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앤 브래셰어스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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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시공간을 넘는다는 이야기는 꽤 많다. 또한 오랜시간 죽지않고 몇백 년을 사는 사람이야기도 있다. 얼마전에 끝난 드라마도 있지 않았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자에게서 그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 모습에 부러움 때문에라도 그 드라마의 내용에, 배우에게 열광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의 판타지는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사람, 죽어서라도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환생하고 또 그 사람을 애타게 바라보는 이의 감정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감정이입되어 가슴이 아프거나 뭉클하다.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에서처럼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천년을 넘게 윤회를 반복하고 있는 대니얼의 사랑도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기시감도 전생의 기억들의 편린들이라고 하는데, 소설에서처럼 전생의 모든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현생에서 얼마나 힘들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현생에 적응하기란 너무나 힘들것 같다. 이처럼 대니얼은 자신의 전생을 모두 기억한다. 환생할때마다 조금씩 모습은 변하고 성격도 변하지만 영혼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 태어나 수없이 죽고, 수없이 새로 태어났다.

 

대니얼에게는 환생할 때마다 찾는 이가 있었다.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자신의 실수로 한 소녀를 죽이고 말았을때의 죄책감과 그후의 생에서 자신의 형 조아킴의 아내로 온 소피아를 보고 소피아가 그 죽은 소녀였다는 걸 안 것이다. 처음 소피아를 보고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형의 아내였다. 형의 괴롭힘으로 소피아를 구하고자 모험을 했었고, 자신은 형에 의해 죽었다. 그 다음 생에서 대니얼은 소피아를 찾았고, 소피아를 자신이 다녔던 교회에서 만났다. 50대의 아주머니로, 자신은 너댓 살의 소년으로. 전생에서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해도 후생에서는 각자 다른 나이대의 사람으로 환생하는 가 보다. 형이었던 조아킴 또한 윤회를 거듭하면서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고, 대니얼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아름다운 표지를 자랑하는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는 2006년의 대니얼을 좋아하는 루시와 루시가 아주아주 오래전의 소피아의 환생임을 알아 본 대니얼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루시가 오래전 형 조아킴의 아내였던 소피아의 환생이란 것을 알아 본 대니얼의 애타는 마음이 그려진다. 루시는 루시대로 자신에게 소피아라고 부르는 대니얼도 이상하고, 대니얼을 생각할때마다 자꾸 꿈속에 나타나는 일들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에 이야기는 현재의 대니얼과 루시, 대니얼의 과거의 생들이 교차되어 전개되며 우리를 대니얼이 바라보는 전생과 현생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삶에 최선을 다한다. 하나밖에 없는 엄마와 아빠 혹은 형제들, 자식들에 대해 다시는 못볼것처럼 잘하기도 하고 서운하게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면, 혹은 윤회를 반복하다보면, 현재의 삶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도 같다.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 혹은 부모에 대해 더 좋았던 사람을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살아간다는 것에도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일찍 죽기라도 한다면 금방 삶을 저버리지 않을까. 다음 생에 만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대니얼과 루시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이 여름밤을 밝혔다. 아직도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지며 설렘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천 년을 지나온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또 한 번 아직도 가슴속에 사랑의 판타지를 품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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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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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힘들면, 살고 싶지 않다고, 죽고 싶다는 투정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자신의 삶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더욱 그런 말을 습관처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열 개라도 되었으면 하고 바랄지도 모르겠다. 삶은 저마다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행복할수도 불행할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면 더욱 그렇다. 주변에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볼수 있었다.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 배운 것 없었어도 가족에게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간 김만수 씨의 이야기이다. 김만수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김만수 씨의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김만수 씨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말하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데,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김만수 씨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는 바보같은 모습일수도 있었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었다.

 

 

성석제 작가의 책은 위트있고 익살스럽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전에 읽은 『위풍당당』 에서도 조폭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그려서 『투명인간』또한 그런 느낌을 갖게 할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투명인간』은 김만수 씨의 눈물겨운 이야기때문에 착잡함, 슬픔 등이 느껴졌다. 『투명인간』의 주인공 김만수 씨가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서인지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시골 생활이 떠올라 오래전 어렸을적의 일들이 떠올랐다. 가방이 없어 책보를 허리에 매고 다녔던 일들,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답례로 달걀을 드렸던 일들에 대한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오래전엔 그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이 많았다. 책에서 김만수가 가족을 위해 그렇게 애써도 그의 희생에 대해 부모도 형제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제일 맏이인 누나가 재봉질로 동생들을 돌보다가 시집가버린 것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 시절엔 그랬다. 어려운 경제에 형제들이 동생들의 학비를 대야 하는 경우였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369페이지)

 

사는 것 보다 죽는게 절대 쉽지 않다고 했던 위의 말에 가슴이 저며온다. 임순례 감독의 말처럼 '서늘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이다. 투명인간으로라도 형제들 곁에 머물러 있어야 했던 만수의 이야기는 슬픔이었다. 슬픔을 슬픔이라고 우길수 없는 아픔이었다.

