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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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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뉴베리상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는 어떤 상이 있을까?
이 책이 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길래 문득 해본 생각이다.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이런 문학상 공모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얘기는 별개로 하더라도 수상작에는 나름대로 수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좀 더 세분하여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1. 주제
'분단문제'. 내가 초등학생이던 때만 해도 어린이 책으로 과연 나올 수 있었을까 묻게되는 주제이다. 이념과 사상이 달라도 남과 북, 우리는 여전히 같은 민족이라는 것, 그리고 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단지 외모가 비슷하다는 것과 달리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쓴 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한번 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 소재
남북분단을 주제로 한 어린이소설은 흔하지 않다. 특히 이 작품 속에는 북한 어린이가 직접 등장하는데 그 아이가 북한에서 온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긴장부터 하는 우리의 남한 어린이의 모습에서 어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활동화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많이 다루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게 쓰기란 어렵다. 다른 사람이 많이 다루지 않은 소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또 읽는 독자에게도 환영할만한 점 아닐까.  

3. 상상력
가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끄적거려있는 낙서를 보고 누가, 무슨 뜻으로 한 낙서일까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호기심은 거기서 끝. 이야기 거리가 되려면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 이 책에서 주인공 아이는 이사온 집 책상에 낙서처럼 쓰여 있는 어떤 문구를 보고 궁금증을 갖다가 그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보기로 작정한다. 아이의 궁금증은 읽는 독자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누가 한 낙서일까, 왜, 언제? 이 책에서 상상력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있는 중요한 기제 역할을 한다.

4. 캐릭터
봉주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남한 아이 봉주는 지극히 모범생다운, 바르게 자란 아이로 그려져 있고, 같은 반 친구인 디디에는 프랑스 아이로서 여유있고 자유스런 생각과 행동 방식을 가진 것으로 그려져 있으며, 북한에서 온 아이 토시는 어딘가 베일에 싸여있고 경쟁심이 강하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며 어둡게 그려져 있다. 각 인물간의 구별되는 캐릭터 설정은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선입관을 지나치게 견지한 캐릭터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공통분모 역시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이 책의 주제에 더 맞지 않았을까. 봉주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달려든 아이들 네명 모두 짙은 눈썹을 가진 아랍계 아이들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좀 유감스럽다.

5. 배경
작품의 배경을 프랑스로 한 것은 작가의 프랑스 체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뚜르'라는 곳을 택한 것은 제목에서 부터 눈길을 끌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말로 옮겨 놓았을때 '봉주, 뚜'라고 끝나는 글자도 맞아 떨어지고.
이야기 내용을 위해서도 이렇게 낯선 곳으로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했다면 아마 어쩌다 발견한 한글 낙서를 가지고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았을테니까. 

6. 플롯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결말을 다 예측할 수 있게 쓰여진 이야기는 일단 좋은 플롯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서, 독자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선뜻 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대로 성공적이라고 본다. 아이가 궁금증을 가지고 그것을 자기 힘으로 알아내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다만 책상의 그 낙서의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만 나타났을 뿐, 그 낙서의 의미, 왜 그런 낙서를 하게 되었는지, 토시 가족의 행방 등에 대해서는 마무리 짓지 않고 이야기를 끝낸 것이 아쉽다. 공원에서 만난 그 노숙자 아저씨가 혹시 토시의 아버지였을까? 그 의문에 답이 될만한 근거 역시 책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짧은 단편도 아닌데, 풀어 놓은 것은 결말은 제대로 지어야 했지 않을까.

7. 복선, 반전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굳이 반전 요소가 들어가 있는 곳을 말한다면 '토시'라는 아이가 일본인이 아니라 북한에서 온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대목 정도로 보겠다. 

8. 묘사
문학적으로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곳이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간접 표현 효과가 잘 되어 있는 부분은 몇 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토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왔다고 하자 주인공 아이는 '조선족'이라는 말로 알아듣고 토시가 조선족 아이구나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남한과 북한이 얼마나 가깝고도 먼 사이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표현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본문 내용은 아니지만 113쪽 삽화에서 일본 식당 주인 아줌마, 즉 토시의 엄마의 모습이 몸체만 그려져 있고 얼굴은 배경과 마찬가지로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토시와 더불어 그 가족의 뭔가 숨기는 것이 많은, 비밀스러움을 나타내는 묘사였다고 생각된다. 

