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 생신 축하드리러 어제 친정에 다녀왔다. 

차례 준비 하고 시아버님 산소에 성묘까지 다녀오려면 나와 남편이 많이 피곤할거라며 오지 마라고 하시길래, 썰렁한 집에 두분만 적적하실 걸 알면서도 추석에도 찾아뵙지도 못했었다. 

나와 여동생 가족과 함께 케잌 주위에 둘러 앉으니,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해보는 일이시라면서 엄마께서 아버지께 직접 쓰신 생일 카드를 건네주신다. 

또박또박 쓰신 카드를 아버지께서 읽으셨다.

지금까지 함께 한 시간들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옆에서 서로 의지가 되어주자는 내용. 

마지막 줄에 날짜를 쓰시고 당신의 짝꿍이라고 쓰셨다.

듣는 우리들은 웃는데
아버지와 엄마는 눈에 눈물이 맺히시더니 울먹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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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9-1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게 나이드셨네요
늘 투닥거리는 우리 부부도 나이들면 그럴까 싶어요

hnine 2011-09-19 13:41   좋아요 0 | URL
저희 부모님도 늘 알콩달콩하는 모습은 아니셨어요. 오히려 치열하게, 빈틈없이 사시느라 퍽퍽해보이는 삶을 사셨달까요.

파란놀 2011-09-1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꿍은
아이들한테도
어른들한테도
모두 예쁜 말이에요.

hnine 2011-09-19 13:42   좋아요 0 | URL
어쩌면 이렇게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을까 싶은 우리 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짝 꿍

sangmee 2011-09-1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뭉클하다...
지금의 우리 나이보다 훨씬 젊은 나이의 너희 부모님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너희 부모님도 우리 엄마 아빠도 ,짝꿍 끼리 재밌고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면 좋겠다.

hnine 2011-09-19 13:43   좋아요 0 | URL
그래, 그 마음 뿐이야. 자식은 옆에 끼고 있어도 걱정이지만 언젠가 다 부모님 품을 떠날 사람들이니, 함께 끝까지 옆에서 같이 하는 부부가 최고라고 그러시더구나. 100% 동의하지.

세실 2011-09-1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당신의 짝꿍이라니 눈물 나려고 하네요.
아름답게 서로 의지하며 사시는 두분 모습 참 좋아요^*^

hnine 2011-09-19 13:47   좋아요 0 | URL
엄마와 아버지 성격이 비슷하시기 보다는 대조적이기 때문에 두분이 토닥토닥 하시기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이제 연세가 칠십을 훌쩍 넘기시고 두분만 한집에 사시다보니 이런 저런 일 다 함께 겪어내고 지금까지 옆에 함께 있어주는 배우자가 또 하나의 '나'처럼 생각되어 지나봐요.

무스탕 2011-09-1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께 죄송한 표현이지만 참 이쁘십니다.
서로 의지하며 같이 늙어간다는 말 그대로세요 ^^

hnine 2011-09-19 13:50   좋아요 0 | URL
죄송한 표현은요 뭘.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신지 다 아는걸요 ^^
어떻게 살아라 라고 말씀으로 일러주시는 것 보다 이렇게 보며 배우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모습은 곧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요. 남편에게 잘 서운해하고 속상해하는 저로서는 오랜만에 반성을 할 기회가 되었네요.

마노아 2011-09-1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감동적인 풍경이에요. 부부가 함께 해로하는 건 정말 복이에요.

hnine 2011-09-19 13:5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좋은 짝꿍 만나세요 ^^

비로그인 2011-09-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짝꿍이라는 말이 이렇게 아름다운 말이었나요. 왜 눈이 시큰해지는지... 가족의 생일에 카드를 써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는 게 참, 부끄럽네요.

hnine 2011-09-19 13:53   좋아요 0 | URL
저희 부모님 아직도 여보 당신 이렇게도 안부르시거든요? 멋적어 하시면서요. 평소에 그냥 누구 엄마, 이봐요~ 이렇게 부르시는 분들인데 '짝꿍'이라는 말이 얼마나 신선(!)하게 들리던지요 ^^

잘잘라 2011-09-1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왜 제 가슴이 이렇게 찡-할까요.

hnine 2011-09-19 13:54   좋아요 0 | URL
아무 생각없이 자식들은 재미있다고 웃었답니다, 부모님께서도 웃고 계실 줄 알았다가 울먹이시는 모습보도 아차 싶었답니다 ㅠㅠ

2011-09-19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9-1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당신의 짝꿍'에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요.
평생 동반자인 부모님이 쓰시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두분의 눈에 맺힌 눈물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페이퍼에요.

hnine 2011-09-19 13:5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철모르는 자식들을 그냥 재미있어서 웃었답니다. 부모님께서 눈물 글썽이실줄은 상상도 못했지요. 에효, 자식들은 그저 자식들입니다.

프레이야 2011-09-1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이에요.
글썽~ 어머니 참 사랑스러운 분이시네요.
아버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길 바랍니다.

hnine 2011-09-20 04:46   좋아요 0 | URL
평소에 제 어머니가 그리 다정다감 하신 편이 아니시거든요. 오히려 냉정하신 분에 가까운데, 그래서 뜻 밖이었어요. 아마도 두분 연세 드시면서 여기 저기 아프시고, 그럴 때마다 멀리 있는 자식들보다는 가까이 있는 배우자가 훨씬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는 것을 직접 겪고 계셔서 그러신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식으로서 더 송구스럽고 마음이 안 좋지요.
제 아버지 생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가방 2011-09-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참 행복하셨겠어요. 센스만점인 어머님이 곁에 계셔서요..^^

가끔 남편과 싸우고 엄마께 이러쿵저러쿵 이를때면... 싸웠던 것 마저도 그립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엄마는 아버지가 꿀벌이 되셨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엄마는 노란 국화꽃이 되고 싶으시다네요.
아버지가 가을에 돌아가셨거든요.
꿀벌과 노란 가을국화.... 짝꿍 맞죠??^^

hnine 2011-09-20 04:47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어머님, 시인이세요 ^^
연세 들어가면서 얼마나 더 아버님이 그리우실까요.
싸웠던 것 마저 그립다는 말씀을 저도 꼭 기억하고 있어야겠어요.
지금 가을인데...책가방님께서도 아버님 생각 더 나실텐데...

yamoo 2011-09-1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감동적입니다. 아직까지 저런 낭만을 간직하고 계시다니!

hnine 2011-09-20 04:49   좋아요 0 | URL
저희 부모님 평소에 전혀 낭만적인 분들이 아니시랍니다.
거의 오십 년을 함께 하시다보면 배우자는 남이 아니라 또다른 나 같기도 하고 그런가봐요.
저도 적지 않은 나이이면서도 내게도 저런 때가 올까 싶어요.

울보 2011-09-2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아버님이시네요,

hnine 2011-09-21 05:57   좋아요 0 | URL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두분만 지내시다보니 더 애틋해져 가시나봐요. 예전엔 토닥토닥도 많이 하셨었는데 말이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