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0. 6.16 “가로림만 물범을 살려주세요” 

조력발전소 계획대로 건설되면 댐 안에 갇힐판
주민들 “최고 자연갯벌 훼손 안돼” 투쟁위 꾸려
* 물범 : 천연기념물 331호  

 

 » 보존 상태가 훌륭한 가로림만 갯벌에선 주민들이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해 가구당 한 해에 3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연간 약 10cm의 두께로 퇴적현상이 발생해 갯벌의 질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제공 

충남 태안반도의 가로림만에 물범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몰랐다. 2000년대 들어서 조금씩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뿐이다.
지난 14일 오전, 낚싯배를 타고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를 떠났다. 약 1㎞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세우고 물범을 기다렸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면서 바다 한가운데서 풀등(모래톱)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물범이 나타났다. 물범은 고개를 내밀고 사람들을 말똥말똥 쳐다봤다.

사실 물범은 예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다. 오지리 이장 지윤근(58)씨는 어렸을 적 망둥이를 잡으러 갯벌에 나가면 물범들이 풀등에서 시커멓게 떼를 지어 낮잠을 자던 광경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 아버지 때도 있었다니까, 옛날 옛적부터 살았을 거예요.” 

  

그렇지만 가로림만 물범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수십 마리 시절을 기억하지만, 지난해는 9마리, 올해는 5마리만 관찰됐다. 이 물범은 잔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이다. 중국 랴오둥반도에서 겨울을 나고 백령도에서 여름을 나는 물범과 같은 개체다. 하지만 이밖에 알려진 건 아무것도 없다. 국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생태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생긴다. 조력발전소는 바다에 설치되는 일종의 ‘댐’이다. 가로림만 하구(서산시 대산읍 오지리~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방조제를 쌓고 이곳을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설계대로 2014년에 발전소가 완공되면, 물범은 댐 안에 갇히게 된다.

지난 정부 때 경제성이 없다고 보류됐던 가로림만 발전소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가 발전사업을 허가했고, 공유수면매립사업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도 마쳤다. 지식경제부가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승인하고 환경영향평가도 마치면 이르면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물범이 환경영향평가의 변수다. 발전소의 방조제 탓에 모래톱이 사라지고 가로림만 바깥으로 이어지는 물범의 이동통로도 막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정확한 생태영향과 보전대책은 연구가 진행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를 꾸려 발전소 건설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 갯벌은 ‘주인 없는 통장’이나 다름없다. 갯벌에서 하루에 3~4시간 바지락을 캐면 5만~6만원을 벌 수 있다. 박정섭 투쟁위원장은 “발전소를 지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갯벌인 가로림만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갯벌에 생계를 기댄 주민들도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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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6.8  강남구와 관악구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 주민들은 또 한번 확고한 한나라당 지지를 보여줬다. 가장 두드러진 지역이 강남구인데,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관악구와 거의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두 지역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강남구민들은 계급적 이해에 따라 후보와 정당을 고르는 ‘계급 투표’를 확실히 실천하는 걸까. 그렇다면 관악구민들도 정반대 성향의 계급 투표를 한 걸까.
적어도 과거 사례 연구는 두 지역의 정치행태 차이가 생각보다 적거나 미묘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세대 사회학과 정병은씨의 박사학위 논문 ‘유권자의 사회자본과 지역주의 투표’는 두 지역의 2004년 17대 총선 투표 행태를 비교한다. 사회적 관계를 통한 이득 따위를 뜻하는 ‘사회자본’의 관점에서 강남갑 지역구와 관악을 지역구 주민 각각 300명씩을 분석했다. 당시 선거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열린우리당 바람이 거셌지만 강남갑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확실히 밀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관악구와 아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런 결과에 비하면 두 지역 주민의 행태 차이는 크지 않았다. 투표에 영향을 줄 만한 사회적 관계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지역 모두 대체로 성별, 연령, 교육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주로 어울렸으며, 지역주의 경향이 꽤 강한 점도 비슷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더 뜻밖인 것은 두 지역 모두 경제 수준이 다른 사람들과 꽤 많이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향은 관악구보다 도리어 강남구가 조금 더 강했다. 강남은 부자끼리 똘똘 뭉치는 지역이라는 통념에 맞지 않는 대목이다.

