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보았던 충격이 되살아난다.

북유럽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추리소설도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유럽의 차가운 감성을 제대로 살린 해리 홀레의 일곱 번째 시리즈 『스노우맨』을 보면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한 요 네스뵈의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다른 책이 있었을뿐인데, 그 책은 해리 홀레 시리즈만큼 강력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덟 번째 해리 홀레 시리즈 『레오파드』를 읽었고, 이번엔 본격적인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렸던 『레드브레스트』다.  

 

 

해리 홀레 시리즈 세 번째인 이 작품은 1999년 말과 2000년의 해리 홀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순수한 남자 해리 홀레. 『스노우맨』에서 해리는 사랑하는 라켈 때문에 몹시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번 『레드브레스트』에서는 라켈과의 첫 만남이 나온다. 라켈을 처음 만나는 순간의 설렘과 떨림을 볼 수 있다. 또한 라켈의 아들 올레그와 어떻게 친해졌는지까지도.

 

 

다른 작품들이 해리 홀레 위주로 쓴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한편으로는 해리 홀레 이야기로 진행된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해리 이외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의 오슬로에 미국대통령이 왔을때 경호업무를 하던 중 비밀 경호원을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고, 오슬로 정부에서는 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 그를 경위로 특진시키고 국가정보국으로 발령을 낸해리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1942년부터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으로 자원입대한 노르웨이의 청년들이 동부전선에서 배고픔과 소련의 공격을 받은 군인들인 이야기와,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현재의 '우리아'(다윗 왕이 밧세바를 차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전쟁터로 보낸 남자)라 불리는 노인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매르클린 라이플을 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남자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동안 남자가 흘린 피 한 방울이 새의 가슴에 떨어져 진홍가슴새가 되었다는 신화를 발췌했다. 진홍가슴새가 어떻게 진홍빛 깃털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신화에 모티프를 얻어 이 책을 쓴 요 네스뵈의 이 작품은 굉장히 탄탄한 스토리이다. 책의 내용이 전개될수록 과연 '우리아'라 불리는 남자의 정체가 도대체 누구인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가 구한 매르클린 라이플로 첫 사람을 죽였을때도 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었지만, 왜 죽였는지, 무엇 때문에 죽였는지 매우 긴장하게 만들었다.

 

 

제2차세계대전을 보면 독일 나치에 동조했던 나라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노르웨이의 많은 청년들이 독일군에 자원 입대해 나치를 위해 싸웠다고 말하고 있었다. 독일의 히틀러를 우상으로 생각했었다는 장면을 보고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수 있었다. 나치 전범들이 재판을 받을때 이들 또한 매국노로 찍혀 재판을 받고, 몇년을 감옥에 있었고, 감옥에서 나와서는 어딘가에 취직할수도 없었다. 작가는 자신의 나라인 노르웨이의 치부일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아주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나치를 위해 입대해 싸웠다는 사실까지 밝히고 있었다. 원래는 아버지가 쓰려고 했던 이야기를 자신이 썼다고 말했다 한다.

 

 

 

 

 

이것은 슬프고 치열한 이야기이다. 첫 장을 쓸 때부터 예감했다. 그리고 이 깊은 상처를 어떻게 헤집고 들여다 볼 것인가에 대해 집필 내내 고민했다. 『레드브레스트』는 거대한 역사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도 나의 개인사이기 때문이다.  - 요 네스뵈  

 

 

해리 홀레의 파트너였던 엘렌의 죽음과 엘렌을 죽게 만든 남자의 이야기가 해결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이대로 묻히고 마는가란 의문이 들긴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책이었다. 요 네스뵈의 작품답게 반전의 반전이 있어 숨막히는 긴장감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그의 이력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책날개의 앞 뒤를 거의 다 차지할 정도로 넘치는 그의 책이 참 좋다. 스칸디나비아의 시린 겨울 풍경처럼 이토록 서늘한 감성을 자랑하는 요 네스뵈의 책이 좋다. 나는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