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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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화를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우화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아는 것을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그건 괜찮다,이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속에 우화가 꽤 많았다. 우화 속에서 말하는 풍자와 교훈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아이들의 마음속에 깃들기를 원하기도 했다.

 

 

이사카 코타로의 『밤의 나라 쿠파』는 우화이다. 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바라보는 자신만의 세상을 담았다. 다른 한 명의 주인공은 인간 남자. 인간과 고양이가 대화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인간이 신기한 고양이와 고양이가 어떻게 말을 하나 싶다. 고양이 톰은 인간에게 자신의 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건넨다.

 

 

고양이 톰이 살고 있는 나라는 오랜시간동안 철국과 전쟁을 해 온 통에 그 나라의 성벽엔 독이 묻은 가시가 있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8년 간의 전쟁 끝에 철국에 지고 철국 병사들이 이 나라로 들어와 왕이었던 칸토가 죽고 이제 그들이 지배를 하려 한다. 이 나라에서는 위기에 닥쳤을 때 쿠파의 병사들이 구해주러 돌아온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오래도록 쿠파의 병사들을 차출해 쿠파를 물리치러 떠났었다. 그들이 쿠파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면 몸이 터져서 수분이 사방으로 튀어 그것을 몸에 맞은 병사들은 그로 인해 투명해지며, 투명해진 병사가 자신의 마을에 돌아와 구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고양이인 톰은 쥐의 꼬리를 발견하기만 하면 무의식적으로 쥐를 쫓기 위한 본능적인 자세를 취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투명한 병사가 말을 타고 돌아온 줄 알았지만 말 속에 있던 멀리서 온 쥐의 영향인지 쥐들 속의 중심의 쥐가 그런 톰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쥐들을 쫓지 말아달라고,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말해 쥐들을 쫓지 않게 해주면 고양이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신이 약해지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보다. 인간은 어떤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거짓말로 꼬여내어, 오래전에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중이라고 말하며, 또한 철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자신의 영욕을 위해 거짓말을 내뱉는 인간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책의 대부분의 시선이 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일까. 문장들이 단순하다. 철국의 병사들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색칠을 하고 나타났을때 무슨일인가 궁금해하는 인간들의 모습들을 나타내는 장면들을 보면 정말 동화같은 느낌이 든다. 예를들면, 수군수군수군수군, 소곤소곤, 숙덕숙덕, 중얼중얼 이런 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수군거리는 소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를 많이 나타내기는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이처럼, 자주, 나타내는 건 상당히 재미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때, 여러 명이 모여 있을때 나는 소리지만, 막상 책 속에서 보니 느낌이 생소했다.

 

 

책을 읽으며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들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았다. 퇴근후 아파트 인도를 걷다보면 노란 줄무늬를 한 고양이가 나를 피하지도 않고 나에게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만 피하지 않고 지나가노라면 그 녀석은 나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며 먹이라도 줘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겠금하는 눈빛을 건넨다.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 고양이를 보며 문득 노란 줄무늬의 길고양이가 생각났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에서의 걸리버처럼 갑자기 주인공 인간이 거인이 되어버리는 것과 고양이 톰이 살고 있었던 나라가 소인들이 사는 나라처럼 보여버리는 것 또한 동화를 읽는 듯한 작은 즐거움이었다.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통치하는 자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려했던 소시민들의 삶,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도 오직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하게 일깨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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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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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제목과 한 여자의 무릎과 팔이 보이는 표지 때문에, 또한 러브 스토리라는 것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을 가졌다. 열여섯 살의 소녀가 마흔 살의 헤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였다. 열여섯 살의 소녀가 왜, 마흔 살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동했다. 금지된 사랑을 꿈꾸는가. 이런 작품에 끌리는 걸 보면.

 

 

1990년대의 DDR(통일전 동독)의 한 브렌델 농장, 남자 친구 요하네스의 농장에서 거주하는 마리아는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엄마가 있는 집에서 학교에 가려면 꽤 오랜 시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요하네스의 농장에서는 그리 멀지 않다. 요하네스의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머물고 있는 마리아는 학교에는 가지 않고, 들판에 누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을 뿐이다.

 

요하네스의 가족과 함께 지내며 점점 그 가족의 일원이 되어 가는 마리아는 근처 농장을 가지고 있는 마흔 살의 헤너를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 헤너의 농장을 방문하게 된다. 남자친구 요하네스가 있지만, 알콜중독자이자 폭력을 휘두른다는 헤너에게 향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그렇게 뜨거운 한 여름, 마리아는 금지된 사랑을 한다.

