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말러 공연이었다. 같이 보기로 친구와 전체 티켓을 패키지로 구매했는데, 올해 갑작스레(?) 결혼을 하는 관계로 바뻐 나 혼자 보게되었다. 모차르트의 '엑슐라테 유빌라테'나 말러의 교향곡 4번 모두 내가 좋아라하는 곡들이라, 기대를 잔득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아들 때문에 와이프만 집에 두고 나 혼자 가기가 너무 미안스러웠다. 와이프는 '눈치'없다 뭐라 한다. 난 작년에 티켓을 다 미리 예매한거라 어쩔수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핑계다.
![RCA-88](http://images-eu.amazon.com/images/P/B000084HBZ.03.MZZZZZZZ.jpg)
그래도, 예당에 가는 발걸음은 항상 즐거음으로 가득차 있다. 연습삼아 미리 곡들을 준비해 mp3로 들으며 가는 길...'엑슐라테 유빌라테'는 벤자민 브리튼 지휘,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1969년 녹음 앨범을 고클래식에서 다운받았다. 무엇보다 맑고 투명한 소프라노의 음색이 기분 좋았다. 말러 4번은 말이 필요없는 프리츠 라이너, 소프라노 리사 델라 카사, 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958년 앨범을 집어 들었다. 1악장 방울소리부터 경쾌하게 시작해 4악장의 조용한 마무리까지.
이번 말러 4번은 지금까지 본 서울시향 공연중에 최고로 뽑을 수 있을듯 하다. 내 개인적으로...물론 말러 공연 첫 곡인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서의 소름돋는 합창과 연주도 최고였지만, 이번 4번은 주변 청중의 조용함으로 음악에 상대적으로 집중도 잘되었고, 연주도 물이 흐르듯, 악기군간의 조화도 잘 이루어진 것 같았다. 특히나 처음 본 오보에 수석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듯하다. 또한 클라리넷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나 클라리넷 수석인 채재일씨는 언제나 최고인듯하다. 기복이 큰것 같지 않다. 이 글을 쓰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채재일씨의 아버지도 80년대 서울시향의 클라리넷 수석이었다고 한다. 말그대로 대를 이은 클라리네티스트다. 그리고 금관에서의 트럼펫 수석인 알렉상드르 바티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실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작년에는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수석이었는데, 올해부터 세계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로열콘세르트헤보우(RCO)의 수석 트럼펫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말그대로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트럼펫티스트이다. 국내에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서울시향에서 특히 금관 수석, 부수석 단원들은 모두 외국인들이다. 실력있는 국내 금관주자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The Brass of the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plays Stravinsky.
사실 서울시향 단원 중 내가 좋아라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팬이다. 2바이올린 2수석 김효경씨다.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사람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외모가 이쁘다는 것도 내가 좋아하게 된 큰 요인이지만, 매 공연마다 웃으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 사람이 자기 일을 저렇게 웃으며 재미나게 할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 꾸준히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프로필을 보니, 나하고 나이가 같은듯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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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11.1.7 서울시향 ‘말러’ 갈수록 기대된다
'말러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 탄생 150주년이었다면, 올해는 사망 100주년이다. 지난해 말러 전곡 도전에 나서 열풍에 불을 댕겼던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해를 바꿔 ‘말러 시리즈’를 이어간다.
지금까지의 말러는 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정명훈은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감동의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치고 빠질 때를 안다. 가령, 말러 시리즈 첫 포문을 열었던 교향곡 2번의 경우 1악장에서는 다소 늘어지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마지막 5악장에서는 폭발을 유도하며 곡의 전체적인 설득력을 높였다. 교향곡 1번도 비슷했다.
이는 지난해 초 “서울시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몸을 낮췄던 정명훈이 악장 간 균형을 달리하며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극적인 표현력과 효과적인 힘의 안배로 상쇄시키려는 자구책일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 기량을 냉정하게 인식해 최적의 결과를 내놓을 줄 아는 정명훈의 ‘경제성’이 대단하다.
세밑(12월 30일)에 선보인 말러 교향곡 3번 공연은 그 정점을 찍었다. 1악장부터 강한 면모를 보여 주며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어 나갔다. 연주시간만 100분에 이르는 장황한 곡이라 집중력을 잃으면 금방 흐트러지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넘치는 에너지와 안정감 사이에서 균형도 잘 잡아냈다. 말러 시리즈를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렇게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는 사실에 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현(絃)의 앙상블은 단연 돋보였다. 그동안 서울시향 현악주자들의 개개인 역량만큼 시너지가 나지 않아 늘 아쉬움이 컸다. 같은 파트임에도 들쭉날쭉 나오는 ‘시간차’나 매끄럽지 못한 소릿결은 귀를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3번 공연에서 보인 현의 앙상블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척 안정돼 있었다.
