들은 그 어떤 어른들보다 성숙하게 삶의 모순을 바라보고 기록한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주인공, 오스카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홉 살 소년 오스카는 혼란의 역사 한가운데에 서서 그 어느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언어로 ‘지금-여기’의 삶을 말한다.

-이 책은 9.11 테러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그들에게 할애된 미래를 한꺼번에 앗아간 역사적 사건은 폭력에 의해 좌초될 수밖에 없는 인생의 근원적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 명의 화자의 육성이다.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할아버지, 죽은 언니를 잊지 못한 채 유령처럼 떠도는 남편을 지켜봐야만 했던 할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오스카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슬픔이 구체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소설 사이사이에 직접 찍은 사진이나 노트를 삽입한다. 마치 ‘거기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나 영상처럼, 작가는 기록된 모든 사유들을 그 자체로 보여 주고자 한다.

-이 책에서 일차적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삶의 비의(秘意)를 알아 버린 듯한 조숙한 아이의 위악이지만 결국 밑줄을 긋게 하는 부분들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상실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인생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다. 작가는 상실이란 인생의 비의가 아니라 본질이라고 말하며 그것을 횡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상상력임을 제안한다. 자꾸만 사라져 가는 언어의 질감, 밑줄을 긋던 손길마저 잠시 멈추게끔 하는 사유의 힘이 이 책을 관류하고 있다.

-작가의 부인 니콜 크라우스도 작가다. 크라우스의 작품 <사랑의 역사>도 이번에 함께 출간된다. 두 사람 모두 뉴욕 문단의 ‘분더킨트(신동)’로 통하며 독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국내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강유정 문학평론가)

 

한겨레(06. 08. 18) 9·11 그순간 잃어버린 말 ‘사랑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미국의 젊은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29)가 지난해 발표한 소설이다. 미국 문학계에서는 부인 니콜 크라우스(32)와 함께 ‘신동’으로 불린다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으로 포스트모던한 형식 실험을 적극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수십 장의 흑백사진, 한 페이지에 한 줄만 싣거나 아예 백지 상태로 비워 놓은 페이지들, 문틈으로 엿듣는 상태를 표현하느라 토막토막 끊어진 문장들, 이미 쓴 글 위에 몇 겹씩 겹쳐 써서 아예 까맣게 뭉개진 페이지, 그리고 오탈자를 골라 표시한 빨간 흔적과 글씨 연습을 한 총천연색 낙서장까지, 소설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들이 다양하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이라면 이런 기법상의 특징들보다는 이 소설이 9.11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는 사실에 더 큰 관심을 보일 법하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원로 작가 존 업다이크(74)가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해 화제와 논란을 함께 낳은 바 있다. 작가들이 최초의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 이 미증유의 사태를 상대로 한 문학적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겠다.

-소설은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홉 살 소년 '오스카 셸’이 이별과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아버지의 흔적을 좇는 과정을 추적한다. 죽은 아버지의 유품에서 찾아낸 수수께끼의 열쇠, 그 열쇠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블랙’이라는 성씨를 가진 이를 찾아 드넓은 뉴욕 시내를 순례하는 오스카의 여정은 얼핏 무모해 보이지만, 오스카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절박한 의미를 지닌다. “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아야(…)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더 이상 상상하지 않게 될 테니까”(356쪽)라는 것이 그의 변명인데, 테러에 대한 어린아이다운 공포는 소설 앞부분에서 이렇게 표현된다.

“일 년이 지났어도 나는 여전히 무슨 이유에서인지 샤워를 하기가 엄청나게 어려웠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은 더더욱 그랬다. 현수교, 세균, 비행기, 불꽃놀이, 지하철의 아랍인들(나는 인종주의자가 아닌데도),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등 공공장소의 아랍인들, 비계, 하수구, 지하철 격자창, 주인 없는 가방, 신발, 콧수염을 기른 사람들, 연기, 매듭, 높은 건물, 터번, 나를 공포에 빠뜨리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59쪽)

-그런데 오스카가 이토록 아버지의 흔적 찾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 사건이 있던 날, 그는 학교에서 일찍 귀가해 전화기에 남겨진 아버지의 네 개의 메시지를 듣는다. 비행기와 충돌한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있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음성이었다. 네 개의 메시지를 다 듣고 난 직후 아버지의 전화가 다시 걸려오는데, 어쩐 일인지 오스카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몸이 얼어붙은 것이다. 1분 27초 동안, 사람들의 비명과 울부짖음, 유리 깨지는 소리를 배경으로 아들을 찾는 아버지의 긴박한 목소리가 메아리쳤음에도 오스카는 전화를 받지 못했고, 결국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 전화 역시 끊긴다. 그는 이 사실은 물론 마지막 순간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 자체를 다른 가족, 특히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다.

