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나, 아주 적은 나
전창수 지음
1.
나의 정치적 성향을 말한다면, 나는 여당편도 야당편도 아니다. 주로 민주당을 많이 찍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100% 민주당을 찍지는 않는다. 가끔은, 제1야당 외에 다른 정당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당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되도록이면 문제가 조금이라도 적은 당, 그리고 나한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당을 지지한다. 지금의 행태를 보면, 어떤 당들도 총선 이후 형편없이 무너질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이럴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게으름이다. 그냥, 마음껏 손 놓고 충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잠깐이라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 게으름은 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권력의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다음 총선에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해 하면서 "소신"까지 버리면서 그저 눈앞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사람들. 그 분들께도 게으름이 필요하다.
2.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누가 오직 개인의 지나친 "욕심"만을 좇는지는 알고 있다. 자신의 작은 이익, 그 이익을 좇는 사람을 욕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자신의 작은 이익을 좇으면서 사니까. 그러나 자신의 지나친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행태들은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행태들은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그것 역시 나의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지만,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가 조금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게으르다고 욕 먹어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다. 누군가가 게으르다고 나에게 욕을 한다면, 나는 충전 중이라 항변하면서, 그 사람에게 적절한 반항을 해 댈 것이다. 그러나 내가 쓰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나는 당장 그 사람에게 사과를 하게 될 것이다.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 이기적인 거니까. 최근 나에게 상처를 주는 어떤 책들을 읽었다. 한권은 정말 어이없는 내용이었고, 한권은 읽다가 보니, 어느 대목에서 은근히 나를 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를 직접적으로 지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은 나에게 반성을 일으키기는 커녕 반발심만 키워놓았고, 나는 누군가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그때 깨달았다.
3.
어떤 에세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지만, 그러나 평온함을 전달해주는 문장들. 그 문장들과 그림들에 푹 빠져 순식간에 책을 읽는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변하려 애쓰지 않았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하고 있으니. 그렇다, 나의 과거를, 나의 성격을, 나의 지금 모습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지금의 나도 괜찮으니, 그 모습 그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겠지. 나 아주 잘 살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잘난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의 나는 그냥 지금 내 모습에 조금만 새로운 것을 추가해주면 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가.
4.
적어도 에세이라면, 최소한 한 편쯤은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관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각들을 심어놓음으로서 비로소 생각이라는 그 울타리 안에 나를 집어넣을 수 있고, 그 생각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번쯤은 치열하게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모두 다 잡아낼 수는 없지만, 언젠가 어느 순간에 그 스쳐지나갔던 생각들이 나에게 체화되어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겨난다.
5.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 에세이들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또는 저자의 새로운 생각들을 담았을 때, 그리고 그 생각들이 누군가의 비난이 되지 않을 때, 그 에세이들은 내게 마치 영혼의 양식 같은 편안함을 준다. 소소한 그림들과 소소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덕분에 새롭게 출발하는 나의 마음은 흐뭇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을 통해 허밍버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