 

 

마리아의 고백으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간결한 문장속에서 빛을 발한다. 통일 전 동독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 서쪽에서 온 지크프리트의 동생 가족이 찾아 왔을때의 거리감, 또한 서쪽 도시를 방문했을때 느꼈던 감정들이 섬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리아의 감정이었다. 남자친구 요하네스의 집에서 머물면서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있는 브렌델 가족에게 배신을 한 것 같지만, 그녀 자신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많이 부끄럽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느새 마리아의 감정에 이입되어서 일까. 일탈을 하고 있는 마리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요하네스의 가족에게 들킬것만 같아서. 헤너에게 향하는 열정을 눈치챌 것만 같아,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아서. 하지만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보다 마리아는 더 담대했다. 그 모든 것의 감정들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던 것이다.

 

 

만약 마리아가 원하는 대로 됐더라면 마리아와 헤너는 과연 행복했을까. 마리아를 생각하는 헤너의 마지막 결정, 사랑함에도 마리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헤너의 결정때문에 이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는 안도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당장 얘기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얘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 잇는가 하면 어떤 일들은 차마 얘기할 수 없다. (122페이지)

 

 

금지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사랑 하나쯤 숨겨두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 여름, 마리아는 자신의 헤너에 대한 떨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먼 훗날, 1990년의 뜨거웠던 여름을 생각하면 마리아는 어떤 감정을 가질까. 영원할 수 없었던 짧았던 여름을 늘 그리워하게 될까. 마음 깊은 곳에 헤너에 대한 감정을 숨겨놓고 여름만 되면 그 기억들 때문에 아파할까. 마리아의 마음속에 늘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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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내내 비가 내렸고, 주말마다 비가 내렸다.

짧은 여름 장마가 지나니 가을을 준비하는 가을장마가 또 계속이다.

나야 비를 워낙 좋아하니까 상관없는데, 발코니에 말려놓은 빨래가 걱정인 요즘이다.

 

뜨거운 여름이면, 늘 내가 살아있다는 걸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여름을 좋아한다.

하지만 올 여름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아주 한순간. 안방에 에어콘 한 번 켜보지 않고 여름이 지나가려나 보다.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포스트 잇에 메모를 남겨 사무실 모니터에 나란히 붙여놓는데, 그 메모가 몇장이 넘어간다.

그 중의 몇 권.

 

 

 책이 나오기 전부터 각 출판사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을 선점하느라 신문에서부터 시끄러웠지만 결국엔 문학동네로 돌아갔나 보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일본에서는 수록되지 않았던 단편 하나를 추가해 우리나라에서 출간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책이 벌써 나올 예정이다.

어쨌든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내가 보는 신문에서 우연히 발견했었다.

이기호 작가의 짧은 소설이 연재되고 있는 것을.

출근 준비하는 바쁜 시간에도 나는 그의 짧은 소설을 다 읽고서야 출근을 했다.

한 달에 두 번씩.

 

그런 그의 작품이기에 그의 소설은 반갑다.

 

 

 

 

 

 

천명관의 소설을 <고래>로 만났다.

어쩌면 그런 주인공을 내세웠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읽었던 기억.

 

그리고 그의 작품을 단편집 하나 빼놓고 다 읽었다.

이번에도 보니까 단편집이구나.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을 자주 읽다보니, 단편들에 점점 친해진다.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을 수상작 작품이다.

제목은 인문서적처럼 생겼는데, 재미 있을까?

 

 

 

 

 

그외의 읽고 싶은 책들. 혹은, 읽었거나, 읽을 예정이거나.

 

 

 

 

 

 

 

 

 

 

 

 

 

 

 

 

그래도 여름이 가는 게 아쉽다.

추운 겨울 보다는 뜨거운 여름.

햇볕 쨍쨍한 날씨 보다는 비오는 날씨, 빗소리,

 

앗, 깜빡했구나.

다른 분의 리뷰에서 보고 이책 읽어봐야지 했었던 책.

 

 

 

 

 

 

 

 

이렇게 목록을 적어놓고 나니까 흐뭇하다.

이 중 몇 권을 오늘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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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
손명찬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손글씨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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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아름다운 사진을 만난다는 건 큰 행복이다. 글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평소의 난 소설을 더 많이 읽으며,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의 생을 알아가지만, 가끔씩 읽는 에세이의 아름다운 글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번에 나의 마음을 빼앗은 책도 밤삼킨별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저자 손명찬의 짧은 생각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짧은 글은 시 같기도 하고 그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조각조각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무릇 글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상상속에 피어나는 소설도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글들은 독자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 밤시간동안 좋은 글을 발견하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SNS에 메모하는 애정까지 보였다. 그만큼 내 마음을 사로잡은 글들이었다.

