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ult in Our Stars (Hardcover)
Green, John / Penguin Group USA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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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소녀 헤이즐 그레이스.

열세살때 thyroid cancer와 폐로 전이된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thyroid with mets in my lungs, p.11)

바로 죽음을 준비해야할 단계였으나 병원에서 임상시험 중이던 신약을 시험 삼아 투약해본게 운좋게 잘 맞은 덕에 죽음의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기고 열여섯살 현재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소녀이다. 이후로 산소호흡보조기구를 늘 차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거의 집에만 머물며 책 혹은 컴퓨터 게임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depression은 암의 side effects 라며 (헤이즐 본인은 depression은 암이 아니라 죽음의 side effects라고 주장하지만) 딸의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염려하는 부모님의 권유와 성화로 억지로 암환자 모임에 참석한 날, 거기서 오거스트라는 한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오거스트는 골육종으로 다리 하나를 절단한 상태. 잘 생긴 외모, 특이한 표정, 담배를 피지 않으면서도 담배를 물고 있는 상징적 행동을 즐기는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헤이즐은 곧 그와 절친이 된다.

열세살에 이미 말기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의 이 삶은 그저 임시적이고 불안할 뿐,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므로 오늘 이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사는 헤이즐에게 오거스트는 새로운 활력이고 오랜만의 관계 맺음이다. 서로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 권해주기도 하면서 친해지던 중 헤이즐이 정말 정말 좋아해서 수십번 읽은 책이 있고 헤이즐에게는 그 책의 작가인 피터 반 휴튼으로부터 꼭 하고 싶은 질문과 듣고 싶은 답이 있음을 알게 된 오거스트는 헤이즐의 소원을 이루게 해주고 싶어서 그 작가가 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헤이즐과 함께 방문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비행기 여행은 무리라는 병원 측의 만류가 있었기 때문에 헤이즐의 엄마도 이 여행에 동행하긴 하지만 이해심 많은 엄마 덕에 헤이즐과 오거스트는 암스테르담에서 둘의 시간을 충분히 즐긴다. 정작 작가인 피터 반 휴튼에 대해서는 큰 실망과 절망을 안고 돌아오긴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그날'이 온다. 그리고 그날은 헤이즐보다 오거스트에게 먼저 온다. 오거스트가 마지막까지 힘들어하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세상을 떠나고, 헤이즐은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책의 21장 전체 (261-267쪽)가 오거스트가 죽은 후 헤이즐의 심정을 토로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그 고통의 정도에 대해 헤이즐이 말한 부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응급실에 실려가서 맨먼저 받는 질문은 고통의 정도를 숫자 영부터 십의 강도로 표현해보라는 것이다. 그것에 따라 어떤 약을 얼마나 급히 써야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아마 이 질문을 수백번 받아왔을 것이다. 한번은 가슴 통증으로 아예 숨을 못 쉴 정도였고 가슴에 불이 붙어 화염이 갈비뼈 속으로 파고 들어가 내 몸을 다 태워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고통의 정도에 대해 물었을때 나는 입을 벌려 말 할 수 조차 없어 손가락으로 아홉을 나타냈다.

약이 주어졌고, 나중에 간호사가 와서 혈압을 재며 말하기를, "네가 전투사 (a fighter) 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봤는지 아니? 네가 10 을 9 라고 부르더라 (10이라고 불러야 할 고통을 9라고 부르고 있더라 - 나의 덧붙임)."

사실 그게 아닌데. 나는 9라고 한게 맞다. 10은 아껴두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 끔찍한 10 을 겪고 있다. (263쪽)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사람을 잃었을때의 고통이 더 엄청나고 견디기 힘들다는 뜻이다.

오거스트는 pre-funeral 이라는 이름으로 자기가 죽기 전 의식이 살아있을때 미리 자기의 장례식을 하고 싶어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미리 장례식 하는 내용은 이 책에서 유명한 대목이다.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때 그렇게 무례하고 성의 없이 대하던 알콜중독 작가 피터에게 여덟살때 암으로 죽은 딸이 있었고 그 이후로 거의 제대로 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해온 것을 알게 된 헤이즐은 자기 부모도 자기가 죽은 다음에 그렇게 될까봐 걱정한다. 폐인이 되다시피 하여 오거스트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찾아온 작가 피터에게 지금이라도 새로운 작품을 시작해볼 것을 권하는 헤이즐. 그와 대조적으로 헤이즐의 엄마는 그동안 헤이즐 모르게 헤이즐과 같은 환자를 둔 가정을 위해 일하고 싶어 뒤늦게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다. 헤이즐 엄마로부터 감명을 받으며 읽기를 마칠 수 있던 것은 나도 부모이기 때문일까.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있고, <안녕 헤이즐>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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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2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인님께서 언급하신대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라는 번역본으로 읽었었는데 지금 여기서 나인님이 인용하신 구절을 보니 또 눈물이 핑도네요.
잘 읽었습니다, 나인님.

hnine 2020-03-13 08:41   좋아요 1 | URL
작가는 역시 작가구나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제가 번역은 제대로 해놓았는지 모르겠네요.
열세살에 죽음을 준비하란 선고를 받은 경험을 늘 마음 속에 담고 사는 사람의 심정을 그런 경험 없는 사람이 과연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도 마지막 몇 챕터를 읽으면서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죽음 앞에 의연한 사람은 없나봐요 나이와 상관없이.

제가 올린 리뷰에 다락방님께서도 읽으셨다는 댓글 달리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