문학동네 수상작으로 내가 그동안 읽어본 <책과 노니는 집>,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그리고 관심있는 어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는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만, 좀 더 나은 작품들이 나왔으면 바라는 마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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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로 찜해두어야겠어요.^^

hnine 2011-02-10 22:00   좋아요 0 | URL
출판서 공모전 수상작은 출판사가 알아서 광고를 많이 해주는 잇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인터넷 서점 여기저기서 많이 눈에 익어서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저자가 원래 희곡을 주로 쓰던 분이시라네요. 읽어볼만 합니다.
 
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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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springbuck)
: 아프리카에 사는 양의 이름으로, 이 양들은 풀을 먹기 위해 무리를 지어 초원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풀을 먹으려던 원래의 목적은 잊고 무작정 뛰기만 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도 스프링벅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지만 굳이 청소년이 아니어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다. 앞의 사람이 달리니 나도 달리고, 그러다가 앞사람이 넘어지면 나도 따라서 넘어지고. 왜 달렸는지 모르고 왜 넘어졌는지도 모른다.
'초정리 편지'로 알려진 작가 배유안의 청소년소설 스프링벅. 2008년에 나왔을 때부터 제목이 눈에 익었지만 미처 읽어보진 못하고 있었는데 청소년소설에 관심이 많고 글쓰기 좋아하는 한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읽어보게 되었다.
엄마에게 내가 두번째라는 것, 그게 내가 숨쉴 수 있는 실낱같은 빈틈이다. (17쪽)
이 책의 주인공 동준의 말이다. 그렇다. 첫째만큼 관심을 못받았다는 것이 둘째로 태어난 이들의 불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첫째들이 부러워하는 점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동준의 형 성준은 부모의 기대에 한치 어긋남이 없는 (어긋나서는 안되는),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들이다. 반면 동생인 동준은 중간 정도의 성적에, 부모님에게 감추면서라도 하고 싶은 연극을 하고 보는 성격. 일류 대학에 들어가 서울에서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줄 알았던 형이 어느 날 고층에서 떨어져 자살을 한다. 왜?
형의 죽음으로 집안은 순식간에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울분을 터뜨리는 아빠,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 지내는 엄마를 보며 동준은 탈출구로서 학교에서의 연극발표회 준비에 몰두한다.
형을 자신들의 자존심에 걸맞게 사육해왔던 엄마 아빠......마지막엔 극약 처방까지 한......(152쪽)
나중에 형의 자살 이유가 드러남에 따라 생각이 극단적으로 빠지는 동준. 그를 구제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극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를 이해해주는 학교 친구들이었다.
저자가 중고등학교 교사로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학교 생활이 잘 드러나 있다. 남녀 공학이기 때문에 남녀 학생들 사이가 건전하게 친구로 발전할 수 있고 학생들의 마음을 그나마 잘 이해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 다섯살때 엄마가 아빠와 헤어져 집을 나간 후 새엄마 밑에서 자라지만 새엄마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친엄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차츰 누그러뜨리게 되는 예슬이, 두분 모두 바쁘셔서 아침도 자기가 알아서 먹고 나온다는 민구는 제발 부모로부터 관심 좀 받아보는게 소원이라고 하고, 연극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매사에 엄마의 계획대로 조정하려는데에 반발이 극도에 다다른 창제는 가출을 한다. 다행이 가출한 장소에서 미래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는 행운을 잡았지만 모든 가출 학생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이런저런 고민들을 들을 때마다 선생님이 해주는 말은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 그러면 학생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들이 이렇게 애들 속을 썩인다는 걸 어른들은 알까요?" (195쪽)

그래,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다. 죽을 때까지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인간이니까.
아이든 어른이든, 이 세상 살기 힘든 것은 더하고 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친 일이 특히 누구에게만 더 일어난다기 보다 누구나 살다 보면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본다. 공부를 좀 더 많이 하면 편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돈을 더 많이 쥐고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게 살며 힘든 고비를 피해갈 수 있을까? 늘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생각하는 나인줄 알지만 최소한 이 물음에 대해서만은 그동안 보고 느낀대로 대답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고. 그걸 알고 나니 더 공부한 사람, 더 가진 사람을 그닥 부러워 하지 않게 되었노라고.
종종 되돌아볼 일이다. 나는 지금 앞에 뛰는 양을 따라 뛰어가느라고 내 옆의 풀을 뜯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생각들을 제공해주는 계기를 던져준 책이긴 했으나, 너무 쉽게 결론으로 치닫는 감이 후반부에 느껴졌고, 모범 답안 같은 결말이 아쉬웠다. 실제로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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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0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08년 이란 것을 감안해도 좀 많이 아쉬운 전개였죠? 그래도 나름 노력한 점은 확실했고, 꼼꼼하게 쓴 점은 높이 평가. 이 작가의 시선이 모범생같은 감은 아쉬워요. 그게 옳다해도 에둘렀으면 하는 바램.글도 문장력이나 다른 것들은 탄탄해서 다음 작품 기대합니다.