6년 전의 소규모 연구를 요즘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강남 사람들을 ‘계급적 이익에 좌우되는 한통속의 부자들’로 단정하는 건 섣부를 수도 있다. 엄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ps : 위에 있는 글을 찾다. 관악구 강남구를 검색하니 아래 글이 뜬다. 얼마 전에 논란이 있었던 행정동 이름과 관련된 뉴스이다. 강남구는 자신의 이름이 자신의 이미지와 다른 지역에서 쓴다는 사실이 상당히 기분 나빴나 보다. 어떻게 보면 위에 있는 글의 논지와는 반대의 내용인듯 하다.  

참고논문 : 대한지리학회지 제39권 3호(2004년 6월 발행) 학력자본 재생산의 차별화와 빗장도시의 형성 - 최은영

 

파이낸셜뉴스 2009.11.26  ‘관악구 vs. 강남구·동작구, 행정동 이름 다툼’ 관악구 勝

보라매동, 신사동, 삼성동이라는 행정동(行政洞) 이름을 놓고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강남구간 빚어진 다툼에서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관악구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26일 행정동 이름을 놓고 벌어진 동작구와 관악구간 권한쟁의심판과 강남구와 관악구간 권한쟁의심판에서 동작구와 강남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결정했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특정한 행정동 명칭에 관한 독점적, 배타적 권한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관악구의 행정동 명칭변경에 관한 조례개정으로 인해 동작구와 강남구의 행정동 명칭에 관한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동작구와 관악구, 강남구와 관악구간 다툼은 지난해 관악구가 봉천1동을 ‘보라매동’으로, 신림4동을 ‘신사동’으로, 신림6동과 10동을 합쳐 ‘삼성동’으로 행정동 명칭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행정동이란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행정상 편의에 의하여 설정한 행정구역 단위를 말하며, 공부(公簿)상 법정동(法定洞)처럼 자연부락을 바탕으로 하였거나 오랜 전통을 지닌 동과 구별된다.

당시 동작구는 보라매공원의 95%가 동작구에 속해 있고, 지하철역 등 많은 시설물이 이미 보라매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도 관악구가 보라매라는 이름을 가로챘다며 크게 반발했다. 강남구도 이미 사용하고 있는 동 이름을 그대로 베껴갔다며 동 이름을 바꾸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최근 동작구 등이 ‘보라매동 주민센터 설치 조례는 무효’라며 관악구청을 상대로 낸 조례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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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천만다행으로 서울시 교육감 및 몇몇 지역들이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물론 이것이 문제의 해결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만 생길뿐...아래 칼럼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고민들을 했다. 도대체 왜 전교조를 못 죽여 안달일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고민을 하고 성찰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들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학생들에게 성찰할 것을 시대의 문제를 고민할 것을 말하는 주문하는 불온한 전교조가 맘에 안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세상에서... 

좀더 나 자신에 대한 교육에 대한 시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고민이 깊으면 깊을수록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신문 2010.5.30  전교조를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당 가입과 민주노동당 후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하여 전교조 교사 183명을 파면·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점조차 부정하는 교육관료들의 수구적 성격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발표 시기가 절묘했다. 학습권과 수업 결손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 발표가 6·2 지방선거에서 그들에게 이롭게 작용하리라는 나름의 계산이 작용했던 건 분명하다. 초록은 동색이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10% 부적격 교원 퇴출”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건 자칭 ‘보수 중도’ 후보가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 “비판세력에 대한 과도한 처벌, 권력세력에 대한 과도한 불처벌”이 관철되고 있음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일인데, 교사의 ‘이념교육’을 성범죄에 비유하는 사람이라면 그 후보가 부적격 교사로 전교조를 겨냥한다는 점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도대체 전교조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들은 ‘반전교조’를 표명하면 표를 얻는다고 믿으며 또 실제로 얻는 것일까. 아무리 보수를 참칭한 사익추구세력이 판치는 사회에서 보수의 결집을 노린 수라고 하지만, 민주주의와 학생 인권의 신장, 참교육을 위한 운동의 과정에서 탄압받은 것밖에 없는 전교조 아닌가. 촌지를 거부하고 불법 찬조금에 반대한 게 잘못인가. 전교조가 이 지경에 이르는 정치적 수모를 받아야 하는 배경은 도대체 무엇인가.

