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보았던 충격이 되살아난다.
북유럽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추리소설도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유럽의 차가운 감성을 제대로 살린 해리 홀레의 일곱 번째 시리즈 『스노우맨』을 보면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한 요 네스뵈의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다른 책이 있었을뿐인데, 그 책은 해리 홀레 시리즈만큼 강력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덟 번째 해리 홀레 시리즈 『레오파드』를 읽었고, 이번엔 본격적인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렸던 『레드브레스트』다.
해리 홀레 시리즈 세 번째인 이 작품은 1999년 말과 2000년의 해리 홀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순수한 남자 해리 홀레. 『스노우맨』에서 해리는 사랑하는 라켈 때문에 몹시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번 『레드브레스트』에서는 라켈과의 첫 만남이 나온다. 라켈을 처음 만나는 순간의 설렘과 떨림을 볼 수 있다. 또한 라켈의 아들 올레그와 어떻게 친해졌는지까지도.
다른 작품들이 해리 홀레 위주로 쓴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한편으로는 해리 홀레 이야기로 진행된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해리 이외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의 오슬로에 미국대통령이 왔을때 경호업무를 하던 중 비밀 경호원을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고, 오슬로 정부에서는 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 그를 경위로 특진시키고 국가정보국으로 발령을 낸해리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1942년부터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으로 자원입대한 노르웨이의 청년들이 동부전선에서 배고픔과 소련의 공격을 받은 군인들인 이야기와,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현재의 '우리아'(다윗 왕이 밧세바를 차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전쟁터로 보낸 남자)라 불리는 노인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매르클린 라이플을 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