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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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힘들면, 살고 싶지 않다고, 죽고 싶다는 투정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자신의 삶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더욱 그런 말을 습관처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열 개라도 되었으면 하고 바랄지도 모르겠다. 삶은 저마다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행복할수도 불행할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면 더욱 그렇다. 주변에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볼수 있었다.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 배운 것 없었어도 가족에게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간 김만수 씨의 이야기이다. 김만수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김만수 씨의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김만수 씨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말하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데,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김만수 씨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는 바보같은 모습일수도 있었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었다.

 

 

성석제 작가의 책은 위트있고 익살스럽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전에 읽은 『위풍당당』 에서도 조폭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그려서 『투명인간』또한 그런 느낌을 갖게 할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투명인간』은 김만수 씨의 눈물겨운 이야기때문에 착잡함, 슬픔 등이 느껴졌다. 『투명인간』의 주인공 김만수 씨가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서인지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시골 생활이 떠올라 오래전 어렸을적의 일들이 떠올랐다. 가방이 없어 책보를 허리에 매고 다녔던 일들,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답례로 달걀을 드렸던 일들에 대한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오래전엔 그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이 많았다. 책에서 김만수가 가족을 위해 그렇게 애써도 그의 희생에 대해 부모도 형제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제일 맏이인 누나가 재봉질로 동생들을 돌보다가 시집가버린 것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 시절엔 그랬다. 어려운 경제에 형제들이 동생들의 학비를 대야 하는 경우였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369페이지)

 

사는 것 보다 죽는게 절대 쉽지 않다고 했던 위의 말에 가슴이 저며온다. 임순례 감독의 말처럼 '서늘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이다. 투명인간으로라도 형제들 곁에 머물러 있어야 했던 만수의 이야기는 슬픔이었다. 슬픔을 슬픔이라고 우길수 없는 아픔이었다.

 

나는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해낸 만수의 인생. 자신의 삶은 없다시피 삶을 살았고 끝까지 가족을 위해 투명인간으로라도 살아 남아 그들곁에 머물고자 했던 만수의 삶은 눈물겨웠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우리의 지난 시간을 되돌려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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