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란 참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화목하게 보여도 속으로는 알수가 없는게 부부인것도 같다. 타인들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는 숨기고 싶었던 일들이 낱낱이 공개가 된다. 부부는 부부대로 밖에서는 웃지만, 안에서는 상처가 터질듯 곪아갈 것이고, 그런 부부를 바라보는 아이들 또한 상처 받고 그 상처때문에 아파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내 가정만 보고는 다른 이들의 가정도 별문제 없을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은 내가 살아가는대로 바라보니까. 둘러보니 이혼한 친구도 있고, 이혼은 아니지만 서로 소 닭 보듯 보는 부부들도 있고, 서로 다른 생각, 행동들을 하는 부부들도 꽤 많이 보인다. 부부라는게 나 혼자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살아지는 것이 부부라고 보는데, 사람들 중에 어떤 이들은 나는 그대로고 상대방이 변화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싶다. 타인들이 만나서 서로 맞춰 나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는게 부부관계를 지혜롭게 유지하는 비결인가도 싶다.

 

요즘엔 가족에 대한 화두를 말하는 책이 꽤 나온다.

그만큼 가족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겠지.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는 루이스 어드리크는 『그림자 밟기』에서 자전적 내용을 다루었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는 말에서 우리는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행복하지 않았던 부부, 뿔뿔이 흩어져 버렸을 가족 구성원, 그들의 속사정이 못내 아팠을 것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우리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이들 부부의 삶은 아픔이었다. 그토록 남편과 헤어지고 싶었던 아이린과, 아내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남편 길, 남편이 자신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일기, 은행의 보관 금고에 가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쓰는 아이린의 마음은 참 아이러니다. 미국 보통의 가정이 아닌 아메리카 원주민의 핏줄을 물려받은 가정으로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그녀가 남편에게 보이기 위한 레드 다이어리와 자신을 위해 썼던 블루 노트의 두 권의 일기 속에서 우리는 아이린의 다른 모습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자신과 아이를 때리는 남편 길에게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며 부부가 상담사를 찾아 갔을 때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누구하나 진심으로 상담사를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 노력없이, 그저, 그에게서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 부부의 속내들이 못내 마음아팠다.

 

 

이따금 갈등에 지칠때, 언젠가 한겨울에 변압기가 무너져 정전이 되었을때, 모든 가족들이 초를 가져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할때의 이 가정은 가장 평화로웠다. 온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어렸을때 했던 그림자 밟기 놀이가 생각날 만큼 이 가족의 그림자 밟기 놀이는 가장 평화롭게 보여졌다.

 

살아갈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견딜수 있는 것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지 않는가. 가족에게서부터 버림을 받고, 서로 피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깨지고 말 불안한 유리잔 같을지도 모른다. 또는 높은 산 위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서 있는 삶의 벼랑에서 그만 내려왔으면 싶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위해 해결을 보았어야 했다고 보았다.

 

 

길과 아이린, 이들은 사랑한다고 여겼지만, 끝내 그 사랑은 집착으로 이어져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이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 부부처럼 느끼는 가정도 있을 것이기에, 무거운 바윗돌을 얹어 놓은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