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몇 년전에 배수아 작가의 단편집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작가가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나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에도 배수아 작가의 책을 읽는데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게 그려진 작품 때문에 내가 배수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못하나,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꿈 속의 이야기처럼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아야미로 보인다. 전직 여배우이자 지금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오디오 극장의 사무 직원이자 매표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디오 극장에는 극장장 외에 아야미뿐이다.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극으로 특별하게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할 공간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걸으면서 오디오로 흘러나오는 극을 들어도 되는 곳이다. 이 극장이 운영난에 닫아야 한다.

 

 

다른 장에서 보면 전직 여자 시인을 좋아하는 부하라는 남자가 있다.

부하는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인 여자를 발견하고 오디오 극장으로 찾아갔지만, 경비원들에 쫓기고 만다. 또다른 장은 독일어 선생인 여니로부터 독일어를 배우던 아야미는 독일에서 온 한 작가를 만나 호텔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추리소설을 쓰는 볼피라는 작가는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받고자 여니를 만나러 한국에 왔지만, 여니가 아닌 아야미라는 여자는 샤워할 수 없는 욕실도 없는 집으로 데려와 찌는 더위에 부엌에서 물을 받아 씻으라고 한다. 그 여자가 전화하는 소리에 여니라는 말이 들리는 듯 하여 여니냐고 물어보지만 자신은 아야미라고 말을 한다. 이제 작가 볼피와 아야미는 시인들이 모여 하는 사진전시회를 간다. 사진전시회에서 한 시인의 시집 타이틀 이었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시를 쓴 시인을 만나 동명의 시집을 받는다. 그리고 국경 어디쯤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 하지만, 어느새 기차역에 있는 사람은 아야미와 극장장이다.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은 모호한 꿈속에 아야미가 있다.

아야미가 머물렀던 공간들은 그녀의 꿈속처럼 모호하고, 꿈결 어딘가쯤으로 보이는 언덕즈음이다. 언덕에서 현실을 내려다보고,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여니'이고 '아야미'이기도 한 소설속 여자 주인공이 살아온 시절도 모호하고, 이제 그녀 앞에 나타난 듯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모호하다. 몽환적인 곳을 거닐듯 그들은 그렇게 꿈 속을 거닐고 있는것 같았다.

 

 

그들이 갔던 사진 전시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어딘가를 떠도는 것 같다. 작가는 아래 책에서 인용글처럼 말했다.

 

내 팔을 잡아요. 이 도시의 숨겨진 이름은 '비밀'이랍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어요.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세워지고, 너무 빠르게 사라져버린답니다. 기억도 마찬가지예요.  (158페이지)

 

너무 빨리 흘러가는 시간들을 안타까워 함인가.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나도 그렇다.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좋으니, 빨리 사라져버리고 있는 것 같아, 어떨때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의 기억들만 새록새록 생각나는 요즘이다. 마지막 장까지 읽으며 내가 배수아 작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작가의 생각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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