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고민상담소 - 독자 상담으로 본 근대의 성과 사랑
전봉관 지음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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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청춘들의 성과 사랑은 고민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니었는데도 그 시기를 지나는 청춘들은 성과 사랑이 그들의 모든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20대도 그러지 않았는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모든 것이었고, 그와 육체관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큰 화두였다. 나의 20대를 기억해봐도 그렇다. 여성은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킬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할 것인가에 아주 많은 고민을 했으니까.

 

그때의 우리 사회는 그랬다. 남자는 순결을 지키지 않으면서 순결을 잃은 여자들을 기피하고 결혼에까지 이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자유연애를 외친 1930년대의 청춘들도 우리들의 20대와 다르지 않았다. 조혼 풍속 때문에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구여성인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보기 싫어 이혼을 원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구태의연하게 집안에서 살림만 하는 구여성보다는 자유연애를 표방한 신여성들이 매력있게 보여지기는 했을 것이다. 부모에 의해 강제로 사랑하지도 않은 여자와 결혼했지만, 나중에야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만났으니 이혼을 원하는 남성들도 많았고, 이혼하겠다며 신여성과의 동거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내가 있는 남자인줄 알면서도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첩이라는 용어보다는 '제2부인' 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올 정도였다.

 

 

조혼이 야기된 외도, 축첩, 이혼, 가출, 살인, 자살 등의 숱한 사회적 병폐들을 고려하면, 부모라고 조혼이 자녀를 불행에 빠뜨릴 야만적인 폐습임을 몰랐을 리 없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불행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린 자녀를 혼인시키지 못해 조바심을 쳤던 셈이다. 유교가 지배 이념이었던 전근대 한국 사회에서 가문의 대를 잇는 것은 단순한 풍속을 넘은 일종의 종교적 가치였다. 조혼은 자손을 얻는 일에는 열성적이지만 그렇게 얻은 소중한 자손의 행복에는 무관심했던 전근대 한국 사회의 역설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인습이었다. (23페이지)

 

 

조혼의 폐해때문에 구여성과 신여성 모두 피해자가 되는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조혼의 폐습은 몽골 지배기 고려에서 시작된 공녀 진상과 조선 시대 왕실의 간택 때 반포된 금혼령에 있다고 한다. 조혼의 폐습으로 인해 고민하는 청춘들이 많았던지 신문에서 '어찌하리까'라는 신문 지면을 통해 고민하고 그에 때한 해답을 제시하는 기사를 내보이며 청춘들의 고민을 통해 사회, 문화사적 의미를 규명하는 글이다. 부제도 '독자 상담으로 본 근대의 성과 사랑' 이라고 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1930년대의 고민과 그에 따른 해답을 제시한 것을 보며 지금으로부터 80여년전인 청춘들의 고민이나 현재의 청춘들의 고민이나 시대적 배경만 조금 다를뿐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젊은 청춘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방송이라는 이유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하고, 청춘들의 가장 고민사항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직접 목소리로 듣고 그에 따른 답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성에 대한 이야기는 숨기는 거라고 알고 있었던 기성세대들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소재였다. 하지만 청춘들은 열광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딸아이에게 왜 보느냐는 말까지 했었지만 몇번 보았더니 이런 이야기야말로 터놓고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청춘들에게 그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던 이유를 알수 있었다.

 

 

어쩌면 『경성 고민상담소』는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과 맥락을 같이 한다. '어찌하리까'라는 신문 지상에서 어느 한 사건에 대해 토론까지 벌였던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다보니 그 의견들에 대해 뜨거운 감성을 쏟아부었다.

