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핫트랙 매장에서 매월 초에 배포되는 클래식 전문 무료 월간지 <La Musica>가 있다. 작년부터 교보문고를 들를때마다 챙겨보고 있다. 음악가에 관련된 기사라든가, 신간 리뷰 코너는 아주 유익하다. 가끔은 리뷰 기사를 읽고 관심가는 앨범을 구매하기도 한다. 

내가 음반을 리뷰할 수 있는 수준은 당연히 안되니, 매월 초 이 책을 본 후 내가 관심이 가는 음반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1. 교향곡, 관현악곡  

     

   

Wagner-The Ride of Valkyrie-Klaus Tennstedt-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at Tokyo 1988

단연, '이 한장의 명반'시리즈로 나온 클라우스 텐슈테트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989년에 녹음한 말러 교향곡 1번이다.(DVD로도 나와있다. 가격이 좀 쎄지만 노려볼만 하다) 고클래식을 통해 이 음반의 발매 소식은 작년에 들었다. 고수분들에 의해 전설적인 음반으로 칭송되는 놈이다. 작년 7월에는 같은 지휘자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88년 로열페스티벌 홀 실황으로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이 역시 '이 한장의 명반'시리즈로 나왔다.  

리뷰 기사를 옮겨 보면 이렇다. "거장이 죽기 8년 전 음악적으로는 거의 최만년에 행당하는 이 시기에 이 기념비적 녹음이 탄생했다. ... 무게중심이 완전히 4악장에 쏠려있는 불균형적인 연주이다. ... 텐슈테트는 특히 균형잡힌 고른 음햠의 구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1악장의 젊은이의 발걸음은 음침하고 무거우며 개파와 이후의 관악 파트는 4악장의 전투적인 장면을 예견하는 것처럼 육중한 무게감을 지닌다. 랜틀러 또한 엄청난 무게감으로 엄습해오는데 기저를 긁어대는 중저음의 현악군은 거의 짓이긴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폭력적인 느낌이 강하다. 성부의 고른 음향의 구현이나 디테일의 구현, 과장될 정도로 느린 속도로 인한 소화불량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승리로 압축되는 집약적인 4악장을 듣는다면 이 모든 불만이 일거에 해소되는 해방감을 느낌 수 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1번의 백미는 4악장 Stürmisch bewegt(격렬하게 움직이며)이다. 말 그대로 격렬하게 연주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음반 중 가장 맘에 드는 말러 1번은 가리 베르티니의 쾰른 방송 교향악단의 1991년 일본 선토리홀 실황 녹음이다. 작년에 EMI 전집으로 구입한 것이다.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연주가 맘에 들었었다. 그 전에는 고클래식에서 다운 받은 야샤 호렌슈타인의 1969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시리즈로 진행된 1번 연주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듣는 내내 몸이 들썩들썩 거릴 정도로 나에게는 흥겹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공연이었다. 서울시향의 말러 2번과 1번은 향후 음반화 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두번째도 역시 말러 교향곡 1번이다. 얀 빌렌 데 브린트의 네덜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반이다. 그런데 좀 특이한 말러 1번이다. 지금 흔히 듣는 말러 1번은 형식이 4악장이다. 이 판본은 1906년 유니버셜 에디션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음반은 1893년 함부르크 공연 버전으로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엄밀히 애기하면 이 음반은 교향곡 1번 D장조가 아닌 '2부분으로 구성된 교향시' '타이탄'인 것이다. 흔히 들을 수 없는 곡이기에 한번 구매해 들어보고 싶은데 SACD라 가격이 거의 보통 CD의 두배이다.  

 

세번째는 후기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인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의 <식탁음악(Tafelmusik)>이다. 텔레만은 바흐와 헨델과 같은 동시대인으로 생전에는 그들보다 더 유명세를 떨렸다고 한다. 식탁음악은 말그대로 식사 때 그 옆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특히 17∼18세기의 궁정이나 귀족사회에서 즐기던 일종의 사교음악을 이른다. 왕후·귀족들이 연회 때나 그 밖의 장소에서 전속음악가에게 연주시켰다고 하며 텔레만은 《타펠무지크 Musique de Table》라는 제목의 곡을 많이 작곡했다고 한다. 리뷰 기사를 보면 "'식탁음악'이라는 제목대로 여흥음악으로서도 일급이겠지만 사실 제목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게 대단히 복합적이고 조직적인 걸작이다. 마치 여러 코스의 만찬에 어울리듯 세 파트가 저마다 서곡(모음곡), 사중주, 여러 악기를 위한 협주곡, 트리오, 독주 소나타와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하나하나는 서로 다른 다양한 악기 편성과 양식을 통해 당대 유럽 음악의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아들과 아내와 밥먹으며 한 번 들어봐야 겠다. 뭐 집에서 먹는 '집밥'이 '타펠뮤지크'에 어울리는 코스요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입맛에는 와이프가 해준 '집밥'이 더 맛있으니 어울릴수도 있겠다. 리뷰기사에 비교대상 음반 중에 라인하르트 괴벨 지휘의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Musica Antiqua Köln) 연주의 Archiv 음반이 고클래식에 올라와 있으니 우선 다운 받아 들어보고 구입을 결정해야 겠다.  

