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천만다행으로 서울시 교육감 및 몇몇 지역들이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물론 이것이 문제의 해결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만 생길뿐...아래 칼럼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고민들을 했다. 도대체 왜 전교조를 못 죽여 안달일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고민을 하고 성찰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들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학생들에게 성찰할 것을 시대의 문제를 고민할 것을 말하는 주문하는 불온한 전교조가 맘에 안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세상에서... 

좀더 나 자신에 대한 교육에 대한 시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고민이 깊으면 깊을수록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신문 2010.5.30  전교조를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당 가입과 민주노동당 후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하여 전교조 교사 183명을 파면·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점조차 부정하는 교육관료들의 수구적 성격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발표 시기가 절묘했다. 학습권과 수업 결손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 발표가 6·2 지방선거에서 그들에게 이롭게 작용하리라는 나름의 계산이 작용했던 건 분명하다. 초록은 동색이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10% 부적격 교원 퇴출”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건 자칭 ‘보수 중도’ 후보가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 “비판세력에 대한 과도한 처벌, 권력세력에 대한 과도한 불처벌”이 관철되고 있음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일인데, 교사의 ‘이념교육’을 성범죄에 비유하는 사람이라면 그 후보가 부적격 교사로 전교조를 겨냥한다는 점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도대체 전교조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들은 ‘반전교조’를 표명하면 표를 얻는다고 믿으며 또 실제로 얻는 것일까. 아무리 보수를 참칭한 사익추구세력이 판치는 사회에서 보수의 결집을 노린 수라고 하지만, 민주주의와 학생 인권의 신장, 참교육을 위한 운동의 과정에서 탄압받은 것밖에 없는 전교조 아닌가. 촌지를 거부하고 불법 찬조금에 반대한 게 잘못인가. 전교조가 이 지경에 이르는 정치적 수모를 받아야 하는 배경은 도대체 무엇인가.

18세기 교육철학자 콩도르세에 따르면, 사람은 믿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암기하지만, 이 명제를 확장하여 “만약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이 열려 있고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안다면, 믿는 사람은 닫혀 있고 획일성의 포로가 되기 쉽다. 불행히도 21세기 한국 사회는 믿는 자가 생각하는 자를 압도하는 사회다. 소통이 불가능한 둘 사이의 세력관계는 정치뿐만 아니라 법 적용에도 그대로 관철된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채 예전에 우리 자신이 그것을 받았듯이 오늘 우리 아이들이 받고 있다. 우리 몸에 주사기로 주입하는 것은 우리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 의식세계에 주입하는 주입교육은 우리가 암기하고 믿을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주입할 내용은 지배세력이 결정하는데, 반공, 친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충성, 질서, 복종과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주입식 교육, 암기교육을 받아 일단 믿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가 일부 소수가 선배를 ‘잘못’ 만나는 등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가령 전교조 교사는 어떻게 전교조 교사가 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대부분 선배를 잘못 만나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선정한 책이나 그에 버금가는 책을 소개받아 읽었기 때문인데 그 뒤 자신이 그런 선배가 된다. 대학에서 동아리가 사라지고 선배가 사라질 때, 믿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세력에게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을 믿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할 위험이 있기에 더욱 눈엣가시가 되는 것인데, 엄중한 역설은 지배이념을 철두철미 믿도록 강제하는 그들이 그 이념에 관해 생각해보자는 사람들에게 이념의 딱지를 붙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사회 활력소 중에서 전교조를 가장 적대시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몰상식, 억지와 몰염치, 반문화, 반자연, 반인간, 물신숭배의 이명박 정권 아래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부정은 오히려 전교조의 존재이유를 반영한다. 삼보일배보다 더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야 한다. 이 땅에서 소수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아실현과 만남의 주체로 존재하지 않는가. 
 

                                                                                                  한겨레신문 2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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