 

상담 내용 중에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거나 성병에 걸린채 결혼한 여성이 존재했다는 것도 새로웠다. 유교사상이 아직 남아있었을 그 시기라고 생각했지만 봉건적 정조 관념이 서서히 해체되고 있었던 듯 하다. 상담 내용을 보면 기혼 여성이 직장에서 만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거나 미혼 여성이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며 어찌해야 되느냐는 상담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서로 사랑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는데 남자가 연락이 끊어졌다는 등 아이는 어찌해야 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되느냐는 고민까지 아주 다양했다.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나를 그리 믿지 못하느냐'면서 만날때마다 그녀의 정조를 요구하는 남자때문에 고민하는 이에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냐면서 절대 허락하지 말라는 대답을 제시한 것을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육체적 관계를 맺기 위해 여자들을 꾀는 남자들의 수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는 저자의 글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지나온 20대의 성과 사랑, 현재 20대의 성과 사랑, 80년 전의 청춘들과 성과 사랑은 조금씩 방법과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느 시대나 성과 사랑은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안겨주는 화두인것 같았다. 우리가 역사를 보며 현재의 정치를 이야기하듯, 그 시대의 성과 사랑을 보며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다가올 아이들의 성과 사랑도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기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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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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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닐적에 교과서에서 자주 만나는 게 공자의 '논어'였다. 수업시간에 만났던 공자의 말들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시험에 나올까 싶어 달달 외우는 정도였다. 그때 배웠던 공자의 논어와 공자의 제자들의 이름이 아직까지도 자세하게 기억되는 걸 보면, 그때 달달 외웠던게 이토록 오래가는 가 싶어 학창시절에 공부했던 게 평생을 가는구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공자의 말씀들이 다 한자이기때문에 더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몇 년전부터 공자의 '논어'를 읽어야지,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구입해야지 하고 리스트에 넣어놓기도 했었는데 다른 문학서적들에 항상 밀리곤 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인문학자인 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가 한글로 쉽게 풀어낸 『한글 논어』가 출간된 것을 보고 이번 기회에 꼭 읽어야 겠구나 다짐을 했다. 그러고 내게 온 『한글 논어』이다. 일단 한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모르는 한자들은 일일이 찾아 읽어봐야하는 '논어'에서 한글로 풀어 쓴 『한글 논어』는 아주 읽기 싶고, 받아들이기 쉬웠다. 사실 한자가 쓰여져 있으면 미리부터 읽기 싫은 경우는 있잖은가.

 

 

논어가 소설처럼 읽히는구나, 하면서 읽었다.

일단 한글로 되어 있어서 읽기 쉽고, 막힘이 없을 뿐더러 그 뜻을 이해하기가 쉬웠다. 이번에 『한글 논어』를 읽으면서 느낀건데, 우리가 지금에서도 왜 고전을 읽는지, 고전에 있는 말들에 감동을 받는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직장생활이나 친구들간의 사이에서도 자주 보는 사이는 매일 좋을수만은 없다. 자주 보는 사이일수록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에도 상대방은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정작 말을 건넨 사람은 잘 모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야 그 사람이 내가 하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걸 알고는 조심해야지 생각하는 경우도 꽤 있다.

 

 

상대방을 진짜 생각하는 거라면 충고를 해야 할까? 그냥 두고 봐야 할까? 나 같은 경우,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충고를 건네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해주는데, 막상 그 충고를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두세 번까지 말을 했어도 그 사람이 듣지 않는 경우, 내 말에 기분 나빠할 경우에는 포기해버리는 게 내 성격이기도 하다. 상대방은 고칠 마음이 없으므로. 내가 하는 말에 기분만 나빠하므로.

 

 

 

역시나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말에, 다시 되새기고 싶어 포스트잇을 많이 붙여놓으며 읽었는데, 친구들이 하는 단체톡에 공자의 말씀을 적어주기도 하고, 진짜 맞는 말이구나 마음에 새겨야겠다 하는 말들이 많았다.

 

 

충고를 토해 잘 인도해 주되 충고를 듣지 않으면 그만두어라. 지나치게 충고하여 욕을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310페이지, '안연' 편)

 

벗과 벗 사이의 사귐에 있어서 성심성의껏 충고하고 설득하며 인도해주어야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일지라도 상대가 듣지 않으면 그만두어야 한다, 라는 말이다. 지금 내 상황과도 너무 맞는 말이고, 우리가 사람과의 사이에서 새겨야 할 말이다.

 

'자한' 편에서 공자가 한 말을 볼까. 이 말은 친구들에게도 써준 대목이다.

 

공자는 평소에 다음 네 가지 행동을 절대로 즐겨 하지 않았다.