 

나는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해낸 만수의 인생. 자신의 삶은 없다시피 삶을 살았고 끝까지 가족을 위해 투명인간으로라도 살아 남아 그들곁에 머물고자 했던 만수의 삶은 눈물겨웠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우리의 지난 시간을 되돌려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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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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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 내 곁에 왔을때가 생각난다. 오래전에 잠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난지 몇개월 되지 않아 결혼을 하고, 짧은 연애를 만회라도 하듯 아이는 좀 늦게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우리가 계획했던것보다 빨리 우리에게로 왔다. 갑자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내가 퇴근후 하던 공부도 뒷전이 되고, 심한 입덧으로 직장생활도 가까스로 하게 되었다. 아이가 왜 이렇게 빨리 왔는지, 계획보다 빨리 와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후 5개월쯤 된후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기형아 검사라는걸 하자고 했다. 꼭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병원에서 권하기에 한 것이었다.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지가 나오고 아이는 예정일 10일을 넘기고서야 나왔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때 주위 사람들은 발가락이 제대로 있는지, 손가락이 제대로 있는지 보라고 해서 세어 보았었다. 얼굴도 봤는데 이목구비는 별 이상이 없었다. 안도했다. 그리고 십몇 년을 자라 큰 아이는 이제 열아홉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다행이다 싶은 것은,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아픈데 없고, 모나지 않게, 평범하게 자랐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별탈 없이 자란다는 게 새삼 큰 행복이란 걸 다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우리는 장애인이 있는 가정이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집을 다시 되돌아 보기도 하는 것 같다. 가까운 주변에는 장애인을 가진 가족들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둘러보면 꽤 많을텐데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온통 사랑스럽기만 해야 할 아이가 만약 장애아로 태어난다면 부모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처음엔 부정하고 싶을 것 같다. 부정하고 또 부정해보지만 어차피 받아들일수 밖에 없음을 알고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겠다. 다운증후군의 아이들을 몇 번 본적이 있다. 지나는 길에 아마 스쳐지났을 것이다. 비슷한 얼굴을 가진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밝은 모습에 나도 지나가면서 미소도 지었던 것 같다. 전혀 꾸밈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여태 우리의 시선이 잘못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은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서효인이라는 시인의 딸이란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아이.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알고만 있었는데, 책에서 보니 스물한번째 염색체가 하나가 더 많아 생기는 여러 증상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얼굴 생김새만 그렇지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다운증후군은 태어날때부터 심장 기형과 갑상선 저하 등 성장 장애와 정신지체의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의 사랑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다.

 

 

시인과 시인의 아내는 처음 아이를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곧 아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지만 사랑스러운 자신들의 분신이며, 아이의 배냇짓에 사랑으로 미소 지을수 밖에 없었다. 어떤 아이가 이쁘지 않겠는가. 아이는 온갖 사랑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데. 웃는 표정,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똥까지 열심히 누고 있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길까. 저자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특별한 아이인걸.

 

시인은 아직 어린 은재에게 사랑이 가득한 편지를 책으로 썼다. 속도위반으로 아이가 생겼을때부터 엄마 아빠가 되어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은재를 처음 만나 느끼는 감정들을 이야기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아이를 안고 울음을 삼켜야 했던 이야기부터 부모가 되어 자식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감정들에게 자신들을 사랑으로서 키웠을 부모님들을 생각했다. 은재에게는 할머니, 외할머니, 이모, 고모가 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도.

 

나는 사실 서효인 시인의 에세이를 읽으며 더 반가움이 앞섰다. 내게 익숙했던 곳이 서효인 시인에게도 익숙한 곳이라는 걸 알고부터였다.