hnine 2011-02-01 15:56   좋아요 0 | URL
작가의 시선이 모범생 같다는 것은 저만 느낀게 아니었군요. 예상했던 것과 다른 흐름, 다른 결말일 때 독자로서는 확~ 끌리게 되던데, 바로 그 방향으로 제대로 가는 것이 좀 아쉬웠지요.

프레이야 2011-02-0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유안 작가의 작품이군요. 초정리편지보다는 아쉬운 점이 있나봐요?
설날 같은 명절이 갈수록 별로이니 나이들어가는 거 맞죠.^^
전 감기로 골골하는데요, 그래도 주방에 있어야되고..ㅠ
적당히 눈치 보며 할게요. 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요.^^

hnine 2011-02-01 20:53   좋아요 0 | URL
전 초정리편지도 아직 안 읽었어요. 한글창제에 관한 책이라는 것만 알뿐 ^^
다 낫지도 않은채 일을 하고 계시군요. 에구...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만, 살살 하세요 그럼.
저는 시험전 벼락치기 하듯이 내일 하루에 무리해서 후다닥 해버리려고 지금은 불안한 상태로 놀고 있어요 (이게 뭐하는 짓인지 ㅋㅋ).

stella.K 2011-02-0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졌어요.
h님은 왜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시나요? 특별한 이유라도?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추리문학 독서계에 있어서 물만두님이나 카스피님이 계시다면
청소년 문학은 h님이겠구나 하는.
그렇게 책도 어느 한 분야를 정복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저는 잡식성도 아니면서 한 분야도 파지 못하고 있네요.ㅠ