18세기 교육철학자 콩도르세에 따르면, 사람은 믿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암기하지만, 이 명제를 확장하여 “만약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이 열려 있고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안다면, 믿는 사람은 닫혀 있고 획일성의 포로가 되기 쉽다. 불행히도 21세기 한국 사회는 믿는 자가 생각하는 자를 압도하는 사회다. 소통이 불가능한 둘 사이의 세력관계는 정치뿐만 아니라 법 적용에도 그대로 관철된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채 예전에 우리 자신이 그것을 받았듯이 오늘 우리 아이들이 받고 있다. 우리 몸에 주사기로 주입하는 것은 우리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 의식세계에 주입하는 주입교육은 우리가 암기하고 믿을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주입할 내용은 지배세력이 결정하는데, 반공, 친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충성, 질서, 복종과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주입식 교육, 암기교육을 받아 일단 믿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가 일부 소수가 선배를 ‘잘못’ 만나는 등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가령 전교조 교사는 어떻게 전교조 교사가 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대부분 선배를 잘못 만나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선정한 책이나 그에 버금가는 책을 소개받아 읽었기 때문인데 그 뒤 자신이 그런 선배가 된다. 대학에서 동아리가 사라지고 선배가 사라질 때, 믿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세력에게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을 믿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할 위험이 있기에 더욱 눈엣가시가 되는 것인데, 엄중한 역설은 지배이념을 철두철미 믿도록 강제하는 그들이 그 이념에 관해 생각해보자는 사람들에게 이념의 딱지를 붙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사회 활력소 중에서 전교조를 가장 적대시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몰상식, 억지와 몰염치, 반문화, 반자연, 반인간, 물신숭배의 이명박 정권 아래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부정은 오히려 전교조의 존재이유를 반영한다. 삼보일배보다 더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야 한다. 이 땅에서 소수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아실현과 만남의 주체로 존재하지 않는가. 
 

                                                                                                  한겨레신문 2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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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사에서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를 내놓았다. 제목들만 보아도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옥스퍼드 출판부의 교양문고 시리즈인 ‘아주 짧은 개론서’(Very Short Introduction) 가운데에서 먼저 10권을 내놓는다고 한다. 우선 발간된 5권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중에서,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투쟁"과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선거이야기"가 가장 땡긴다. 특히 평소 기막힌 미국 선거 제도에 대해 관심이있었는데 마땅히 읽을 책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 겠다. 

        

이렇게 놓고 보니, 우리나라 책 같지 않게 책 표지 디자인이 상당히 상큼하다. 시리즈물로서 일관성도 있어보이면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책 소개 기사를 스크랩한다. 

 

한겨레신문 2010.6.11 테러리스트, 누군가에겐 ‘해방의 투사’? 

상대적인 눈으로 ‘테러리즘’ 조명
옥스퍼드 ‘아주 짧은 개론서’ 엄선
‘한겨레 지식문고’ 시리즈로 출간

» 199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전사들이 순교한 동지를 추모하며 자살 투쟁을 결의하는 열병식을 거행하고 있다.(왼쪽) 2001년 9월11일 오전 첫번째 테러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에 휩싸인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추가 공격을 위해 두번째 항공기가 날아들고 있다. 한겨레출판, 로이터 뉴시스 제공  

암살, 납치, 폭파 등 테러 소식을 전해들을 때, 우리는 쉽게 ‘범죄’라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테러를 벌인 쪽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범죄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엔 곤란함을 느낄 때도 있다. 테러리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영국 킬대학 국제역사학부 교수인 찰스 타운센드가 쓴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은 ‘테러리즘은 무엇이다’ 식의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테러리즘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를 하나씩 냉정하게 짚어가면서 테러리즘을 다시 성찰해볼 기회를 준다.

테러리즘을 이해하려 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이 그 개념에 대한 정의다. 흔히 ‘무장 집단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정도의 정의가 통용된다. 그러나 지은이는 “‘테러리스트’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다는 것은 언제나 제3자”라며 테러리즘에 대한 배타적인 정의를 피한다. 다만 테러리즘의 다양한 성격과 특징, 이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따져보는 과정을 통해 테러리즘에 접근한다. 곧 “누군가에게 테러리스트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유의 투사일 수도 있다”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정부가 벌였던 공포정치 속에서 ‘근대적 테러리즘’의 특징을 찾아낸 것은 그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지은이는 국가 폭력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은 ‘테러 정치’가 근대적 테러리즘의 기원이라고 본다. 당시 혁명정부는 급진적 자유의 확대를 목표로 삼고 반대자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학살을 벌였다. 그는 이것을 “폭력이 개인적인 응징보다는 파급적인 효과를 노린 상징적인 응징이 된 계기”라고 풀이한다. 나치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뒤에 나타난 국가 폭력은 이러한 테러 정치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면 국가를 공격하려 하는 저항 세력들이 테러리즘을 투쟁의 수단으로 삼았다. 정치적인 무능력 또는 정치력의 한계가 뚜렷했던 이들이 주로 테러리즘에 기대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북아일랜드, 알제리의 민족해방투쟁,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전쟁 등에서 나타난 다양한 테러리즘을 연구해 민족주의·종교와의 관계도 깊게 조명했다. 지은이는 테러리즘에 대해 섣부른 평가는 내리지 않으나, “더 광범위한 혁명적 운동과 결합하지 못할 때 테러리즘은 자기 패배적이었다”며 테러리즘의 근본적 한계를 짚었다. 

