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신문을 들추다 한창훈씨의 글을 읽었다. 제목이 '밥집 아줌마'다. 뭔가해서 읽어봤더니 배우 김여진씨와 관련된 내용이다. 요즘 김여진씨는 여러 사회적 이슈에 맨발로 뛰어나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연예뉴스보다는 정치 사회 뉴스에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커밍아웃한 어떤 이상한X과 김연진씨(일명 밥집 아줌마같은 여진족)와의 에피소드에 관련된 내용이다. 아래 내용이 그 내용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한창훈씨의 말마따나 ‘밥집 아줌마 무시하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제대로 차려주어 본 적 있느냐.’ 생판 모르는 사람이지만, 정말 비난같지도 않은 천박한 생각을 가진이라는 생각이다. 인터넷 찾아보니 사진도 나오던데 올리기 조차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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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
"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 vs "국밥집 아줌마라니 영광이다"
소셜테이너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김여진(39)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와 설전을 펼쳤는데요. 그 상대는 패션 칼럼니스트이자 커밍아웃을 선언한 황의건 씨(43) 입니다.
황 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몇 년전 한 명품 브랜드 출시 때 공짜 옷을 협찬 받기 위해 한 여배우가 왔다"며 "그랬던 그녀가 몇 년 사이 변했는지 아니면 원래 기회주의자인지, 연기에 뜻이 없는 건지, 정치를 하고 싶은 건지 당최 헷갈린다"는 글을 올려 트위터리안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여배우가 누군지 묻는 질문에 황 씨는 "연예 뉴스에 한번도 못 나온 대신 9시 뉴스에 매일 나오는 그 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 여자"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배우 김여진을 가리키는 것이었죠.
이에 당사자 김여진은 자신의 트위터에 반박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16일 트위터에 "국밥집 아줌마라니 영광"이라며 "그렇지만 난 공짜 옷 협찬 받으러 간 적 없고 이 부분은 명백히 허위 사실이니 정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당신이 그동안 국밥집 아줌마와 ‘뜨지 못한’ 배우들과 ‘데모하는’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왔는지 잘 알겠다"며 "그래도 당신이 차별 받을 때 함께 싸워 드리죠 황의건 씨" 라고 받아쳤답니다. (스포츠서울 2011.6.18)
한겨레신문 2011.6.30 밥집 아줌마 » 한창훈 소설가
문제는 모욕을 당한 사람이
김여진씨 말고 더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진족과 밥집 아줌마이다
동성애 커밍아웃을 한 어떤 남자가 배우 김여진씨에게 모욕을 주면서 ‘연예 뉴스에는 한 번도 못 나온 대신 9시 뉴스에 매일 나오는 그 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 여자’라고 말했단다. ‘토 쏠려서 조금 전에 소화제 한 병 마셨다’고도 했다.
이 정도면 비난의 천박성이 수준급이다. 그 자신이 성적 소수자이면서도, 차별받는 소수의 사정을 헤아리고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김여진씨에게 그런 발언을 한 것인데, 그 이유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고 최근에는 대학교 반값 등록금 시위에 참여하고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고 고공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인 김진숙씨를 위해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눈물로 하소연을 한 그녀의 행보가 싫었을 것이다.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돈과 권력이 타인의 아픔에 관심이 없는, 자신의 이익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 뜬 봉사들을 많이 만들어내 버렸으니까.
그는 또 그녀에게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냐고 비아냥댔는데 정작 자신의 말도 정치적이라는 것은 모르는 듯하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기본적으로 정치성을 띤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누군가 그에게, 보수정치인이 되고 싶은 거냐고 물으면 그는 어떤 대답을 할까.
아무튼, 문제는 김여진씨 말고 모욕을 당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진족과 밥집 아줌마이다. 여진족은 지금 어디에들 살고 있는지 잘 몰라서 말하기가 뭐하지만 나는 밥집 아줌마가 마음에 걸린다. 도대체 밥집 아줌마를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버릇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그동안 나는 수많은 밥집 아줌마들을 만났다. 물론 다 좋은 기억은 아니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아줌마, 맛과 정성보다는 그릇 수만으로 장사하는 아줌마, 안 먹으려면 먹지 마라 너희들 아니어도 손님 많다 유세 떠는 아줌마들 적잖았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많은, 좋은 아줌마들을 보고 살아왔다. 밥공기 하나 더 슬그머니 두고 가는 아줌마, 민박집과 차편을 전화로 물어봐서 알아봐준 아줌마, 심지어는 나를 사위 삼고 싶어했던 공사판 함바집 아줌마도 있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방이 이모였다. 오래전 그녀는 느닷없이 식당을 차렸는데 장사하는 폼이 좀 이상했다. 모든 손님이 아주 만족스러워하게 차려주었고 고기를 시켜도 추가 없이 배부르게 먹게끔 해주었다. 지나가는 노숙자들을 불러들여 밥 차려준 것도 여러번이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지난 뒤였다. 아들이 가출을 했는데 찾을 수도 없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어미로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식당을 차려서 사람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거였다. 그래야 내 자식도 어디에서 굶지는 않겠지, 하며 이모는 눈시울을 적셨다.
사람은 자기 직업을 닮기 때문에 그 아줌마들의 공통점은 눈이 순하고 타인의 배고픔을 안쓰러워하는 데 있다. 그래서 밥을 차려주는 이들은 측은지심의 모성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따뜻한 밥 차려주는 손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알려면 아주 쉽다. 한 두어 끼 굶겨놓으면 된다. 밥집 아줌마가 없다면 돈 있어도 밥 못 사먹는다. 직접 끓여 먹어야 한다. 영원히.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시가 생각난다. 시인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밥집 아줌마 무시하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제대로 차려주어 본 적 있느냐.’ 천박한 비난에도 김여진씨는 이렇게 대응했다. ‘그래도 당신이 차별을 받을 때 함께 싸워드리겠다.’ 시민사회 구성원의 덕목은 이 정도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