hnine 2011-02-04 11:35   좋아요 0 | URL
어제 집에 돌아오는데 도로가 어찌나 막히던지 밤 늦게 들어와 치우고 자느라 오늘 아침 늦잠을 잤네요.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청소년 세대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고요. 그냥 재미있으니 즐겨 읽는 것 뿐이지 일부러 그 분야 책들을 골라서 읽지는 않아요. 물만두님이나 카스피님 같은 분들과는 감히 비교도 안되지요. 민망하옵니다~ ^^
제 생각엔 골고루 읽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제 남편은 저보고 인문, 사회 계열 책 좀 읽으라고 은근히 잔소리 합니다. '황금가지', '슬픈 열대' 이런 책을 저 보란듯이 집에 가져와서 막 읽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뭐 끄떡도 안합니다만~ ㅋㅋ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 잃어버린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김환희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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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고서 전공 상관없이 누구나 배우게 되는 교양 과목들 중 특히 교양 국어 시간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고등학교까지 12년을 배워온 국어인데, 대학 국어 시간에 듣는 강의는 그 관점부터 다른데에 놀란 것이다. 우리 나라 민담이나 설화에 담긴 의미의 해석, 우리 나라의 대표 문학 작품이라는데 믿어 의심치 않던 작품에 대한 생전 처음 듣는 비판과 재해석, 한국 고전으로만 알던 이야기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신화, 원형, 집단 무의식 등등. 비록 우리가 네모난 밥통이라고 별명을 붙이며 툴툴거리던, 까다롭고 팍팍하고,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강사 선생님이셨지만 (지금은 국문과 교수님으로 재직하고 계신) 수업 시간의 그 열의는 나의 귀와 눈이 그분 얼굴로 집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표지도 예쁜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서 바로 그 국어시간이 떠올랐다. 콩쥐팥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심청전 등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옛이야기가 과연 이야기 그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후세에 어떤 계획된 의도와 목적때문에 변형되고 왜곡되었나), 백설공주, 신데렐라, 아기돼지 삼형제, 빨간 모자 등의 서양의 옛이야기 역시 어디서 유래했으며 우리가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원래의 그 서양 옛이야기가 맞는가, 아니라면 왜 아닌가.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면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1부는 우리 옛이야기, 2부는 서양 옛이야기,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중 몇 편을 골라 요약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데렐라와 닮은 꼴이 된 콩쥐팥쥐
원래 구전민담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콩쥐팥쥐의 결말은 지금 나와있는 콩쥐팥쥐 그림책에서 보여지는 것과 다르다. 어린이독자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콩쥐의 죽음과 재생을 그린 결혼 후일담이 생략되어 있기에 어린이 독자는 옛사람들이 들려주는 콩쥐의 변모를 알 길이 없다. 옛사람들 이야기에서 콩쥐는 티없이 순진하고 나약했지만 죽음과 재생을 거치면서 침착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바뀐다.
2.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들어있는 옛이야기 그림책의 딜레마
'해와 달'은 단순한 민담이 아니라 음양의 조화와 천지인의 조화를 추구하는 우리 옛사람들의 무교적 세계관을 읽을 수 있는 민간신화로서, 힘들고 암울한 삶을 버티어나간 우리 옛사람들의 아픔과 지혜가 담겨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만들어지면서 민속적, 신화적 가치를 무시하고 잔혹한 화소들을 무조건 잘라낸 예가 여기저기서 보여진다. 어느 그림책에는 호랑이를 그리면서 우리 옛 그림 속 호랑이 모습을 살렸으면 좋았을 것을 낯선 서구 미술 기법으로 그려진 호랑이의 모습이 우리 옛이야기와 맞물려 등장할 뿐 아니라 서구 설화의 영향으로 각색이 되어 있다.
3. 그림책에서 사라진 무조신 바리공주와 그 어머니의 얼굴
여러 판본과 지역본으로 남아 있는 바리공주 이야기는 그림책으로 만들어지면서 편집자의 철저한 분석과 해석 없이 마구잡이로 편집되어,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 원래의 이야기가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와 교훈이 남아있지 않은 어설픈 이야기로 변형되었다.
4. 선녀의 슬픔과 나무꾼의 천상 시련을 외면한 그림책
우리가 어릴 때 선녀와 나뭇군 얘기를 처음 들으며 어떤 생각을 가졌던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알게 되었다. 일제 강점으로 왜곡.편향된 이야기가 바로 내가 어릴 때 들었던 '나무꾼과 선녀'라는 것을. 원래 우리의 구전설화 본은 지금의 '나무꾼승쳔형' 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지금 그림책으로 나온 이야기에 보면 하나 같이'천상과 지상을 초월해 선녀와 나무꾼이 나누는 꿈결같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해석하여 편집되어 있다. 나무꾼을 마음씨 착한 인물로 단정 짓고 선녀가 결혼 생활에 행복을 느낀 것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선녀의 고통에는 무심하고, 나중에 아내와 자식들을 찾아 하늘나라로 올라간 나무꾼의 뒷이야기가 단축됨에 따라 거기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를 다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직 태어나지 못한 그림책'이라는 말로 그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5. 흥부가와 흥부전에 도깨비는 없다.
동생 흥부를 따라 박을 타자 거기서 금은 보화 대신에 쏟아져 나온 온갖 오물과 도깨비의 출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흥부이야기이다. 하지만 원래 우리 고전 흥부전에는 도깨비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능천낭, 상여꾼, 사당패, 장비 등이 나와서 놀부를 혼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이 모두 빠지고 도깨비가 등장하여 놀부를 혼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우리 나라 고유의 도깨비는 선, 악 어느 한편에 고정되어 있기 보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고, 무시무시한 존재라기 보다는 희극적인 요소가 들어있어 친근감 마저 들게 하는 도깨비인 것이다. 하지만 각색된 흥부전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악인을 두들겨 패기 위한 무서운 도깨비로서 우리 고유의 도깨비 속성을 단순하게 축소하고 우리 민중과의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교과서와 전래동화 책 때문에 일본의 도깨비 '오니'가 대신 들어갔기 때문이다.
6.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심청전 그림책
오늘 날 초등학교 교과서의 심청전은 비판과 반론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 나라 옛이야기 속의 심청전의 결말은, 죽음과 물의 세계를 체험하고 바다의 연꽃에 실려 세상으로 돌아와, 어둠 속을 헤매는 많은 사람에게 빛을 가져다준 신성한 치유자이자 구원자로서 심청의 상을 그리고 있어서, 심청의 죽음과 부활이 심청전을 단순한 고전 소설 차원에서 벗어나 풍어를 기원하고 실명을 치유하는 심청굿으로 나아가게 하였건만, 이러한 세계관과 미학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비판의 논제로만 남은 것은 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지.
7.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 떠난 예술 여행, 까막 나라에서 온 삽사리
정 승각 글, 그림의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는 저자가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외국 정서에 물들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정서를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저자가 우리 옛이야기와 옛 그림에서 소재, 모티프, 기법을 따와 재창조한 이야기라고 한다. 저자가 하필 '삽사리'를 등장 시킨 이유는 일제 강점 시대에, 일본 개를 닮은 진돗개를 조선을 대표하는 개로 선정하고 진돗개와 닮지 않은 조선의 토종개들 (삽사리를 포함하여)을 대대적으로 도살하여 일본 군인들의 방한복 재료로 쓰기 위해 반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고구려 고분 벽화, 고려 불화, 조선 민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것을 일일이 대조, 비교하여 보여주어 이 책이 지닌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 그림책 분야에 정 승각과 같은 독행자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런 독행자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날 수록 우리는 우리의 잃어버린 얼굴을 조금씩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8. 디즈니에 의해 일그러진 안데르센, 그리고 서양의 옛 이야기
서양의 옛이야기편에 계속 반복되면서 나오는 얘기는 디즈니 만화에 의해 서양의 옛이야기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하는 것이다. 그 영향은 꼭 서양의 어린이들에게만 해당될까?

