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웬지 눈물이 나는 날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나 자신이 마음에 안들고,
그러다가 또 사소한 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벌쭉 웃어버릴
나의 그 가증스러움이 싫어 한숨 나온다.  

귀찮아서 삶지 않고 그냥 빨아 널었던 행주를 걷으여
"이건 왜 빨아도 이렇지?"
혼잣말을 했더니
아침부터 침울해보이던 엄마 분위기에 혼잣말까지 하는 것을 들은 아이가
제딴엔 걱정이 되는지 엄마는 왜 혼자 말을 하고 그러냐고 한다. 

얘기들어줄 사람이 마땅치 않으면
사람은 혼잣말을 하게 되는 거라고
뭐라고 대답을 해야겠길래
학교 가느라 신발 신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게 아침에 학교가는 아이에게 할 소리였는지
정말, 정말 모자란 사람이다. 

당신은 나보다 더 긍정적이고 상냥하고 웃음이 넘치는 그런 아내를 맞았어야 했고
아이야, 너는 나보다 더 밝고 너그럽고 수양이 모자라지 않은 그런 엄마가 옆에 있었더라면 좋았겠지. 

빨리 뭔가를 해야겠다.
기름이랑 소금 가져다가 오랜만에 TV 앞에 앉아 김이라도 재야겠다 무슨 프로라도 상관없겠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2-0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거워 보이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길을 나선 아침입니다. hnine 님의 오늘 기분은 날씨 탓도 좀 있지 않으실까요..? ^^.. 하루가 뽀송해지시길 빕니다.
혼잣말 슬쩍 엿들은 것처럼 뭔가 남기고 갑니다 :D

상미 2010-02-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 날이 있잖아.
많고 많은 날중 그런 날인거야 오늘이....

<내가 살아보니까 - 장영희>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는다.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란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 장영희 에세이"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




stella.K 2010-02-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찌 민망한 말씀을 하십니까?
행주를 빠는 것도 김을 굽는 것도 다 마음이 없으면 못하는 일인데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님이 무엇을 하셨던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 하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것 중 결과를 바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 과정을 사는 게지요. 힘내십쇼.^^

L.SHIN 2010-02-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는, 정말 한 번에, 기분이 전환될 만한 좋은 글을 남겨주고 싶은데...
그러기엔 머리에 든 것이 딱딱한 것들 뿐이라서...
나는 이럴 때 도움이 안 되는구나...싶어서, 내 자신에 회의감이 살짝 드네요.

하늘바람 2010-02-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은 말이 생각 안나네요. 하지만 그런 날 누군가 나를 보며 토닥토닥 많이 속상하지 많이 힘들지 하면 눈물 떨구며 마음이 풀릴 거같아요

같은하늘 2010-02-0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그런날이 있어요. 오늘은 흐렸던 어제 날씨에 이어 바까지 추적추적 내려서 더욱 몸도 마음도 찌뿌둥한 탓이 아니었을까요? 제가 살짝 안아드릴께요. 와락~~ 앗! 너무 꽉 안았나요? 제가 힘이 좀 셉니다. ^^ 웃음으로 오늘하루 마감하시길 바래요.

카스피 2010-02-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시다보면 그런날이 좀 있지요.기운내시고 활짝 웃어보세요 그럼 또 기운이 나실겁니다^^

울보 2010-02-0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전 너무 자주 그래요,,
저도 그럴때는 무슨일인가를 해야하는데,,
오늘 날씨탓이려니 하세요,,
전 오랜만에 엄마들을 만나 수다를 떨었는데 그리 썩 기분이 나아진것 같지는 않네요,,,우리힘내자구요,

세실 2010-02-1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조만간 청주로 오세요.
함께 점심 먹어요..정말루...... 토닥토닥

프레이야 2010-02-1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고.. 전 행주도 안 삶고 김에 기름도 안 발라요.
나인님은 충분히 좋은엄마이고 좋은아내일걸요.^^
토닥토닥~

꿈꾸는섬 2010-02-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일이 꼭 있는게 아니여도 그럴 날이 있죠? 나인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