이 책이 중요하게 제시하는 주제는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이다. 테러리즘은 대의정치의 모든 관행적 절차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테러에 대응한다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군대와 경찰에 비정상적인 권한을 주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식의 대응 역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위협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9·11 테러를 계기로 삼아 ‘테러와의 전쟁’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서구 강대국들의 움직임에 경고를 던지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서구 강대국들의 대응 속에 깔려 있는 선악의 이분법을 지적하고, “테러리즘에 대한 개념 정의의 문제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나에게는 테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해방 투쟁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인식 속에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공존’을 모색하려는 대응이 아니면 피와 보복의 악순환을 끝낼 수 없다는 충고다.   

이 책은 한겨레출판이 새로 내놓은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출간됐다.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는 올해 옥스퍼드 출판부의 교양문고 시리즈인 ‘아주 짧은 개론서’(Very Short Introduction) 가운데 10권을 엄선해 소개한다. 이번엔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을 비롯해 <인권은 정치적이다>(앤드루 클래펌 지음·박용현 옮김),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마크 미슬린 지음·조홍섭 옮김), <중동 전쟁이 내 출근길에 미치는 영향은>(클라우스 도드 지음·정승현 옮김),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선거 이야기>(샌디 메이젤 지음·정의길 옮김) 등 5권을 먼저 내놨다.

교양문고 시리즈답게 개별 주제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입문 지식들을 풍부히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진보적인 주제의식이 또렷하다. 내년에는 국내 필자들이 쓴 교양서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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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점에 가보면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서적들이 엄청 많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이 있나? 이 많은 책들이 팔리긴 하나? 등등 '지구온난화'가 하나의 이슈가 되면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책들 중에서는 '지구온난화=멸망' 또는 '지구온난화=뻥(구라)' 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책들이 많다. 아래 신문 기사는 묘하게도 두가지가 혼합되어 있는 기사인 것 같다. 해수면이 상승되는 건 사실이나 투발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투발루나, 키리바시에 관련된 내용들이 너무 과장되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래 책은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통념과는 다른 지구온난화 문제가 너무 문제 있다는 내용의 책이다.

한겨레신문 2010. 6.5 남태평양 ‘투발루’ 가라앉는다고? 

섬 9곳중 7곳 오히려 커져
산호초 등 퇴적현상 때문
“100년간 안 사라질것”
* 투발루 : 기후변화 대표적 피해사례  

기후 변화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면적이 오히려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와 피지 과학자들이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투발루를 이루고 있는 섬 9곳 중 7곳은 1950년대보다 3% 이상 커졌다. 1곳은 30% 가까이 커진 것으로 돼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3일 전했다. 투발루는 그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대표적 피해 사례로 거론돼 왔다. 투발루 국민들 상당수가 이웃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피지 등으로 삶의 터를 옮기려 하지만, 주변국가들은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꺼리고 있다. 투발루 정부 내에서 자국민 집단 이주를 추진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연구팀은 투발루 뿐만 아니라 키리바시 등 태평양 저지대에 있는 섬 27곳을 대상으로 현재 위성사진과 60년 전 항공사진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60년 동안 이 지역 해수면은 약 12㎝ 상승했지만, 27개 섬 중 면적이 준 곳은 4곳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을 이끈 폴 켄치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는 “이 나라들이 앞으로 100년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섬 면적이 오히려 커지기까지 한 것은 사이클론과 폭풍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암초와 산호초 부스러기들이 연안으로 밀려와 퇴적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이 기후변화 현상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 현상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100년 동안 투발루가 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알 수 없다. 켄치 교수는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섬들이 모두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며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한 영향에는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신중히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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