 

 

책속의 글들이 특별히 마음속에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처한 상황, 주변 환경,책을 읽는 분위기, 그 순간의 느낌이 아주 큰 작용을 해 글들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올 것이다. 사진이 아름답다며 읽기 시작한 책에서, 글들이 빛을 발했다. 글에 교감하고, 책에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짧은 글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여백이 많은 글들이다. 작가의 마음이 들어 있는 짧은 글 속에서 작가가 느꼈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작가도 힘든 일을 겪어서 인지, 고통 속에서 나오기까지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서인지, 그의 글들은 피상적이지 않았다. 그의 진심이 들어 있었다. 그의 진심은 책을 읽는 우리 마음에까지 와 닿았다. 닿음, 이라는 말을 막상 써놓고 보니 이게 맞는 단어인가 한참을 들여다 본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에 내 진심이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일 필요할까,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진심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에게 닿지 않을때, 내 생각보다 서서히, 너무도 더디게 닿을때 느끼는 안타까움이 생각났다. 또는 저자가 썼던 짧은 글들 중 '내려 놓음'이라는 제목에도 눈길이 간다.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했고, 또한 가지고 있다. 물건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서 떠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때로는 내려놓음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순간에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말이건, 마음이건, 내려놓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걸, 나는,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생각들이 모여 숲을 이루면

그 속에 오솔길을 하나 만들어두세요.

그리고 생각이 복잡해지면

언제든 그리로 들어가 산책하세요.

들어서서 차분히 걷기만 하면 됩니다.

'나'를 만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분명해집니다.

생각의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습니다. (66페이지, 생각의 중심)

 

생각의 중심 속에 요즘 내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각들이 참 많은 요즘이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위의 글에서처럼, 생각들이 모여있는 숲 속 오솔길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마음이 갈수록 침잠해지나, 그 길 속에서 나를 만나고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사람일까 싶다. 아는 사람일까 가까운 사람일까. 곁으로 다가가는 사람일까 곁에서 떠나가는 사람일까. 새로운 만남의 사람일까 추억속의 사람일까. 아무래도 사랑한 사람을 더욱 사랑해야겠다. 더늦기 전에 사랑할 사람 수를 좀 더 늘려야겠다. 얼른, 사랑 속도를 좀 더 올려야 겠다. (130페이지, 아무래도 더 사랑해야겠다, 중에서)

 

 

밤에 책을 읽다가 발견한 문장들이다. 지금의 내 마음을 너무도 대변하는 문장이었기에 이 문장들을 SNS에서 남겼다. 위의 문장들에서처럼 내 자신에게 하고 있는 질문들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있어서 사는게 행복하다고 느꼈지만, 또한 그 사람들 때문에 아파하는 내 모습이 보여 나는 최근에 이 질문들을 머릿속에 계속 담고 다녔었다. 해답을 찾지 못해 계속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 조각들이다. 생각들은 조각조각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여들고, 다시 흩어지기도 했다.

 

 

그렇다. 방법은 저자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 수를 늘리고 내 사랑의 속도를 올리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별, 지구라는 별에서 나 또한 여행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사랑스러운 날들일 것이며, 내가 생각하는 만큼 행복할 것인 아름다운 별에서 나는 또하나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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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 제대로 알고 마음껏 즐기는 오감 만족 우리 맛 여행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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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하면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라는 노래가 떠오르듯, 여수에 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책을 만났다. 바로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사실 내가 사는 곳과 여수가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자주 가본 곳은 아니었다. 여수를 맨처음 가본게 언제였던가. 중학교 2학년때 수학여행을 떠나 여수 오동도를 들렀을 때였을것이다. 어렸을 적이라 그때의 여수 오동도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였다. 하지만 다시 가본 오동도는 너무 아담했다. 그만큼 우리가 자랐다는 것이고, 우리의 눈높이가 커졌다는 것일게다.

 

 

그리고 가본게 7~8년전쯤 크리스마스 이브때 갑자기 일출을 보러가자며 떠난 곳이 여수 향일암이었다. 퇴근하고 출발했던터라 막 밟아 다녀온 뒤 속도위반 딱지가 두 개나 나와 출혈이 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곳 향일암 근처 민박에 숙소를 잡고, 내 생일이 가까워 아들 녀석이 학원에서 만든 케이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새벽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향일암에 올랐었다. 일출을 보고 난뒤 하룻밤 묵었던 민박집 식당에서 이른아침 게장 백반을 먹었다. 원래 가족들이 간장게장을 좋아해 자주 먹긴 했지만 여수 향일암 숙소에서의 간장게장은 정말 꿀맛이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우리집에서나 여수 향일암 게장은 주로 돌게로 담는다. 크기가 작아 먹을게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게딱지 하나씩을 발라 그곳에 밥알을 넣어 비벼먹는 맛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침을 게장 백반으로 먹고 여수를 구경하다가 시장통에 들어가서 또 점심을 먹은게 게장이었다. 먹고 너무 맛있어서 몇만 원어치 사가지고 오기도 했다.