첫째, 자기 뜻만을 세우지 않았다.

둘째, 꼭 그렇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않았다.

셋째, 완강하게 고집부리지 않았다.

넷째, 자기만이 옳다고 여기지 않았다. (237페이지, '자한' 편)

 

나이가 든 사람을 대하다보면 갈수록 아집이 강해지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한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런 아집을 가질까, 싶은걸 자주 느낀다. 상대방의 말은 듣기 싫어하고, 자신이 말을 했을때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는 걸 보면서 느낀 점이다. 어떨때는 나한테도 조그만 말에 상처받고 서운해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내가 그들처럼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나눈 이 문장들을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자는 때와 장소, 사람의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어느 한 마디의 질문에 제자마다 다른 대답을 해주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정형화된 답이 아닌 그 사람에 따른 대답을 해주었다. 이는 공자가 마음을 닫아놓지 않았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는 뜻이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열린 마음을 가지면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잘 할 수 있고,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리뷰 읽으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일독을 하고 나면 재독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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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제시카 : 하루하루 신기하고 분주한 꼬마 아가씨의 반짝반짝 성장기 - 태어나서 다섯 살까지 여행작가 아빠 엄마가 담아낸 사랑스런 일상들
안영숙 글, 최갑수 사진 / 예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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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책을 만났다.

여행작가이자 사진작가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다섯 살이 될때까지의 일상들을 사진으로 담은 사진집이다. 아이들이 내 손을 떠난 시점에서 어린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이뻐하는 그 심정을 알수 있을 정도다. 내 아이는 그렇게 이쁜줄 모르고 키우다가 조카여자아이가 태어났을때의 그 어여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아이의 눈짓 하나, 몸짓 하나에 온 식구들이 웃고 즐거워한 것처럼 나도 조카아이를 보며 깨물어주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을 정도였다.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들이 더 이뻐 보이는게 사실이다. 티셔츠를 입더라도 남자아이들의 옷은 밋밋한데 비해 여자아이들의 옷은 색깔도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다. 앙증맞은 치마를 입을때면 얼마나 예쁜가. 앙증맞은 신발 하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조그만 가방 하나도 어여쁨 그 자체이다. 그래서일까. 다시 아이를 가진다면 여자아이를 더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를 키울 때의 즐거움과 기쁨이 더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이가 아닌 한 여행작가의 아이인데도 제시카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진으로 만났을 뿐이었지만, 막 태어나서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까지의 그 모든 일상을 바라보는게 즐거움이었다. 제시카의 일상들이 담겨진 사진집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래전 첫 아이, 딸을 키웠을 때의 그 시간속으로 들어갔다. 막 태어나 낮밤이 뒤바뀌어 직장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일, 욕실에서 출근준비하는 내가 불안한지 욕실문을 두들기던 일, 얌전한 아이가 아니라 말괄량이 기질이 있어 식탁 위에라도 올라가면 앞뒤 보지 않고 방바닥으로 쿵 떨어지던 일, 출근했다 돌아오니 거실 바닥 전체에 식용유를 발라놓아 주방세제로 거실 바닥을 오랜시간동안 닦아야 했던 일들이 말이다.

 

 

그때는 그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오래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들을 키웠던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평생의 기쁨을 애기였던 4~5년에 걸쳐 다 준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그 짧은 시절에 평생의 기쁨을 주고 나머지 기간에는 부모 애를 태운다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친적도 있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을 키우는 재미가 더 있다. 남자아이들도 물론 기쁨을 주지만 여자아이와는 약간 다르다. 남자아이들이 대부분 무뚝뚝한데 비해, 여자아이들은 애교스럽고 곰살맞다.

 

사진집에서 제시카의 표정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입을 삐죽이며 우는 모습, 면을 좋아해 맛있게 먹는 모습,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다 발라가며 먹는 모습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제시카는 엄마에게 아빠에게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였을까. 우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러운 아이에 대한 애정이 사진속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사진집이라 사진이 주를 이루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담은 아빠의 사진과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는 짧은 글들 때문에 책 한 권이 금방 마지막 장이었다. 가장 사랑스럽고 어여쁠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 때문에 또다시 여자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또 하나 낳아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주말에 동생집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아이를 낳는 그 시간들을 화면에 담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아이를 처음 맞이하는 부부의 모습을 화면속에서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새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가슴벅차는 순간인것 같다.