-소설은 주인공 오스카와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 사람을 화자로 삼아 진행된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 그러니까 오스카의 아버지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할머니는 손자에게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서전 형식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1963년 5월 21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의 아이에게’라는 제목으로 쓰기 시작한 할아버지의 편지는 2차대전 당시 독일 드레스덴에서 겪은 폭격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고통스럽게 증언한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던 사랑하는 여자를 폭격으로 잃고 미국으로 건너와 그 여자의 동생과 결혼한 할아버지는 결국 아들의 탄생을 지켜보지 못하고 독일로 떠났다가 아들이 죽은 뒤에야 귀환한다. 자신의 상처를 아내와 나누려 하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선택은 할머니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고, 할머니는 소설 말미에서 손자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너에게 지금까지 전하려 했던 모든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란다, 오스카.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439쪽)

-결국 소설의 세 화자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반드시 했어야 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소통’의 결여라 할 수 있다. 오스카는 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그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한 마디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 이들 모두에게 두고두고 상처로 남았던 것. 오스카가 할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실어증인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손자를 향해 거듭해서 ‘미안하다’는 글씨만 써 보이는 소설 말미의 눈물겨운 장면, 그리고 이 두 사람이 각자의 아버지이자 아들이 되는 사람의 텅 빈 관을 파헤쳐 그 안에 할아버지가 40년 동안 할머니에게 보냈던 내용 없는 편지를 채워 넣는 상징적인 장면은 뒤늦은 사랑의 고백에 해당된다.

-할아버지 못지않게 드레스덴의 악몽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이런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무너진 천장이 우리 머리 위에서 전부 다시 만들어졌어. 불길은 폭탄 속으로 도로 들어갔고, 폭탄은 위로 올라가 비행기들의 몸통 속으로 도로 들어갔어. 비행기 프로펠러들은 거꾸로 돌았지. 드레스덴을 가로지르는 시계 초침처럼.”(428쪽) 사건과 시간을 되돌리는 할머니의 ‘마술’은 오스카에게도 전수된다. 소설의 결말부에서 오스카는 아버지에게서 ‘뉴욕의 잃어버린 여섯 번째 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장면으로 되돌아가며, “우리는 무사할 것이다”가 마지막 문장이 된다.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독특한 소설의 마무리는 15장의 사진이 담당한다. 9·11 당시 불 붙은 무역센터 건물 바깥으로 추락하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인데,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어 책장을 빠르게 넘겨 보면 남자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솟아올라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출판사 민음사는 이번에 포어의 부인 크라우스의 소설 <사랑의 역사>(한은경 옮김)도 함께 번역 출간했는데(*모처럼 성공적인 기획인 듯하다), 이 소설가 부부가 배우자에게 바친 헌사가 눈길을 끈다(*소설 안에 쓰지 않은 게 다행이다). 각자 상대방을 ‘내 아름다운 여신’과 ‘내 인생’이라 지칭하며 자신의 사랑을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듯한 형국이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06.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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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12-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랑의 역사'만 읽었는데 별로였어요. '엄청나게....'는 리뷰 평도 좋아 한번 볼까하고 생각중이랍니다. hnine님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

hnine 2006-12-0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그럼 저도 '사랑의 역사' 잠시 보류~ ^ ^
야클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워낙 '무쇠'라서 감기 걸려도 하루만 아픈 티 내면 다 나아버린답니다 ㅋㅋ
 

주요 사건들

1. 1월 19일 나의 새로운 일자리로 인해 온 식구 대전으로의 이사.

: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고, 한 번 부딪혀보자는 도전의식도 작용했다.

2. 3월 15일에 Patch 성공, 한달 반 만에 첫 결과 얻음.

3. 4월 16일

: 올 것이 왔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수습됨.

4. 6월 20일 사표

: 다섯 달 일하고 그 중 네달 반 정도 고민한 것 같다.

5. 우량주부 (불량주부가 아니라) 생활

: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6. 남편, 원하던 곳에 임용됨.

: 대전이 본거지로 자리 굳히게 되었다.

7. 모 연구소에 원서 제출, 세미나 실시

: 이것을 내 생애 마지막 apply로 선을 그음. 결과, 역시 우량주부는 나의 천직임을 수용 ^ ^.

 

소소한 일들

1. 하루의 시작을 땀흘릴 정도의 움직임으로 시작 : 대체로 잘 지켰다.

2. 2월 12일 종교생활 시도 : 순전히 내 나름대로의 종교 생활이다. 다른 종교에 대한 개방성도 여전하고, 어떠한 강제성도 두고 있지 않으니 어떻게 보자면 엉터리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아무튼.

3. 알라딘과 친해져서는 이런 사적인 기록도 거리낌없이 올리고 있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가족 나들이

1. 1월 15일 : 강원도 평창 눈꽃 축제

2. 3월 12일 : 전라도 곡성 섬진강 기차 마을

3. 4월 29, 30일 : 고성 공룡  EXPO, 거제도, 외도 여행

4. 8월 3, 4일 : 안면도

5. 12월 30, 31일 : 경주 (예정)

6. 그 외에, 계룡 자연사 박물관은 6-7번, 동학사, 마곡사, 공주 자연 미술 비엔날레 등.

