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다. 계속 시가 읽고 싶은, 시에 관심이 가는 때다. 내가 자주 찾아가는 양철댁님의 블로그에 오랜만에 들렀다. 시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나에겐 요즘 시가 '대세'다!!  

시집 제목도 희한하다.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이다, 5678도 아니다. 5679다. 그래서 불안한가. 그 중 한개의 시다. "헐거워짐에 대하여"  

우리들은 흔히 인간관계에 대해 애기할때 '난 저 사람과 안 맞아"라거나 "난 저 사람과 정말 잘 맞아"라는 말을 한다. 뭐가 맞는다는 건지 잘 모르지만, 나도 이런 애기를 잘 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맞음'과 맞지 '않'음에 대한 구분도 확실하게 의사표현하는 축에 속한다. 이런 나의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박상천 시인의 이 시를 읽는 순가. "아...."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건 아니었어"라고. 이제 나도 좀 '헐거워'저야 겠다. 그럴때가 된것 같다.
 
역시 나에겐 요즘 시가 '대세'인게 확실하다. 

 


헐거워짐에 대하여  

                                     박상천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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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04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스스로를 따 시키는 '스따'의 경향이 농후해요.
전 '감당할만한 거리'도 좋았어요.^^

햇빛눈물 2011-06-14 11:17   좋아요 0 | URL
저도 제 스스로 주위와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죠. 근데 이게 다분히 제 기준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요. 거리를 가깝게 할때는 확...멀때는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