 

 

아이들의 어렸을 때 모습을 많이 사진으로 담아놓긴 했지만, 이처럼 사진집으로 나온 걸 보며 이렇게 해주지 못한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변변찮은 앨범하나 제대로 없는 둘째아이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얼마전에 오래된 사진을 들춰보다가 아이들의 어렸을 때 사진을 보고 그때의 시간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다시금 아이들의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나 혼자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고, '그땐 그랬었지' 하는 말들을 서로 나눠보고 싶다.

 

 

사랑스러운 아이, 제시카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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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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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참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화목하게 보여도 속으로는 알수가 없는게 부부인것도 같다. 타인들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는 숨기고 싶었던 일들이 낱낱이 공개가 된다. 부부는 부부대로 밖에서는 웃지만, 안에서는 상처가 터질듯 곪아갈 것이고, 그런 부부를 바라보는 아이들 또한 상처 받고 그 상처때문에 아파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내 가정만 보고는 다른 이들의 가정도 별문제 없을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은 내가 살아가는대로 바라보니까. 둘러보니 이혼한 친구도 있고, 이혼은 아니지만 서로 소 닭 보듯 보는 부부들도 있고, 서로 다른 생각, 행동들을 하는 부부들도 꽤 많이 보인다. 부부라는게 나 혼자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살아지는 것이 부부라고 보는데, 사람들 중에 어떤 이들은 나는 그대로고 상대방이 변화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싶다. 타인들이 만나서 서로 맞춰 나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는게 부부관계를 지혜롭게 유지하는 비결인가도 싶다.

 

요즘엔 가족에 대한 화두를 말하는 책이 꽤 나온다.

그만큼 가족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겠지.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는 루이스 어드리크는 『그림자 밟기』에서 자전적 내용을 다루었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는 말에서 우리는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행복하지 않았던 부부, 뿔뿔이 흩어져 버렸을 가족 구성원, 그들의 속사정이 못내 아팠을 것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우리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이들 부부의 삶은 아픔이었다. 그토록 남편과 헤어지고 싶었던 아이린과, 아내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남편 길, 남편이 자신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일기, 은행의 보관 금고에 가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쓰는 아이린의 마음은 참 아이러니다. 미국 보통의 가정이 아닌 아메리카 원주민의 핏줄을 물려받은 가정으로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그녀가 남편에게 보이기 위한 레드 다이어리와 자신을 위해 썼던 블루 노트의 두 권의 일기 속에서 우리는 아이린의 다른 모습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자신과 아이를 때리는 남편 길에게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며 부부가 상담사를 찾아 갔을 때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누구하나 진심으로 상담사를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 노력없이, 그저, 그에게서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 부부의 속내들이 못내 마음아팠다.

 

 

이따금 갈등에 지칠때, 언젠가 한겨울에 변압기가 무너져 정전이 되었을때, 모든 가족들이 초를 가져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할때의 이 가정은 가장 평화로웠다. 온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어렸을때 했던 그림자 밟기 놀이가 생각날 만큼 이 가족의 그림자 밟기 놀이는 가장 평화롭게 보여졌다.

 

살아갈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견딜수 있는 것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지 않는가. 가족에게서부터 버림을 받고, 서로 피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깨지고 말 불안한 유리잔 같을지도 모른다. 또는 높은 산 위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서 있는 삶의 벼랑에서 그만 내려왔으면 싶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위해 해결을 보았어야 했다고 보았다.