    예년에 비해 여행을 많이 못갔다.

 

 



 --- 세실님으로부터의 타라. 이~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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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2-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일년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것 같아요....
참 알차게 열심히 살아내셨어요,박수 짝짝짝...
아이구 세실아,,나한테도 타라 좀 선물하면 안되겠니?

아영엄마 2006-12-0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렇게 적으신 것도 적게 다니신 거라니 다른 때는 더 많이 다니셨나 봐요. @@ (세실님께 타라 선물 받으셨군요. 이쁘요~) 흠흠... 나는 전업주부면서도 계속 불량주부 생활의 연속... -.-

hnine 2006-12-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정리하는 마당에 긍정적으로, 후하게 생각하자고 맘 먹고 쓴 페이퍼여요 ^ ^
아영엄마님, 아니 누가 아영엄마님보고 불량주부랍니까. 못써요~~ 그리말씀하시면 ^ ^ 최우량 주부님이시면서...

조선인 2006-12-0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의 걱정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나봐요. *^^*

싸이런스 2006-12-02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니 저도 한번 시간내서 올 한해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근데, 학교에 있으면 5월이 되야, 한해가 끝나는 느낌이 들어서, 결국 올 봄 있었던 일은 올해 말 안으로 통합되지 않는 이상한 시간의 상대성이 작동...
님께 큰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해네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면 우량주부 생활이 저의 꿈인데, 님께서 대신 실현하고 계시니 저는 맡은바 본분에 충실하겠습니다.^^
땀 흘릴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에 밑줄 그었습니다.
님은 분명 나누실 수 있는 분이라고 느껴지니, 시간이 흐르면 우량주부 플러스 의미있는 일도 주어지리라 소망합니다. 올 한해 애쓰셨어요.

hnine 2006-12-0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타라,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직접 코 앞에 놓고 보니, 쬐그만 것이, 꼭 쬐그만 아기들 보는 것처럼 예쁘고 사랑스럽더라구요. 잘 키워야 할텐데...
싸이런스님, 저의 글 보다 싸이런스 님의 댓글이 더 와 닿는군요. 터닝 포인트란 언제 어떻게 불쑥 튀어 나올지 몰라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그게 사는 재미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제 능력에는 우량주부 역할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네요 ^ ^ 감사합니다...

실비 2006-12-0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을 되돌아보니 많은 일들이 있으신거 같아요.. 타라 받는 행운의 님이 님이셧군요. 참 이쁘죠?^^

hnine 2006-12-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더 많을 줄 알았는데 7번까지 쓰고 나니까 더 이상 생각나는 것이 없더라구요 ^ ^ 타라도 허브에 속하는지요?

LovePhoto 2006-12-06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1년을 되돌아 보게 된다면, 저는 과연 무엇무엇으로 흰 종이를 채울 수 있을까요.....
-_-a

2006-12-07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6-12-0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그 유명한 학교엘? ^ ^ 학부형이 되실 생각에 벌써 엄마 맘도 설레시겠습니다. missing you~~
 

    책의 겉 표지부터 속 까지 그림은 모두 은행나무이다. 초록색, 노란색, 푸른색, 회색, 보라색의 은행나무...

    은행나무의 일생에 빗대어 생명의 나고 죽음, 그리고 그것의 의미를 엄마가 아이에게 나직하게 들려주는 얘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한번만 읽게 되지 않는 책. 자꾸 자꾸 손이 가는 동화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부르고 싶은... (가을산님께서 보내주신 책)

 

    표지 그림부터 웬지 사람을 끈다. 어릴 때 읽어본 적이 있으나 내용이 가물가물하던 차에 이 표지 그림을 보고서 구입한, 동화라고는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내가 보려고 산 책이다. 카이와 게르다의 아름다운 이야기.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뜨거운 눈물과 기도라고. 안데르센이 이 동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새삼 나를 심각하게 만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중의 하나. 눈의 여왕을 구입하면 같이 받아 볼수 있는 이벤트 덕분에 손에 들어왔다.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태어나 따돌림받고, 나중엔 엄마로부터 까지 외면 당하는 아기 오리의 이 얘기는 안데르센 자신의 자전적 동화라고 전해지고 있다. 같은 무리로 부터의 소외당하는 느낌만큼 우리를 슬프고 비참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한때 자신이 못생긴 아기 오리가 된 듯한 느낌을 가져본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만한, 아름다운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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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11-2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의 여왕은 보관함에 넣었어요. 조만간 주문할려구요. ^^

nemuko 2006-11-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의 여왕 샀어요. 그림 정말 멋지죠?^^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어린 시절엔 <눈의 여왕>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실은 저도 제가 읽으려고 숨겨뒀어요^^

hnine 2006-11-2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 해적님, 눈의 여왕 스토리가요, 아름다우면서도 서늘~해요. 한권 소장하고 싶은 책이지요.

nemuko님, 예. 이 책 막상 읽어주니 아이는 반응이 별로이고 제가 더 좋아한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