취학 전부터 영어 녹음테이프로 서양 요정담을 듣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동화'하면 서양의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요즈음 부모들은 아이들이 영어 문장을 저절로 외울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들려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서도 서양 요정담은 유년기의 추억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기 쉽다. 하지만 영어 교재 반복학습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키워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이들의 정서와 사고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210쪽)

하얀 피부의 백설 공주, 검은 망토를 두른 계모 왕비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디즈니 만화의 백설공주 속에 담겨 있는 백인 우월 주의는 그림형제 본의 백설 공주에는 볼 수 없었던 것.  일곱 난장이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동안 집에 남아 열심히 쓸고 닦고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는 백설 공주가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
인어 공주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영혼 불멸의 꿈 대신,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할 능력이 없어서 동물들과 능력있는 남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유약한 여성으로 그려져 있는 디즈니 만화 <인어공주>.
비록 더 오래 전의 민담을 기초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림 형제가 만든 <빨간 모자>의 결말은 잔혹하다. 이것이 프랑스의 귀족 작가 뻬로에 의해 변형이 되었고, 요즘 나와 있는 <빨간 모자>는 이것 저것 뒤섞인 가운데 누구의 원작을 기초로 했는지조차 제대로 표기 안 한 책들도 있다. 낯선 존재의 위험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빨간 모자 소녀 이야기가 있는 반면, 낯선 남자와 터무니 없는 거래를 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하늘에 올라가는 모험 끝에 지상으로 돌아와 풍족하게 사는 <잭과 콩나무>의 잭 소년이 있다.
지금도 여러 가지 시각으로 다양하게 읽히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주목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레텔. 오빠 뒤만 따라다니며 연약하기만 했던 소녀가 위기 상황을 경험하면서 용기를 갖춘 독립적이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눈여겨 본 적이 있는지 (오리를 혼자 타고 강을 건너는 그레텔).
저자가  극찬을 하며 이 책의 마지막에 실은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을 나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의 설명으로도 그가 왜 유명한 작가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의 한줄 한줄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하였을까 생각하니 존경스럽기만 하다. 우리 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소설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우리 옛이야기, 우리 어린이 책으로 돌려, 분석과 비판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발전을 위한 조언을 건낼 수 있었기에 더 존경스럽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출판물들. 참 쉽게 쓰여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한 페이지 마다 저자의 땀방울과 의지가 보이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서도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 좋은 책 선물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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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전세계 신화들이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탄생 신화가 너무 알고 싶은거예요, 그래서 책을 열심히 뒤졌는데...
아직 그다지 맘에 와닿는 우리 민족 탄생 신화를 못 만났어요.
<살아있는 우리 신화>는 나름 좋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빈약해서
원래 우리는 탄생 신화가 없는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오랜 옛 이야기를 찾고 싶은 맘이 요즘 왜이리 심한가 몰라여~
곧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를 읽어봐야겠어요. ^^

