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에 살면서 불편한 점을 굳이 꼽으라면 아무래도 의료 시설과 문화 시설 아닐까한다.
요즘은 책보다 CD사는데 더 관심이 많은 아이.
기억을 되돌려보니 나도 저맘때 노래듣기에 관심이 증폭되었던 것 같다.
"그래, 좀 더 큰 매장에 가보자."
이러면서 지난 토요일 아이 데리고 교보문고 CD매장, 그리고 다른 곳도 갈 예정으로 서울행을 했는데, 결국 교보문고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거기서만 시간을 다 보내고 집으로 와야했다.

점심 먹고, 장보고, 아무래도 햇살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지 않았던 어제.
집에서 가까운 수목원에 들렀다. 여기 살면서 그동안 여기를 여러차례 갔었건만, 이곳 광장에서 인라인 타며 놀기만 했을뿐 정작 수목원 쪽으론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여기를 왜 수목원이라고 부르는지도 몰랐다. 어제서야 처음 수목원쪽을 돌면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의 모습을 담아왔다.




여기 왠 초코칩이 떨어져 있지?? (^^)






소나무는 이런 꽃을 피우지.
지난 주에 아이와 동물원에 갔을때, 어디 한군데 꽃이 핀 데가 있지 않을까 열심히 찾고 다녔는데 결국 못 찾고 왔었다. 그런데 겨우 일주일만에 이렇게 제법 꽃이 핀 것을 보니 하루 봄볕 무섭다는 말이 생각난다.
자연의 힘.
이렇게 며칠 만에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는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넘어서 섬찟하고 두렵기까지 했다. 인간 세상이 어떻게 지지고 볶고 뒤집어지든, 자연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그건 백년 전에도 그랬고 천년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랬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럴 것이다.
"이건 어떤 기계의 힘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하는 일 말이다."
꽃 구경 그만하고 자전거나 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내가 울건 말건, 웃건 말건, 봄은 오고 여름이 올 것이고 가을, 겨울이 올 것이다.
봄 마저도 이제 내겐 따뜻하고 포근하지 않다. 섬찟하고 경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