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뉴질랜드 답사 이후 아주 오랜만에 해외 답사를 나왔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하지만 왜 가고 싶어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인도.
이번 여행은 가고 싶은 마음과 가기 싫은 마음이 마구마구 교차되는 여행이었다. 떠나는 날까지 날 아주 괴롭게 했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 보니, 집 생각과 아이 생각 와이프 생각에 어디 나와도 맘이 편치 않다. 다음에는 좀 참았다. 규진이 크면 같이 와야 겠다.
전에는 어디 해외 간다고 하면 여행 책자를 사거나 인터넷을 통해 여러가지 내용들을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렇지 않고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손에 쥐어졌다. 예전에 사 놓고 읽진 않은 책이다. 책 내용을 대충 알기에 내가 왜 이 책에 손이 가는지는 이해간다.
하지만 내내 드는 생각은 인도와 이 책은 참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다. 난 개인적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부류이기 때문에 인도에 며칠 있지 않았지만 내내 불편할 뿐이다. 뭐 지저분한 환경과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어디가나 볼 수 있는 이름 모름 '신'을 모시고 있는 사당 비슷한 장소와 그곳에서 생각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그 옆에서 똥 싸는 소. 그리고 구걸을 하는 노숙자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떤 나라기에 이런 .... 이해하기 힘들다.
어제 바라나시에 왔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네팔의 룸비니에서 차 타고 8시간을 달려 바라나시에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갠지스 강가에 있는 가트(ghat)에 가 배를 탔다. 때마침 지금이 시바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기간이라고 한다.(약 한 달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이른 새벽부터 무지하게 많았다.
누가봐도 더러운 물에서 목욕하고 기도하고 빨래하고 좀 떨어진 하류부 화장터에서는 화장을 한 후 타다 남은 재를 강가에 버리는 풍경.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0804/pimg_739191183686491.jpg)
물론, 우리네 개념으로 이들의 생활 환경을 이해할수도 없거니와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의 '신'에 대한 믿음이 거리에서 갓난 아이를 업고 1달러를 외치는 아주 젊은 애엄마를, 거지들을, 구걸하는 아이들을 재생산하는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 여행에서 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읽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한다.
ps : 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앞 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종교 신앙의 요체, 그것의 위세와 주된 영광은 그것이 합리적인 정당성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동성애자를 차별하기 위한 법적 소송은 이른바 종교적 차별에 반대하는 소송으로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법은 그것을 존중하는 듯하다. "나더러 동성애자를 모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 편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는 말로는 무사히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는 말로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쨌든 여기서도 종교가 모든 것을 이긴다.
어쨌든, 이들을 비판을수는 있으되, 이들의 비참한 생활을 당연시하는 그들의 개념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킨스식으로 이야기 한다면 "늘 그렇듯이 종교는 으뜸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