관(管)의 활약도 대단했다. 국내 오케스트라가 지겹도록 듣는 ‘허술한 관악’ 비판에서 적어도 서울시향은 자유로워진 듯싶다. 특히 트럼펫 주자인 알렉상드르 바티는 전체적인 앙상블을 해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줬다. 압도적인 리듬감과 강약 조절, 소리에 기름칠을 한 듯한 유연한 팡파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티는 네덜란드가 국보급으로 자랑하는 로얄콘세르트헤바우(RCO)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수석으로 최근 임명됐다. 세계 정상급 관악주자의 기량을 서울시향에서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드리안 페루숑의 팀파니는 오케스트라의 안정적인 호흡에 큰 힘을 보탰다. 팀파니가 이렇게 돋보인 것은 국내 오케스트라 사상 전례가 없지 않나 싶다.
1번부터 10번까지 총 10개의 말러 교향곡 가운데 올해 4~9번 6개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입소문이 파다하게 나 공연 표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8번(일명 ‘천인 교향곡’)은 올 12월 공연인데도 좌석이 200석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다. 신묘년 새해에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어떤 말러를 보여 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겨레신문 2011.1.14 “8월에 다시 유럽투어 떠나요”
도이체그라모폰과 음반계약도
“시향 전용 콘서트홀 꼭 필요해요
“지난해 유럽 투어 연주에서 ‘창피할 정도로’ 평가가 좋게 나왔어요. 저는 단원들에게 그것을 믿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올해도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초청받아 8월부터 다시 유럽 투어를 떠납니다. 또 5월에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 도야마 등 3개 도시 투어일정도 잡혔습니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우리 서울시향 식구들이 매일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무대 설 때마다 오디션 받는 느낌을 즐기고 있다는 거여요.”
지난해 서울시향은 활약이 눈부셨다. 해외에선 5월 유럽 4개국 9개 도시 투어 연주에서 90%가 넘는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말까지 기획된 ‘말러 2010~2011 시리즈’가 티켓이 매진되는 호응을 얻었다. 14일과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주일 간격으로 선보이는 말러 <교향곡 4번>과 <교향곡 5번> 연습에 여념이 없는 정명훈(58·사진)씨를 12일 서울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났다. 그는 “6년 전 서울시향을 맡으면서 구상했던 단계의 절반 수준에 왔다고 본다. 앞으로의 절반이 더 힘들고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껑충껑충 뛰면서 왔는데 이제는 뛸 수가 없어요. 리코딩도 하고 투어 연주도 하고 매일매일 싸워가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50년 이상 음악을 했고 ‘말러 시리즈’도 처음 하는 게 아닌데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어요. 그 전보다 조금이라도 잘해야 되니까요.”
정 감독은 말러 시리즈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향은 초주검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말러 음악은 굉장히 뜨겁고 사람의 마음을 마구 흔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에 아주 잘 맞죠. 저도 한국 사람이니까 뜨겁고 차갑고, 맵고 짠 것이 확실해요.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하고 참을성이 없는 성격이죠. 그래서 말러를 거의 죽어가면서 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해요. 점잖게 할 수 없고 거기에 빠져서 해야 하기 때문에 죽어간다는 뜻이죠.”
힘들게 한 만큼 성과도 크다. 세계적인 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에서 아시아 악단 최초로 음반을 낸다. 비르투오소(장인) 오케스트라를 꿈꾸는 그의 구상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말러 다음으로는 요제프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 시리즈를 하고 싶다고 정 감독은 밝혔다. “나이가 들수록 영적인 것이 점점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는 음악을 하면서 날 수 있는, 날아가는 느낌의 음악, 싸우는 느낌이 없는 음악이 점점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바로 부르크너의 음악이 날아가는 느낌을 줍니다. 말러만 해도 날아갈 때도 있지만 이건 막 헤매고 막 고생하고 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요. 말러 교향곡 4번하고 9번을 빼놓고 다른 것들은 이제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웃음)”
최근 그는 예술섬(노들섬) 전용홀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강 노들섬에 서울시향의 전용홀 건립 계획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갈등을 빚으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ps : 개인적으로 서울시의 노들섬 개발 계획은 찬성하지 않지만, 서울시향의 전용홀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DG와의 음반 발매는 정말 기대된다. 또한 말러 사이클이 끝나고 브루크너 교향곡 시리즈도 정말 서울시향이 한번 해줬으면한다. 정말 앞으로가 기대되는 서울시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