 

2. 협주곡 

 

협주곡으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집으로 에밀 길렐스, 조지셀 지휘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1968년 녹음 앨범이다. 디지털리마스터링을 거친 앨범으로 3for1으로 할인 가격이 약 15,000원이다.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근데, 음반을 많이 들어보지도 않고 귀도 예민한 편은 아닌것 같지만 다른 음반들에 비해 EMI의 녹음은 내 귀에는 좋지 않은 것 같은 것 같다. 이상할 정도는 아니지만... 리뷰 기사는 이렇다. "평생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고 걸출한 명반을 남긴 길렐스와 베토벤의 인연은 남다르다. 강하고 엄정한 해석과 무게감 있는 터치로 어떤 곡에서든 그 개성을 발휘했던 길렐스의 모습을 오랜만에 엿볼 수 있는 기회다. ... 이 음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주는 길렐스가 가장 아꼈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4번의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1,2,5번의 완성도도 걸출하며 특히 5번 '황제'의 경우엔 길렐스의 호방한 스케일과 테크닉이 화려하게 살아난 작품이지만 3번, 4번 연주가 지닌 길렐스적인 매력은 대단한 것이다. (3번)첫 단추를 여는 단호한 터치. 노크 주제의 엄정함과 조지 셀이 긴장력을 높이며 서포트. 특히 선율선을 멜랑콜릭하게 휘감아 강함 속에 유연한 노래결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길렐스의 피아니즘은 천의무봉에 가깝다. 주제 선율의 아름다움을 풀어놓는 칸타빌레는 4번 협주곡에서 그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증폭시킨다. 마치 초콜렛처럼 녹아내리는 벨벳 감촉의 아우라의 연주처럼, 길렐스는 피아노 협주곡 4번에 환상성과 서정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나도 언제 단순히 좋다가 아닌 '초콜렛처럼 녹아내리는 벨벳 감촉'이라는 구체적인 감상평을 쓸수 있을까나? ㅋㅋ 

3. 실내 / 독주 

    

 

Hamelin plays Hamelin - Étude No.8 'Erlkönig' after Goethe

 독주곡 앨범으로는 수많은 초절기교 작품으로 청중들을 놀래켜 왔던 슈퍼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의 “단조에 의한 12개의 연습곡”이다. 이 연습곡을 만들기 위해 아믈랭은 무려 25년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가장 이해하는 자는 다른 이가 아닌 작곡자 자신일 것이다. 그러니 “단조에 의한 12개의 연습곡”은 아믈랭의 연주를 우선 들어야 할 것이다. 리뷰 기사는 이렇다. "아믈랭이 직접 작곡한 12개의 에튀드는 그 압도적인 특성이 극한으로 발휘되어, 장대한 화성의 울림과 마치 거대한 종처럼 울리는 피아노의 파도같은 스케일을 느낄수 있는 곡이다. 끊임없이 파되며 휩쓸고 사라지는 두터운 화성 속에는 곡에 대한 그의 완벽한 장악력과 능수능란하게 피아노를 주물러대는 장인의 솜씨를 느낄수 있다. 각 에튀드는 거장들의 스타일을 따랐다. 쇼팽, 리스트, 파가니니, 로시니, 스카를라티 스타일이라고 적혀있는 제목은 이 작품의 유래가 거장들의 비루투오적인 유산에 그 뿌리가 있다는 점을 알게 한다." 찾아 보니 하이페리온에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3번도 있다. 쇼팽 피아노 소나타를 좋아하는데 기회되면 한번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예전에 클래식 처음 시작할때 막연히 사고 싶어 산 DVD가 있다. "Euroarts Premier Collection - Piano"라고 DVD 8장으로 된 박스세트다.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노 지휘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사이클이 DVD 2장에 들어있다. 사서 다른 것보다 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박스세트에 아믈랭 DVD도 있다. 찾아서 다시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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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님~~~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시간이 나면 님의 서재를 처음부터 둘러봐야겠어요~~~~.^^;;
밤이 깊었습니다,,,편안한 밤 되시길요..

햇빛눈물 2011-01-13 12:2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단지 조아라 할 뿐입니다. 배워가고 있는중입니다. 오히려 나비님의 블로그에는 저의 '감정'을 깨워주는 내용이 많어서 제가 오히려 찬찬히 둘러봐야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