나인 언니, 아래도 썼지만, 즐설되세요

hnine 2011-02-01 14:07   좋아요 0 | URL
알고 읽으면 신화들마다 공통적이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저는 읽으면서 안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배워서 알게 되었는데 (제가 워낙 신화와 친하지가 않았기 때문에, 아니 무식했기 때문에 ㅠㅠ) 그때의 신선한 충격이랄까,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참 많구나 하는,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더랬어요.
우리 나라는 왜 우리 것을 찾고 보존할 생각을 잘 못하고 남의 것 따라가는데 열을 올려왔는지, 이 책 읽으며 또 부끄러워지더군요.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도 유명한 책이지요? 제게도 숙제처럼 매일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 책 중 하나랍니다. 읽고 리뷰 좀 올려주시죠 마녀고양이님? ^^

.... 2011-02-0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별다섯은 동의 못하겠스요. 참 괜찮긴했지만, 반개만 빼주세요^^ 더 노력하시란 의미로요.
기존에 보여지는 시선들을 견지한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분석적인 면에서 더 cross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hnine 2011-02-01 17:01   좋아요 0 | URL
여러 번에 걸친 기고문의 모음이긴 하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 찾아가며 공부했을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전 별 다섯도 부족하다 생각했거든요. 저는 저자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막 찾아보기도 했어요. ^^
'기존에 보여지는 시선들'의 '기존'이란 어느 시점을 말씀하시는지, 이 방면에 많이 부족한 저는 금방 와닿지가 않네요 ㅠㅠ 기존의 시선들을 비판한 개작(改作)들이 그 이야기의 고갱이까지 쳐내버려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시종일관 나오기는 하지요.
 
창의적 글쓰기 전략 - 예비작가를 위한
아델 라메트 지음, 김정희 옮김, 정제원 감수 / 베이직북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는 Creative writing. 1997년에 처음 나온 책이고 우리 나라에는 2010년에 처음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책소개가 제법 솔깃하게 쓰여있었고 올라온 리뷰들도 모두 좋아서 구입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요즘 들어 작가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의 글쓰기 실력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자기의 특기나 적성을 남에게 보이는 자료를 만들거나, 어떤 대상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쓸때에도 일목요연하게 목록 형식의 글을 쓰기 보다는 이야기 형식으로, 마치 story telling을 하듯이 쓰는 것을 많이 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듣거나 읽는 사람의 주의를 더 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딱딱한 목록이나 표 형식이 보기에는 더 깔끔할 수 있어도 그리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으니까. 
책은 모두  10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 72개의 전략이 소제목 형식으로 잘게 나뉘어져, 읽다 보면 그야말로 짤막한 메모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내 경우엔 산만하고 집중이 안되어 아쉬웠다.  
그래도 주섬주섬, 다시 책장을 넘겨보며 새기고 싶었던 부분을 짚어본다.
글쓰기 시작을 위한 전략 중에 글 쓸 시간을 만들라는 것이 있다. 글 쓸 시간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라는 것이다. 모든 핑계와 변명 사절.
마음을 끄는 캐릭터 만들기 전략으로는 실제 인물을 토대로 하되 거기서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 등장 인물에게 과거를 부여하라는 것, 다른 인물들과 상호작용을 유도하라는 것 등이 있다. 한 등장 인물을 그 사람의 얘기에서 끝나지 말고 다른 등장 인물들과 얽히고 섥히게 하라는 말이다. 또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낼때 일관성 있는 묘사를 위해 그 인물의 인적 사항을 아예 표로 만들어두라고 한다. 그 얘기는 다른 곳에서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말하기가 아닌 보여주기 전략은 이야기를 만들어낼때 넘어야할 하나의 산이 아닐까 생각된다. 초보자는 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설명대신 요구되는 것은 시각적으로 그려지도록 묘사하는 것이다.
어린이를 겨냥한 글쓰기 전략에서는 일단 자기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되, 앞의 캐릭터 전략에서도 말했듯이 어린 시절의 어떤 사건 그대로 되풀이해서 이야기를 만들기 보다는 거기서 시작은 하되 더 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도 어른을 나름대로 조종할 수 있으며 어른의 행동에서 어리석은 점을 찾아낼 줄 알며, 권위를 조롱하는데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삶을 관찰하면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쉬운가 말이다.
마지막 파트에는 출판사나 츨판 기획자와 교류하는 방법까지 나와 있다. 원고를 보낼 때에는 반드시 컴퓨터 타이핑하라는 것, 절대 스테이플러나 클립으로 원고를 고정하지 말라는 것, 미끈거리는 비닐 폴더에 넣어 보내지 말라는 것 까지.
마지막에 나와 있는 글쓰기에 대한 작가들의 한마디 중 마이클 그린의 말,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지 마라. 아무리 힘들어도 앉아서 계속 써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한다. 패트리샤 번즈는 이렇게 말한다. 거기 그렇게 주저앉아 있지 말고, 계속 써라!
피아노 이론 책을 아무리 읽어도 피아노 연주를 잘하게 되지 않듯이, 그리고 피아노를 많이 치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없듯이,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도 결론은 항상 많이 쓰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 다른 책 역시 마찬가지 결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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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라는게,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참 즐거워요. 전 알라딘 생활하면서 글쓰기 첨 해봤거든요.
그전에야 보고서나 가끔 긁적대는 일기장 정도.
그런데 글쓰기란게 할수록 매혹적이고,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요즘은, 쥐어짜지 말자, 아무리 사소하고 별거 아닌 글이라도 쥐어짜지 말고
위선으로 덮지 말자고 생각했어여~ 좋은 날 되셔여~

