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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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적에 소풍만 가면 보물찾기 게임을 했었다. 다른 아이들 눈에 보이는 보물이 왜 내게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난 보물찾기 게임에 젬병이었다. 그래서 제일 부러운게 소풍가서 보물 찾은 아이들이었다. 아무튼 내 눈에는 보물이 절대 보이지 않아 6년을 꼬박 보물찾아 삼만리 였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게임이라고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그것도 한참후에 시작한 애니팡이나 블럭쌓기 게임외에는 하지 않아 잘 모른다. 이런 보물찾기 게임이 더 진화되어 GPS로 보물을 찾는다는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을 대비해 보물이 놓인 위치마다 시체 한 토막이 있고, 그 옆에는 다음 단서를 가르키는 쪽지가 있는 살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일단 살인자가 가르키는 다음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지오캐싱 게임을 알아야 할 수 밖에 없다. 여형사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은 보물찾기 게임인 지오캐싱으로의 초대를 한 범인을 찾아 헤매지만 다른 사건들처럼 명료하지 않다. 살인범은 그들보다 훨씬 영리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인범이 안내한 좌표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으면 그 사람이 사라지고, 얼마뒤면 그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는 식이다. 살인범은 어떠한 이유로 그들에게 다음 대상자를 발견하게 하고 그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인가. 피해자들이 어떠한 식으로든 연결점이 있을텐데 이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왜, 누구로부터, 어떠한 이유로 피해를 당하는가.

 

살인범을 쫓는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과정이 막힐때마다 우리 또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살인범은 지오캐싱 게임으로 베아트리체를 안내하며 베아트리체에게 직접 문자까지 보내게 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두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 여형사 베아트리체의 과거속 친구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내용의 문자였다. 지금까지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베아트리체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의심스럽고 왠지 두렵기까지 했다.

 

더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과 과거 친구 에블린의 사고 때문에 '만약' 게임을 시작했었던 베아트리체는 그때의 고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우르줄라 포츠난스키의 추리소설속 캐릭터는 특별한 형사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이혼한 전남편과 전화 통화만 해도 으르렁 거리며, 살인사건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어려워지자 엄마의 집으로 보내 아이들을 보살펴 달라고 하는 보통의 여자 형사다. 살인게임인 지오캐싱 게임을 몰라 젊은 직원에게 게임을 배우기도 했고, 파트너인 플로린에게는 왠지 애틋한 감정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한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살인범이 자신의 집을 살펴볼까 싶어 문과 창문을 두세번씩 확인 하며 닫아 걸고 혼자 불안해 떨기도 하는 인간적인 캐릭터인 것이다.

 

살인도 게임처럼, 사고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경찰에 대한 불만과 사고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한 남자를 복수를 다루었다. 물론 남자의 복수 게임을 함께 한 베아트리체의 활약에 시종일관 긴장하며 읽었던 시간이었다.

 

작가는 청소년 소설을 주로 썼고, 성인 스릴러로는 처음이라는데 상당히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안내하는 지오캐싱 게임과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자 형사이기에 우리가 우려할 수 밖에 없었던 것과 여성만이 가진는 섬세함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면이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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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허지웅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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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핫한 남자 하면 '허지웅'이 아닐까.

TV를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 보니 가수 성시경과 광고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빼빼 마른 남자 하나가 성시경한테 영어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다. 그 광고를 몇번 보고나서는 아이한테 저 남자 뭐하는 남자냐, 고 물어보았더니, TV 프로그램의 하나인 '마녀사냥'에서 나오는 남자란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다시보기로 보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마녀사냥'은 일명 '마성의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라던가. 아무튼 그런 모토를 가지고 솔직대담하게 이야기를 한다. 진행자는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에서 지금은 다른 진행자로 바뀐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석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방송이기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때로는 주변 인물의 경험에 비추어 말하는데,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볼수록 우리나라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전부터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은 있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곧이어 우리 아이들도 그들처럼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궁금하고, 때로는 사랑에 상처받고 하기도 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가수 성시경에 대해 그저그랬는데, 마녀사냥을 보며 성시경에 대한 호감이 생겼으니 그 프로그램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하랴.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허지웅은 단연코 눈에 띄었다.

이혼하고서 성욕을 잃었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하고, 동거 예찬론자 라고도 했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하는 말, 어떠한 일을 만났을때 드는 생각과 같았던 것이다. 그가 하는 말에 공감을 하고, 그가 하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는 것인지 더 핫한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그가 소설을 썼다. 물론 그가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을 하고, 기자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었다. 핫한 남자가 핫한 소설을 썼을까?, 이런 기대감과 궁금함이 컸던 것 같다. 시간이 날때마다 성적인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하는 '마녀사냥'을 자주 시청하기 때문일까. 이 정도면 핫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허지웅이 가끔 술자리에서 만나는 지인이라는 김갑수 씨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만나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그걸 말하지 않을뿐, 드러내지 않을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인 것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또다시 새로운 사람과 사랑하며 부대끼는 일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조금은 덜 까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171페이지)

 

갑수 씨의 연애사는 '마녀사냥'에서 말하는 허지웅의 모습과도 겹쳐보였다. 아무래도 그가 자주 했던 이야기 들이 책속에 있었고, 갑수 씨의 연애사 전체가 지인의 이야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터다.

