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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여자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평점 :
여성으로 태어나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어쩔 수 없이 순응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성차별적인 언어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직장생활 20년 차가 넘어가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속 인물 스스로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백이라고 말하고 있다. 1983년생인 주인공은 억압과 불평등의 사회에서 자랐다. 몹시 마른 몸이어서 자신을 숨기듯 해야 했다. 너무 마른 몸을 가진 ‘나’는 또래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반에서 가장 뚱뚱했던 아이도 괴롭힘을 당했다. 그 애와 놀면서 이중적인 마음을 가졌는데 이게 사람의 본심이 아닐까 싶다. ‘몸’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놀았다.
두 여성의 화자로 된 소설로 1983년생인 ‘나’와 1959년생인 엄마 ‘미복 씨’의 고백이 나타나는데 다르면서도 약자인 여성의 입장이 대두된다. 대학 때 사귀던 남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웨딩 플래너로 일하면서 보아왔던 신부들, 이직한 직장에서 상사의 성희롱적인 발언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짓궂은 농담처럼 여겼다는 게 화가 날 정도다.
미복 씨의 경우는 마을에 사는 여자 사냥꾼과 길쭉한 몸을 가져 여러 사람으로부터 몸이 예쁘다는 찬탄을 들었다. 1959년생인 미복 씨가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은 더 고달팠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추행을 당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부를 계속하지 못했다. 봉제 공장이나 술 시중을 들었던 일을 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과거의 여성이 걸어왔던 길이었다.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하고 싶은 심리라고 해야 할까. 미복 씨가 이혼하겠다는 딸에게 건넨 말은 녹록치 않은 사회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지만 현실을 짚어주는 말이기도 하다.
저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서 유독 ‘몸’이라는 단어에 귀가 커졌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딸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뒤 이혼을 감행했습니다.
-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65페이지)
주인공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하는 바다. 하지만 내 딸이 같은 이유로 이혼하겠다고 하면 나도 미복 씨처럼 말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한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며, 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딸은 내가 살아왔던 사회적 차별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어느 곳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게 안타깝다.
저마다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나’와 친하게 지냈던 영석 언니나 결혼을 앞둔 소연 언니도 자기만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제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언어로 성희롱하는 상사에게 맥주를 끼얹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거리를 걷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각자의 삶을 사는 거라 이해했다.
이런 책들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의식을 높이고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해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작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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