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아이들 1
에이브러햄 버기즈 지음, 윤정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삶이 힘들다고들 말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제일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가진 상처와 고통이 제일 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하는 고민과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고통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걸 요즘에야 느끼고 있다. 그리고 특별하게 살아가기를 바랬던,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의 생각들보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소소한 일상들이 가장 좋은 것임을 요즘에야 깨닫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점점 마음속에 커져가고 있을때, 역시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행복한 일임을 알게 한 책을 만났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 뭔지 아니? 우리 방갈로, 그곳에서의 일상, 평범하게 눈뜨는 것, 부엌에서 알마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내 일, 내 수업, 고학년 본과생들하고 도는 회진, 저녁 식탁에서 너와 시바를 보는 것, 그런 후 아내와 잠자리에 드는것.  (2권, 152페이지)

 

 

이 책의 주요 장소이기도 한 에티오피아에서 인도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의학을 전공하고 의과대학 교수로 있는 에이브러햄 버기즈의 첫 장편소설이다. 미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읽고 싶은 책중의 한 권이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어느새 푹 빠져 읽게 되었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 책의 소개에서부터 나에게 맞는 책임을, 내가 좋아할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1954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병원인 '미싱'에서 한 수녀가 쌍둥이를 낳다가 죽었다. 쌍둥이 아이들의 이름은 매리언과 시바라는 이름을 가졌다. 매리언은 오랜 시간이 지난후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가 머물렀던 방에 오며 긴 이야기의 여정을 시작한다. 견습 수녀에서 수녀 간호사가 되어 매리언의 친아버지인 토마스 스톤을 만나게 된 배에서부터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 쌍둥이인 시바매리언을 인정하지 못해 달아난 아버지를 대신해 그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켰던 또 하나의 부모 헤마와 고시로부터 충만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아주 어린 시절에서부터 성적인 호기심이 극에 달한 사춘기 시절과 열심히 공부해 외과의사가 된 이야기를 저 먼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풀어낸다. 아기때부터 함께 자란 유모의 딸 제닛과 함께 자라오면서 매리언은 제닛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제닛과 시바를 모두 사랑했지만 그들로인해 자신의 삶은 살짝 어긋나 버렸다.

 

  

세상을 구하기보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었던 매리언은 늘 친아버지 토마스 스톤이 '미싱'에 나타나는 꿈을 꿀 정도로 그리워했지만, 어느새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사랑했던 고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의학적 지식을 배우고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는다. 고시가 그토록 원했던 미국에서의 생활을 위해 우연한 기회에 도망치듯 미국으로 오게 된 매리언의 삶은 또다른 국면을 맞았다.

 

 

과거는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우리를 이해하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버지 토마스가 스승의 질문에 답했듯, 매리언이 토마스의 질문 '응급 환자들의 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답했던 것처럼. 이 책은 한 사람의 내면의 성장을 다루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인도인으로 사는 일들의 힘겨움, 사람의 병을 알고자하고, 고쳐주는 일을 사랑했던 사람이 성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을 버렸던 아버지에 대한 갈망과 미움을 어느새 외과의사라는 직업에서 승화시키고 있었다. 응급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위로의 한마디 였듯, 매리언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너무 늦게야 자기 감정을 알았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던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눈빛에서 건네지는 위로였다. 

 

 

행복의 열쇠는  너희 슬리퍼를 인정하는 것, 너희 존재를 인정하는 것, 너희 모습을 인정하는 것, 너희 가족을 인정하는 것, 너희 재능을 인정하는 것, 너희한테 없는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야. (중략)  우리가 행한 것뿐 아니라 미처 행하지 못한 것도 우리 운명이 된단다.   (2권, 58페이지)


그리 좋은 부모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이 아직까지 살아계시다는 것,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 내 가족들이 곁에 있다는 것, 가족들과 일상을 함께 할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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