 

 

나는 머릿속에 그렸던 그래프를 벗겨내 찢어버린다. 아이가 어디에 있든, 거기가 어디든, 유일하게 반짝이는 하나의 점이다. 무한한 면에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별들에게는 상하와 고저가 없다. 그곳은 수학적 그래프의 면이 아니다. 상상밖의 아득한 우주다. 거기 어디에선가 아이들이 제 빛을 내고 있다. (246페이지)

 

두 아이를 키워왔기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뭉클해졌다. 건강하지 않은 아이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다운증후군인 아이라고 쉽게 말하기 힘들었을텐데도 가족들에게 알리고 은재에 대한 마음을 담은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읽고 있었다. 부모된 이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애틋함이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인내를 요하는 일이다. 많은 것을 하고 싶을 때 늘 피곤해 아이에게 묶여있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어서 자랐으면 하지만, 막상 아이가 자라면 부모가 필요없게 된다. 아이일적에 가장 필요로 하는게 부모이고 부모는 아이에게서 벗어나고자 하고, 부모가 조금 한가하고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싶을때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돋움을 한다. 어느 분의 글에서 보았듯, 부모와 자식들의 기다림은 늘 서로 상충되는 것 같다. 처음엔 아이가 부모를 기다리고, 시간이 흐른 뒤 나중엔 부모가 아이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가 부모를 더 많이 찾을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을 사진이나 기록으로 남겨놓는 요즘 젊은 부모들이 참 부럽다. 육아일기도 적다 말았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못내 미안하다. 훗날 은재는 책으로 쓴 아빠의 러브레터를 보고 얼마나 감동할까. 시인인 아빠의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작품이었다. 이런 아빠의 사랑은 받는 은재가 나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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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홀릭 2
하루가(한은경) 지음 / 청어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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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고액 과외가 시작된다!

계약금 3천만 원.
학비 일체.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 월 500만 원 지급.
프로젝트 성공 후 서울에 34평 아파트 한 채.

 

책에서 위 홍보 문구처럼 고액 과외 알바생을 구한다면? 돈이 급한 학생들은 누구나 하고 눈이 휘둥그레 해지겠다. 계약금을 3천만원 주고 월 생활비도 준다는데 웬만한 사람 아니면 거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고액 과외 해줄 깜냥도 안되지만, 일단 금액에 혹하는 건 어쩔수 없다.

 

책의 뒷표지에 적혀 있는 홍보 문장이다. 이 문장들 땜에 재미있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못하는 녀석이길래 이렇듯 고액 과외를 한단 말인가. 책 속의 여주인공 서연도 거부하기 힘든 아르바이트 자리이다. 조교에게서 소개받은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일까. 고액과외를 시킨다는 정선을 향해 달려갔다. 노마님은 스물아홉살의 남자를 가르쳐 보라고 한다. 개망나니를 사람 만들어 놓으라고.

 

 

서연이 다니는 학교는 명문대 한국대이다. 졸업하고 심리치료를 위해 일하고 싶기도 하다. 고액과외이며 스물아홉 살 먹은 남자를 사람만든다는게 싫어 거절하고 싶었지만, 외삼촌에게 얻은 빚, 엄마의 병원비, 월세, 또 복학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과외 하기로 했고, 그, 박봉식에 대한 파일을 받아 외우고 또 외운다. 그를 공략하기 위해. 돈지랄을 하고 다니는 그를 뼛속까지 개조시키기 위해.

 

 

로맨스 소설의 흔한 러브스토리가 그렇듯, 고액 과외를 하기로 하고 그에게 접근을 하지만 어느새 그에게 반해버리고,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 봉식 또한 그녀, 서연을 진심으로 대한다. 봉식이 가진 돈때문에 달려든 여느 여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는 서연을 사랑하게 되었다. 서연을 위해 웬만한 집값과 맞먹는 람보르기니에서 저렴한 국산차를 바꿨을 정도로 그는 서연을 마음에 담았다.

