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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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 내 곁에 왔을때가 생각난다. 오래전에 잠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난지 몇개월 되지 않아 결혼을 하고, 짧은 연애를 만회라도 하듯 아이는 좀 늦게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우리가 계획했던것보다 빨리 우리에게로 왔다. 갑자기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내가 퇴근후 하던 공부도 뒷전이 되고, 심한 입덧으로 직장생활도 가까스로 하게 되었다. 아이가 왜 이렇게 빨리 왔는지, 계획보다 빨리 와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후 5개월쯤 된후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기형아 검사라는걸 하자고 했다. 꼭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병원에서 권하기에 한 것이었다.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지가 나오고 아이는 예정일 10일을 넘기고서야 나왔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때 주위 사람들은 발가락이 제대로 있는지, 손가락이 제대로 있는지 보라고 해서 세어 보았었다. 얼굴도 봤는데 이목구비는 별 이상이 없었다. 안도했다. 그리고 십몇 년을 자라 큰 아이는 이제 열아홉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다행이다 싶은 것은,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아픈데 없고, 모나지 않게, 평범하게 자랐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별탈 없이 자란다는 게 새삼 큰 행복이란 걸 다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우리는 장애인이 있는 가정이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집을 다시 되돌아 보기도 하는 것 같다. 가까운 주변에는 장애인을 가진 가족들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둘러보면 꽤 많을텐데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온통 사랑스럽기만 해야 할 아이가 만약 장애아로 태어난다면 부모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처음엔 부정하고 싶을 것 같다. 부정하고 또 부정해보지만 어차피 받아들일수 밖에 없음을 알고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겠다. 다운증후군의 아이들을 몇 번 본적이 있다. 지나는 길에 아마 스쳐지났을 것이다. 비슷한 얼굴을 가진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밝은 모습에 나도 지나가면서 미소도 지었던 것 같다. 전혀 꾸밈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여태 우리의 시선이 잘못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은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서효인이라는 시인의 딸이란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아이.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알고만 있었는데, 책에서 보니 스물한번째 염색체가 하나가 더 많아 생기는 여러 증상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얼굴 생김새만 그렇지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다운증후군은 태어날때부터 심장 기형과 갑상선 저하 등 성장 장애와 정신지체의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의 사랑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다.

 

 

시인과 시인의 아내는 처음 아이를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곧 아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지만 사랑스러운 자신들의 분신이며, 아이의 배냇짓에 사랑으로 미소 지을수 밖에 없었다. 어떤 아이가 이쁘지 않겠는가. 아이는 온갖 사랑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데. 웃는 표정,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똥까지 열심히 누고 있는데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길까. 저자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특별한 아이인걸.

 

시인은 아직 어린 은재에게 사랑이 가득한 편지를 책으로 썼다. 속도위반으로 아이가 생겼을때부터 엄마 아빠가 되어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은재를 처음 만나 느끼는 감정들을 이야기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아이를 안고 울음을 삼켜야 했던 이야기부터 부모가 되어 자식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감정들에게 자신들을 사랑으로서 키웠을 부모님들을 생각했다. 은재에게는 할머니, 외할머니, 이모, 고모가 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도.

 

나는 사실 서효인 시인의 에세이를 읽으며 더 반가움이 앞섰다. 내게 익숙했던 곳이 서효인 시인에게도 익숙한 곳이라는 걸 알고부터였다.

 

 

나는 머릿속에 그렸던 그래프를 벗겨내 찢어버린다. 아이가 어디에 있든, 거기가 어디든, 유일하게 반짝이는 하나의 점이다. 무한한 면에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별들에게는 상하와 고저가 없다. 그곳은 수학적 그래프의 면이 아니다. 상상밖의 아득한 우주다. 거기 어디에선가 아이들이 제 빛을 내고 있다. (246페이지)

 

두 아이를 키워왔기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뭉클해졌다. 건강하지 않은 아이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다운증후군인 아이라고 쉽게 말하기 힘들었을텐데도 가족들에게 알리고 은재에 대한 마음을 담은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읽고 있었다. 부모된 이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애틋함이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인내를 요하는 일이다. 많은 것을 하고 싶을 때 늘 피곤해 아이에게 묶여있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어서 자랐으면 하지만, 막상 아이가 자라면 부모가 필요없게 된다. 아이일적에 가장 필요로 하는게 부모이고 부모는 아이에게서 벗어나고자 하고, 부모가 조금 한가하고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싶을때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돋움을 한다. 어느 분의 글에서 보았듯, 부모와 자식들의 기다림은 늘 서로 상충되는 것 같다. 처음엔 아이가 부모를 기다리고, 시간이 흐른 뒤 나중엔 부모가 아이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가 부모를 더 많이 찾을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을 사진이나 기록으로 남겨놓는 요즘 젊은 부모들이 참 부럽다. 육아일기도 적다 말았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못내 미안하다. 훗날 은재는 책으로 쓴 아빠의 러브레터를 보고 얼마나 감동할까. 시인인 아빠의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작품이었다. 이런 아빠의 사랑은 받는 은재가 나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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