 

책 속에서도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야한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방송인 허지웅의 입담을 글로 확인할 수 있는 글이랄까. 성적인 이야기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과감하게,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글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단편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갑수 씨의 연애사는 경장편에 가까웠다. 이런 두께를 경장편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책을 읽고 있는데 딸아이가 읽고 재미있으면 말해 달란다. 책 읽고 싶다고. 허지웅이 핫한 남자이기에 핫한 소설을 기대하는 마음이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소설이냐, 마녀사냥에서 했던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것 같다. 난 유쾌하게 읽었다. 이 정도면 뭐,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봐도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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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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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면서 지지부진하다고 느끼거나 일상이 너무 무료할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세상 속에서 삶의 강한 열망을 느끼기도 하기에 늘 멀리 떠나는 꿈을 꾼다. 이 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여건상 꿈만 꾸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처럼. 일상이 너무도 무료해 가까운 곳이라도 가지 못하면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작가들은 더욱 그러할 것 같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를 먼저 읽었던가, 『7년의 밤』을 읽고나서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무지 기다렸었다. 그뒤 출간된 『28』까지 내처 읽게 되었다. 나오는 작품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푹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작가의 강한 흡입력 있는 글 때문에 작가의 다음 신작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도 더불어 커졌다.  

 

이러한 독자들의 염원이 부담스러웠는지 작가는 『28』 출간후 안나푸르나행을 꿈꾸었다고 했다. 다음 작품의 자료까지 다 준비해놓고 단 몇 줄로 쓸수 없을만큼 마음이 허허로웠나 보다. 작가는 욕망의 엔진이 꺼져버렸다고 했다. 한밤중에 통곡을 한후 대한민국을 한번도 떠나보지 못한 작가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안나푸르나를 가기 위해 한달가량 준비운동을 했고, 같이 갈 멤버를 구했다. 후배 작가인 김혜나 작가였다. 만만의 준비를 해 그렇게 히말라야로 떠났다.

 

 

사실 정유정 작가의 여러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작가는 히말라야 행을 택했고, 한달가량을 안나푸르나를 걸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고통의 시간들을 기록했다. 어쩌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글로 읽으며 작가의 간절한 마음들을 엿보는 듯 했다. 오랜시간동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을 어머니에 대한 마음들을 히말라야의 그 언덕길에서 풀어놓았다.

 

원하는 '무엇'이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은데, 삼십 일도 아닌 단 사흘 만에 의심이 모락걸고 있었다. 정말로 믿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저 달아나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세상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아니 나 자신으로부터.  (81페이지) 

사람은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가장 간절하게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랑하는가족일텐데, 엄마에게는 아마도 자식인가 보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보다는 자신이 열 달 동안 품고 있었고,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던 그 순간의 경이로움 때문에 자식이 더 간절한 것일테다. 히말라야의 숙소에서 한밤중에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을때 다시는 못볼수도 있을 그 순간에, 가장 간절했던 사람이 자식이었던 것처럼.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답해왔다.

죽는 날까지.  (186페이지)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있는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죽을 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라고 했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극한의 시간속을 견디고 오면 우리는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견딜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해냈다, 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진다. 삶이 힘들다고 불평해도 돌아보면 나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볼수 있다. 내가 가진 시야에서 넓혀 보기를 바래 본다. 나보다 더 많이 상처받은 사람도, 고통받은 사람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삶에 도전해 볼 것을 바래본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 가족이 특별한 일이 없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만이 가지는 강한 유대와 힘든 시간을 견딘 자신을 바라보며 또한 성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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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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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 꿈에 부풀어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다. 대형 선박 여객선이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했다.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부모는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뉴스를 보고 있는 나도 이런데, 부모들은 얼마나 애가 탈까. 아주 작은 조각의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 아침에도 구조작업이 재개되었을텐데. 아직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살아있기를,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남의 일인것만 같았던 일들이 나에게도 벌어질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날이다.

가족에게 찾아온 청천벽력 사건 또한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힘이 드는 일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슬픔이나 상처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폴 코플랜드의 가족 또한 그랬다. 20년전 여동생 카밀이 친구들 세 명과 함께 숲에서 살해되었다. 두 아이들의 시체는 찾았지만, 끝내 카밀과 길 페레즈의 시체는 찾을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폴에게 경찰들이 찾아온다. 마놀로 산티아고라는 사람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그의 소지품 속에서 폴 코플랜드를 가리키는 물건들이 나왔다. 이름도 낯설고 얼굴도 처음인 것 같았지만, 아주 오래전 사진속에 있는 길 페레즈와 닮았다. 흉터를 확인까지 했다. 하지만 길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무엇을 감추고 싶었던 것일까.