hnine 2011-01-27 12:12   좋아요 0 | URL
제가 글 잘쓰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마도 글 쓰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 외에도, 자기의 생각을 잘 들여다보고, 분석하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 그것이 더 부러운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되지 않겠지요.
예전엔 영어 좀 할 줄 아는 사람이 돋보이는 시대였다면 요즘은 글 잘 쓰는 사람이 더 돋보이는 시대가 아닌가 싶네요.

전호인 2011-01-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관련 책들을 구입해 놓고는 쉽사리 읽어나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댓글달기라도 하면서 글쓰기에 쓰기라는 것을 더해봐야 겠어요.
언젠가는 쓰일 날을 위하여, 페이퍼건 리뷰건 쓰고 또 쓰다보면 쓰기가 되겠죠.
이렇게 정리된 책을 참고 삼다보면 쓰기도 나아질 터.^*^
이 책도 찜해 놓을랍니다

hnine 2011-01-28 11:58   좋아요 0 | URL
이런 책들이 결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전호인님께서 이미 말씀해주셨네요. '쓰고 또 쓰라'는 것이요 ^^
글쓰기 책도 참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 책 답게 재미있게 읽히는 것도 있고, 정말 페이지 안 넘어가는 책도 있고요. 이 책은 페이지 안 넘어가는 책은 아닌데 워낙 짤막짤막하게 쓰여 있어 저는 좀 집중이 안되더군요.

꿈꾸는섬 2011-01-2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로 찜해두었어요.^^

hnine 2011-01-30 08:25   좋아요 0 | URL
'글쓰기의 항해술'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은 이 책보다 더 실전용이더군요. 글쓰기에 관한 책이 요즘 참 많이 나와요.
 