 

 

 

정선 할머니로부터 받은 파일에서 서연은 그가 어렸을때 당한 사고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엔 외출을 하지도 않는 사실도 알았다. 그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서연은 비가 오는 날이면 그의 곁에서 그를 위로하곤 했다. 또한 무위도식하는 봉식에게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그에게 꿈을 불어넣는 것이다. 오랫동안 고민한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또한 그 꿈을 향해 부산에서든, 광주에서든 머물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했다. 자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꿈을 위해 서연과의 잠시 이별하고 장기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두 권이다보니 뒤로 갈수록 지루한 면이 없잖았다. 진부한 내용에 진부한 표현이 많았지만 한 남자를 위해 지고지순한 마음을 갖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 밉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남자 주인공이 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선호하는 남자 주인공은 아무리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터다. 또한 여자 주인공도 거액 과외비를 받았으면 복학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봤더니, 이 책이 19금이다. 요즘 로맨스 소설에서 베드신이야 뭐 기본적으로 나오는 것인데, 신음소리가 너무 자주 나와서 19금으로 선정했나 싶다. 하긴 나도 그 부분을 건너뛰고 읽긴 했다. 이 나이에도 그 부분이 오글거리긴 하더라. 부담없이 읽기엔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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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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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책들중에서 유난히 죽음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는 것 같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돌아온다거나, 죽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는 기적같은 일들을 겪는 이야기를 읽었다. 이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마음의 위로를 받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제1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 최지월 작가의 『상실의 시간들』이다. 이 작품은 엄마를 갑자기 잃고 난뒤 100일간의 시간들을 말하는 작품이다. 물론 그 시간들은 엄마를 잃은, 상실의 시간들을 견뎌온 자의 감정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우리는 일상 생활을 해야만 한다. 엄마를 잃은 그 시점에서 모든 걸 멈추고 싶지만 살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소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들이 '나는 어떻게 살라고'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어 너무 슬프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빈자리를 어떻게 견딜까에 대한 안타까움 들일 것이다.

 

 

엄마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은지 49일째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가 갑자기 죽었는데도 둘째딸인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자책감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한 딸들은 저마다의 마음의 깊이로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고, 가슴을 치며 운다. 반면 엄마의 장례 비용이나 기타 비용들에 돈을 쓰려하지 않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울지 않고 무표정으로 대처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마땅찮다. 우리 딸들은 너무 슬픈데, 아버지의 엄마에 대한 감정은 어디까지 였을까.

 

혼자 남은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뇨 때문에 아버지는 저염식 식사를 해야했다. 그동안에는 엄마가 아버지의 식사를 책임졌지만, 이제 엄마가 없으니 누군가는 아버지의 식단을 책임져야 했다. 아버지는 걱정 말라며 혼자 잘 살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엄마가 살아 있는 그 때처럼 모든 것이 갖춰졌을때의 이야기이다. 군인으로 평생을 근무하시다가 퇴직하신 아버지, 연금이 있지만 만약 큰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그 병원비는 어떻게 할 것이며, 누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를 보살필 것인가 이 모두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자식들에게 나이든 부모는 늘 걱정의 대상이다. 만약 한쪽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셨으면 그 걱정과 고민은 배로 늘어난다. 우리집 같은 경우도 엄마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시기 때문에 아버지 혼자서 지내신다. 그게 몇 년이 되다보니 아버지도 혼자 잘 지내시고, 직장생활도 잘 하신다. 하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면 늘 전화를 하신다. 외롭고 쓸쓸하신가보다. 조금 더 신경 써드려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잘 옮기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럴까. 『상실의 시간들』속 둘째딸인 석희가 아버지에 대해서 걱정하고 자주 방문하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엄마 없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병원에 계셔 자주 못보지만 그래도 병원에라도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석희가 엄마 없는 시간들을 견디듯 우리도 그 시간들을 견딜 것이므로, 마음이 무거워져 왔다.

 

 

삶을 지속한다는 건 끊임없이 낯설어지고, 새로워지고, 고독해지는 일이다. 형제도 자라서 타인이 되고, 타인이 만나서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은 다시 서로를 헤아리지 못하는 타인으로 변해 헤어진다. 만난 사람은 헤어진다. 40년이나 알아온 엄마와 나도 이제 헤어졌다. 이별만이 인생이다. (269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부모를, 특히 엄마를 잃어 본 사람이라면 석희의 이런 감정들을 오롯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없는 그 시간들, 상실의 시간들을 견뎌온 감정이 묵묵히 적혀져 있는 글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느낄 일이므로 석희의 감정이 나의 감정처럼 깊게 이입되었다. 상실의 시간들을 겪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위안을 받을 것이며, 이제, 언젠가는 겪을 우리는 이렇게 시간들을 견디는구나, 훗날에 느낄 상실의 감정들을 미리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이처럼 일상을 살아간다. 슬프고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이처럼 소소한 일상속에서 엄마와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들을 묵묵히 견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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