 

20년 전에 죽었던 길 페레즈가 여태 살아있었다는 것은 역시 시체가 없는 여동생 카밀도 어딘가에서 살아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과연 20년 전의 그 숲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들의 살해범으로 복역하고 있는 웨인이 있었지만 진실은 어디에 숨었는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숲은 말이 없다. 폴 코플랜드는 에식스 카운티의 검사로 일하고 있다. 강간사건과 더불어 아들을 구하려는한 가해자의 가족때문에 숨기고 싶었던 과거,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과거가 파헤쳐지자 당황스럽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일들이 있다. 또한 누구나 한두 가지의 실수를 하게 된다.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비밀을 파헤치려고 하면 나오지 않을 것이 없는 것처럼. 

 

20년 전 사건에 대해 조사할수록 아이가 살았음에도 죽었다고 말한 한 부모가 간직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잘못을 저질렀으되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자식을 보호하려는 부모, 아이가 죽었다고 캠프장 주인에게 수억의 위로금을 받아 챙겨 아이를 숨겨준 부모, 비리를 저지르고도 사랑하는 내 가족이기 때문에 그 비리를 덮어달라는 가족들. 우리들의 현재 모습이 아닌가 싶다.

 

할런 코벤의 추리소설은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한 사건을 두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각자의 시선과 가족에게 일어난 일로 인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자신의 가족만이 중요하다는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끊임없이 가족에 대해 묻고, 인간의 본성을 묻는 할런 코벤의 소설이 좋다. 

소설 속 인물들, 가족들을 보며 우리 내면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할런 코벤이 말하는 인물들은 거의 우리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 이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우리 주변을 둘러 볼 수 있게 만드는 역량을 지녔다.

 

어제부터 너무 가슴이 아파 기적을 바라고 있다.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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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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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에 재활용 처리하는 곳에 헌옷수거함이 있다. 누군가가 훔쳐가지 못하게 두꺼운 철로 된 상자이며, 열쇠까지 채워져 있다. 한 계절마다 옷들을 정리하곤 하는데, 추억이 깃들이 있는 옷이라 난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이의 옷같은 경우, 적어서 못입게 된걸 몇 년이 지나서야 버리곤 하는 습관때문에 글쎄, 쓸만한 옷이 있을까 싶었다. 물론 면으로 된 옷을 꺼내 누군가는 작업복으로도 사용하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사람들이 적어서 버리는 옷, 유행이 지나서 버리는 옷들을 담아둘 수 있는 의류수거함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벌수 있는 생계수단이 될테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떠날수 있는 여행자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에서 도로시가 자신의 답답한 곳에서의 탈출로로 의류수거함에 있는 옷을 훔치듯 말이다.

 

책 제목을 처음 듣고, 요즘 청소년 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판타지일거라 생각했다. 일단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오즈 라는 말이 그랬고, 책 속의 여학생, 즉 화자인 주인공의 이름도 도로시란 이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도로시는 일반 청소년들이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 집에서는 독서실에 있을거라고 생각한 그 시간에 의류수거함에 있는 옷을 훔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여고생이 12시가 다 되어간 시간에 혼자서, 말이다.

 

여고생 도로시가 혼자서 손수레를 밀고 다니며 옷들을 훔치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아마 머리위에는 모자를 썼을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조금쯤은 숨기기 위해서 말이다. 훔친 옷을 담은 손수레를 밀고 가다가 벤치위에 누워있는 한 노숙자 아저씨를 본다. 지금의 여고생이라면 멀리 도망갈 텐데도 도로시는 노숙자 아저씨에게 가까이 가, 훔친 옷 중에서 맞을 듯한 옷을 골라 벤치에 놓아둔다. 그렇게 노숙자 아저씨를 알게 되었다. 나 같은 경우도 길을 걷다가 노숙자가 있으면 피해가는데, 도로시는 마음을 열고 그와 친구가 된다.

 

 

도로시가 만난 사람들은 노숙자 아저씨 뿐만 아니다. 옷을 훔치고 있는 탈북자 아저씨를 만난 것도 그렇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 지금의 청소년들은 전혀 하지 않을 일을, 그것도 늦은 밤 시간에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이럴 것이라, 지레 겁 먹고 피해다니지 않는가.

 

만약 내가 의류수거함에서 누군가의 일기장, 사진첩 등을 본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일기장과 사진첩의 인물이 같은 인물일 경우, 도로시처럼 행동할 수 있느냐이다. 호기심에 사진 몇 번 볼 것이고, 그후 쓰레기통에 던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 인물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과연 도로시처럼 자살방지를 위해 그의 정체를 파악하려 할까.

 

아마 다른 청소년들이나 내가 하지 못할 행동이기 때문에 도로시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지 못한 것, 책 속의 여고생 도로시는 195를 막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는 도로시는 또 어떤가. 도로시는 현재의 삶에서 탈피하고자 옷을 훔치면서 오히려 나눔의 미학을 배웠다. 헌옷을 훔쳤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었고,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지녔다. 자신의 힘으로 못하게 되자 의류수거함을 훔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도로시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누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상처를 안고 떠도는 어른들도, 자살을 하려 했던 이도, 외국에 가서 살려고 했던 도로시도 말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의 소설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으로 마음을 한데 모아 누군가에게 나눔을 행한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나눔을 한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푸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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