느티는 아프다 푸른도서관 13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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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포 작가는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이책이라고 하여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생각만큼 큰 재미와 공감을 주진 못해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던터라 그 책보다 더 먼저 나왔고 더 알려진 이 책 <느티는 아프다>를 바로 뒤이어 읽지 않고 이제서 읽게 된것 같다. 그냥 한번 어떤 내용인가나 보자고 책장을 몇장 들춰보았다가 '오늘 아침, 느티는 아프다. 마음이, 마음이 아프다.' 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부터 끌렸다고나 할까. 제목의 느티가, 우리말로 지은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려니 했는데 단어 그대로 느티나무를 말하는 것이었다. 변두리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가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것으로 의인화하여 붙인 제목인 것이다. 새벽마다 일어나 신문 배달을 하며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중학교 2학년생 순호, 어릴 때 농약을 잘못 마셔 머리에 이상이 생긴 순호의 누나 순심이, 시장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여 간신히 생계를 꾸려나가는 순호 엄마, 대박을 꿈꾸며 노름판을 쫓아다니는, 마음만 착한 순호 아버지, 이들 순호네 가족이 세들어 사는 주인집 아저씨 공팔봉 씨, 노망이 든 그의 모친 욕쟁이 할머니, 공팔봉씨의 두번째 부인인 젋고 예쁜 단비 엄마, 공팔봉씨와 결혼할때 데리고 온 유치원생 단비, 그리고 또 중요한 등장 인물이 하나 있다. 느티 나무 아래서 노숙하는 정체 불명의 가로등지기 아저씨. 스스로 말문을 여는 법 없이, 가지고 있는 인형을 가지고 인형의 입을 통해 대신 말을 하는, 알 수 없는 아저씨이다. 가난에 울고, 엄마의 모진 매질에 울고,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울고, 외로와 울고. 자기 그늘 아래 벤치에 와 늘어놓는 하소연을 느티나무는 듣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의 아파하는 모습을 애처로이 내려다 보고 있다. 그래서 느티는 아프다.
등장하는 그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 가난해서 당장 거리에 나않게 된 순호네 가족, 덜떨어진 딸에게 한풀이를 하며 매질을 해대는 엄마가 화가 나서 한 말, 차라리 나가 죽으라는 그 말이 서러워 정말로 동아줄을 들고 느티나무에 목을 매려 한 순심이, 그런 순심이를 혼자서 좋아하는 가로등지기 아저씨는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마을을 떠난다. 가출을 해서 짜장면 배달이라도 달게 하리라 마음 먹었던 순호는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고 가져간 돈 마저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하루에 겨우 두개 인형에 눈을 다는 일과 아버지와 동생 순호 밥상 차리는 일을 제일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하는 순심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사람사는 모습들이 이렇다고? 다 이렇게 산다고? 젊은 부인과 사는 돈 많은 공팔봉씨가 세들어 살고 있는 순호네를 내쫓으려다가 나중에 다시 못가게 붙잡는 것은 왜일까? 노래 가사 처럼 사람은 사랑 없인 살 수 없다는 것을, 노모가 돌아가시고 젊은 부인마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누군가 있으면 세상은 그래도 견딜만 하다. 가난때문에 사람이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나를 눈여겨 봐주는 한사람이 없어서 한없이 외롭고 삶의 의지를 상실한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느티는 아플 것이다. 많이 많이 아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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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1-2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어귀에 서서 마을을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는 느티나무라....어릴 적에 든든하게 여겨졌던 동화 제비와 왕자님이 떠올라요~사람 사는 걸 들여다보고 가난하거나 아픈 집에 자기 몸에 치장된 보석 하나씩 갖다주라고 하던 그 왕자님 말예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왕자님이나 느티나무가 곁에 있어주면 참 좋겠다 싶어요. 왕자님처럼 루비보석을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힘들거나 외로울 때 내 모습을 지켜봐주기만 해도 힘이 되죠...

hnine 2011-01-21 22:1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동화 생각나네요.
사람이 아닌 느티나무를 굳이 관찰자로 해서 글을 엮어나간 작가의 의도가 전해져 온다고 할까요? 청소년 소설이라지만 아마 요즘 청소년보다 우리 세대가 읽으면 더 공감하지 않을까 싶은 소설이었어요. 1996년에 처음 발표한 것을 고쳐서 2006년에 다시 낸것이라고 하네요.

2011-01-22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2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11-01-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황선미 작가의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실은 지금도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지요.
느티나무는 그 존재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감싸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60살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었는데요, 요즘도 힘들때면 가끔 그 느티나무가 떠오르더라구요. 지금은 100살이 다되었을 느티나무가요...

hnine 2011-01-22 14:15   좋아요 0 | URL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 읽으신 것 맞나요? 황선미 작가가 자신의 어렸을 때를 생각하며 썼다고 하던데요. 사람이 사람을 서로 감싸며 살수 있으면 좋겠지만 늘 그렇질 못하기 때문에 오래 된 나무 같은 것에서 위안을 얻나봐요. 오랜 세월 살아온 것으로부터 무언으로나마 배울 것도 있고요. 그래서 마을의 나무로 정해놓기도 하고, 학교처럼 오래 있을 건물에 심어놓기도 하고 그러나 봅니다. 동화나 청소년 소설등을 쓰는 사람은 그 세대롤 훌쩍 넘긴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지금의 청소년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더 공감이 가는 작품들이 꽤 많지요. 100살이 다 되었을 그 느티나무가 지금도 거 자리에서 건재하기를 저도 바래봅니다.

2011-01-23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0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느티는 아프다. 마음이, 마음이 아프다.

언니, 이 문구 말이죠.. 너무 공감되요. 이런 아픔 때문에
현실을 바로 볼 수 없는 저와 같아서요. 그런데 느티는 훨씬 용감하군요, 저보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저도 아픔을 제대로 느껴보겠어요.

hnine 2011-01-24 16:16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느티는 용감하다기 보다 잘 참고 견디지요.
견디는 것이 나서는 것보다 더 오래가는 것인지...그런데 살다보면 나설 땐 또 나서주어야 하는 것 같고. 자기가 보고 있는 모든 군중들은 그저 애처로운 눈길로 봐주고 있어서 어떤 평론가는 여기서 느티를 종교와도 비교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