 

 

길과 아이린, 이들은 사랑한다고 여겼지만, 끝내 그 사랑은 집착으로 이어져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이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 부부처럼 느끼는 가정도 있을 것이기에, 무거운 바윗돌을 얹어 놓은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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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홀리데이 (2014~2015년 최신판, 휴대용 맵북) - 타이베이.가오슝.타이난.타이중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8
우지경.이주화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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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여행에 목말라한다. 여러 여건이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결국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외국여행을 못가는 이유이긴 하지만, 여행을 떠난 이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책으로 달랜달까. 여행을 직접 떠나는 사람보다 가지 못하는 사람이 여행 관련 에세이를 더 많이 본다는 통계도 언젠가 신문에서 나온적이 있었다. 다들 각자의 사정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을 책으로라도 위안을 삼는 사람이 많은 탓일게다.

 

가족들과 여행을 갈때면 우리는 현지 음식을 사먹기보다는 챙겨가 직접 해먹는 스타일이다. 주로 여동생네와 함께 다니는데, 현지에서 사먹는 거라곤 맥주와 싱싱한 회 정도다. 하지만 외국여행 갈때는 예외라는 건 안다. 우선 챙겨갈 수가 없고,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 몇 달전 5월 연휴를 앞두고 친구가 홍콩 여행을 가자고 했었다. 예약을 하려고 봤더니 벌써 예약이 차버려 대기 순서로 있다고 해, 기다리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나중이라는 말을 자꾸 하고 살았더니 외국 여행이 점점 멀어져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가까운 시일내에 일본이라도 다녀와야지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TV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꽃보다 할배'에서도 다녀왔던 타이완 여행서를 만난 것이다.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책이 여행을 떠난 작가의 사진과 감성이 있는 에세이가 있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실제 여행지에서 만나는 거리, 지도, 열차 노선, 그리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여행 안내서였다. 우선 타이완을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 결정하고, 지역에 따라 며칠을 머무는 여행을 할 것인지 정하고 그에 따른 일정과 가고자 하는 지역의 문화유산, 둘러봐야 할 자연환경 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잘 알지 못했던 타이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미지의 나라였던 타이완이 상당히 가깝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여태 타이완을 가보겠다는 생각은 거의 해본적이 없었고, 먼 유럽이나 가까운 홍콩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타이완이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국내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생소한 곳을 다녀올때의 그 느낌을 알기에 어디든 떠나기만 하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또 어떤가. 여행지에서의 음식이란 그저 간단하게 챙겨먹으면 다 일것 같았는데, 타이완 여행서를 보며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몇가지가 생겨버렸다. 평소 한여름에도 냉면을 빼놓고는 차가운 음식을 즐겨먹지 않는데, 책 속에서 여러번 나왔던 망고빙수는 꼭 맛보고 싶은 것이 되었다. 그토록 작가들의 입맛에 맞았나 궁금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려 그 맛을 기대한다는 게 몹시 궁금했다. 또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취두부는 또 어떻고, 훠궈의 국물맛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난 맥주를 많이 마시지도 못하고, 맥주맛도 잘 모르지만, 새로운 맥주가 있으면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세계 맥주가 세일이라도 하게 되면 몇 개씩 골라오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하우스 맥주를 파는 곳이 있으면 꼭 한 잔이라도 마셔보고 온다. 일본 맥주도 몇가지 마셔보긴 했는데, 책 속의 타이완 맥주캔을 보니 그 맛이 몹시 궁금해졌다. 타이완 여행을 간다면 종류별로 몇 개 사와서 꼭 마셔보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타이완 여행 안내서 답게 책속의 내용은 상당히 알차다. 코스 별로 시간대까지 배분해 교통편, 음식, 꼭 둘러봐야 할 곳들을 정리했다. 또한 책의 마지막 편에는 여행 준비 컨설팅까지 수록되어 있어 여행시 준비해야 할 목록을 점검할 수 있게 했다.

 

여행서적 속의 사진과 문화유산의 자료, 음식 등의 사진과 설명들을 읽고 있으려니 못내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금방이라도 짐을 꾸려 떠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기까지 했다. 여행이란, 떠나야 겠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행복해지는 것을. 떠날 준비를 하며 마음이 벌써 즐거워지는 것임을 새삼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타이완을 자세히 나타내주는 지도와 열차노선도까지 별도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타이완 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을 필수품으로 챙겨가야 할 만큼 알차다. 빨간색으로 되어 이쁘고 사이즈도 가방속에 들어가기 딱이다. 타이완 여행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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