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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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바둑 두는 여자』의 샨사나 『열세 걸음』의 모옌의 책이 상당히 좋았다. 그외 다른 작가의 책을 읽었으나 많은 작품을 읽지 못했다. 이번에 옌롄커의 『물처럼 단단하게』는 중국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책 속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나라의 사회나 생각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처럼 그 나라의 역사까지도 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었다. 옌롄커의 문화대혁명의 시기에 하층민이었던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혁명을 불사르는 가오아이쥔의 이야기는 중국인들에게도 국가적 재난이라고 간주되기도 했던 중국 역사의 한 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중국의 역사 속에서 '문화대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문화대혁명'을 찾아보니,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화인민국화국에서 벌어졌던 사회적, 정치적 격동으로, 공산당의 총서기인 마오쩌둥의 제창으로 시작되었고, 부르주아 계급의 자본주의 요소가 공산당을 지배하고 있으니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홍위병들의 움직임으로 생긴 혁명이라고 하였다. 어느 곳에서나 혁명이란 것은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것을 부조리하게 보고, 그곳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얻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책속의 주인공 가오아이쥔도 하층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혁명을 마음에 품었다.

가오아이쥔이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을때, 청강진 마을의 지부 서기인 장인이 아이쥔의 미래를 약속하며 자신의 둘째 딸과의 결혼을 제의하였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돌아왔을때 자신에게 한 자리를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자 아이쥔의 혁명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한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오는 중에 만났던 샤훙메이에게 빠져,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마오쪄둥의 문화대혁명에 동참하고, 샤훙메이에 대한 사랑의 혁명도 동시에 행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아내가 있었고, 훙메이에게도 아이쥔의 동창이기도 한 남편이 있었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욕망의 혁명도 시작했다.

 

 

 

 

공산당이 사회주의를 부르짖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것을 배제하려 했지만, 또한 누군가는 마을사람들이 다같이 분배해 경작해야 할 토지들을 개인별로 나눠 주었을때 수확량이 훨씬 좋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 또한 반혁명이라고 고발하며 다른 사람들을 음해하는 것 또한 자신의 혁명도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을거란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혁명과 사랑에 대한 욕망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한층 더 올려보겠다는 혁명에 대한 욕망과 혁명을 하는 와중에도 성적인 욕망은 혁명을 부르짖는 그 순간에 불처럼 더 타올랐다. 자기가 원하던 지부 서기에 올랐지만,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에 누군가를 고발하고, 그 자리를 자신의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또한 좋아하는 훙메이의 몸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나누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부터 훙메이의 집까지 밤을 새워 땅굴을 파는 행위 또한 변절된 정욕의 한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음해해 그 자리에 오르고자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음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또한 권력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희생양이 되고 만 가오아이쥔의 독백이었다.

 

 

가오아이쥔의 독백 형식을 빌어 쓴 이 소설은 그의 혁명에 대한 욕망과 정욕에 대한 것들도 한낱 꿈이었음을, 권력과 시대의 희생양이었음 보여주고 있었다. 물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굳어지게 해야 하는 것. 가오아이쥔은 물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으리라. 물 위에 지은 집처럼 그의 삶은 한 편의 불꽃과도 같은 사랑이었으며, 혁명으로 똘똘 뭉친 허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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