 

이처럼 여수에 관한 추억은 게장 때문에라도 다시 가고싶은 곳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가본건 여수 금오도의 비렁길이었다. 그때는 도시락을 준비해 가 산 속에서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배를 타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다른 음식은 먹어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어딘가에 가족끼리 여행을 다닐때 그 지방의 음식을 사 먹기 보다는 바리바리 챙겨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 지방 고유의 음식을 맛보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다. 먹을거리 짐 없이 가볍게 떠나자고 해놓고도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기본적인 먹을거리를 준비하게 된다. 또 돈도 절약할 겸 준비해 간 음식을 먹는 것이다.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는 제목 그대로 KBS 방송국의 세 명의 피디들이 여수의 미식 기행을 떠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거의 배고플 때 읽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있는 음식 이야기, 음식 사진들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며 보았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간장 게장, 집 근처에 있는 갯장어 샤브샤브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채소가 들어있는 육수에 갯장어르 넣으면 꽃처럼 하얗게 피어오르던 갯장어가 몹시도 먹고 싶어졌다. 책을 다 읽자마자 먹으러 가자고 해야지, 한여름인데 한겨울에 나오는 생굴은 또 왜 먹고 싶은건지, 아마 책 속에 있는 굴 사진과 굴 이야기 때문이었으리라. 각굴을 구워먹는 것보다 생굴을 더 좋아하는터라 몹시도 겨울이 기다려졌다.

 

서대회는 또 어떤가. 싱싱한 서대를 잘라 접시에 내어 놓으면, 그것을 매콤한 겨자에 찍어먹으면 그것 또한 맛이 고소하니 너무 좋다. 서대회가 목포 쪽에서 많이 나오는 생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수에서 많이 나오는 회이며 음식이라고 하니 여수에서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군평선이라는 생선은 우리가 딱돔이라고 부르는 생선이 아닌가 싶다. 가시가 크고 많아 살을 잘 발라야 하는 것과 사진에서 보는 군평선이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군평선 소금구이 맛도 궁금하다.

 

 

나는 목포에서 십 대와 이십 대를 보냈다. 그래서 목포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안다. 신안 섬 출신이라 생선이나 회를 좋아하고 아무래도 그쪽 음식이 더 입맛에 맞다. 세 분의 PD들이 목포 편 미식 기행 책도 펴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목포 편이 사실 더 궁금하다. 목포의 어떤 음식들을 소개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여수에서 나오는 음식들보다 거의 목포에서 나오는 음식들이다.

 

 

여수 편에서 나오는 서대회 같은 경우도, 내 개인적 취향은 회무침을 한 음식보다는 깨끗한 회 그 자체를 좋아한다. 매운탕 보다는 지리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갓 김치 또한 여수 돌산 갓 보다는 재래 우리가 조선 갓이라 부르는 갓김치를 더 좋아해 김장할때마다 담아 먹고는 한다. 나에게 회는 민어회 만한 게 없다. 여름에 친정 부모님 생신이 한 달 차이로 있어서 두 분 중의 한 분의 생일 때는 늘 민어회를 주문해 민어회와 민어탕을 먹어야 여름을 나는 것 같다. 이 또한 여수와 목포 출신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까.

 

 

여수엑스포가 열린 뒤로 여수를 방문하지 못했다. 여수의 구석구석, 섬 까지도 다니며 음식 기행을 한 세 피디들 덕분에 여수 곳곳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 여수 여행때는 이 모든 음식을 몇 가지씩 꼭 사 먹어 보리라 다짐까지 했을 정도다. 책에서 소개하는 소설가 한창훈 씨가 여수 출신이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거문도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거문도는 멀리서만 바라보고 가보지는 못했는데, 소설가가 계시는 거문도에 가서 삼치회를 맛보고 싶기도 하다.

 

여수의 음식 들을 소개하며 여수의 역사, 문헌 속에 나오는 여수의 음식들 이야기를 들으며, 여수로 음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음식점들과 맛을 책으로 보다는 여수에서 직접 만나고 싶었다. 음식 기행으로 된 책을 만나니 여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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