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탐정, 신통한 만남, 그 졸렬한 서막
1부
1. 만남
나는 영업부장 신통한
소수의 고객만을 책임진다
소수에게만 드리는 기쁨!
명함을 받아든 이상한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한이 제일 싫어하는 녀석들이 바로 영업을 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이상한의 눈에 영업을 하는 인간들은 모두 사기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순진한 사람들을 그럴 듯한 말발로 현혹시켜 일단 자신의 고객이 되면 마치 VIP처럼 모실 듯 하지만, 실제로 그런 대접을 받기는커녕 마치 지나가는 개처럼 대하기도 하는 녀석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엔 순진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그가 친절한 영업사원에게 몇 번 사기를 당하면서부터는 그의 생각은 차츰 달라져갔고, 그는 그 영업사원들 때문에 경찰이란 직업까지 택했고 경찰 역시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체질에 안 맞아서 1년만에 경찰 생활도 접었다. 그리고그는 비로소 '이상한 탐정 사무실'이란 허가도 되지 않은 '탐정'이란 이름을 붙여 신장개업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탐정 사무실이라는 것이 '사업자 등록'을 한 사무실이 아니라 이상한 스스로가 막노동하고 공장일을 하면서 모은 재산으로 만든 개인사무실이다. 이름만 '탐정 사무실'이었지 아무도 의뢰를 하지 않는 철저하게 은둔하고 있는 이상한의 거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무실에 뜬금없이 신사복 차림의 정장을 한 '신통한'이라는 자가 나타나 그의 맘을 심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보십시오. 신통한씨, 차를 파실 생각이라면 다른 곳을 알아보십시오. 이따위 고급차를 살만큼의 여유가 제게는 없습니다."
신통한은 움찔했다. 그는 자신의 명함을 살펴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차를 판다는 내용은 없었다.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신통한은 일부러 단 세 줄의 홍보용 문구 이외에는 아무것도 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자. 미처, 말도 하기도 전에 고급차를 파는 영업사원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 버렸다니. 또한, 이따위 고급차라니? 사무실은 겉보기에 그렇게 가난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신통한은 자신이 사무실로 들어올 때의 일을 기억해냈다. '탐정 사무실? 특이하군. 한국에서도 사립탐정이 활동하고 있었다니.' 신통한은 이 정도의 탐정 사무실을 차릴 정도라면 적어도 고급차 한대 정도는 구입해야 할 듯 싶었다. 안전도가 최우선인 고급차 말이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고급차를 경멸하며, 또한 그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그가 그렇게 부유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통한씨, 이제 그만 나가주시겠습니까?"
영업경력 20년의 신통한이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밀어부쳐서 될 문제는 아닐 성 싶었다.
"한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선생님. 제가 고급차를 파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좋은 질문이군요. 신통한씨. 우선 당신의 옷차림을 보십시오. 당신은 고급 정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함을 보십시오. 소수에게만 드리는 기쁨! 이라고 써 있군요. 과연, 이 좁은 한국에서 그렇게 고급정장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더구나 영업사원이?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당신이 왜 이런 누추한 곳을 찾았는지가 더 궁금하군요. 돈 많은 사장님들을 접대하기도 바쁘실 텐데요. 하지만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정장은 부유한 사장님들이 있는 것보다는 약간 낮은 패션이군요. 사장님들이 당신보다는 높은 사람인 것을 인식해야 될 테니까요. 그래서 고급이라는 것은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것은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함부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닌 거 같군요. 그리고 그것은 알고 보면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스스로 풀어보도록 하십시오."
신통한은 이상한의 강렬한 눈빛에 빨려들었다. 그에게는 분명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제 그만 나가 주시겠습니까?"
그러나 신통한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을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기 있었다. 이상한의 말대로 신통한은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스스로 높으시다는 양반들만을 상대하는 고급인력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이상한 곳까지 끌려 들어오다니.
신통한은 한참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이상한을 바라보았고 이상한도 신통한을 그냥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신통한의 머리에는 온갖 생각들이 춤을 추었다. 이대로 나갈 건가, 좀더 있을 건가, 저 탐정이란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데,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그냥 뚫어지게 보고만 있을까.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이상한은 신통한의 허리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신통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허리춤을 바라본다. 아니, 언제 이렇게. 그의 허리춤에는 몇 종류의 차키가 매달려 있었고 차량에 대한 설명이 가득한 서류가 그가 들고 온 가방 위로 삐죽이 드러났다.
"영업사원 맞습니까? 그렇게 서툴러서야 무슨 영업을 한다고..."
그것은 신통한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었다. 아니, 겨우 이런 모습을 보고 나를 서툴게 평가하는 건가. 아니면, 나를 시험하는 건가. 신통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상한을 바라보았다. 이상한은 그렇게 자신을 쳐다보는 신통한의 얼굴을 보더니, 비로소 웃음을 지었다.
"놀란 표정이군요. 무엇 때문에 그리 놀라십니까? 나가지도 않고, 딴 사람처럼 멍하니. 매력 있네요."
아니, 이런. 남자한테 이런 고백을 듣다니. 같은 남자면서. 당황하는 신통한의 표정을 보더니 이상한이 다시 말했다.
"참고로 말하지만, 전 저의 사랑스런 부인이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 그 뜻이 그 뜻이 아니었구나.
"서툰 게 매력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영업사원을 하시는군요. 잘 하시겠네요"
칭찬인지, 비꼬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자, 제 명함입니다. 나중에 제가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저는 고급차를 살 여유는 없습니다."
아까보다 한참 부드러운 말투로, 명함을 건네는 걸 보면, 이 사람, 잘 사귀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꼭, 차를 살 고객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나눌 친구로. 그런 사람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업사원이 된 뒤, 신통한에게서 멀어진 친한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신통한은 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친구를 찾지 못했다. 어쩌면, 이상한이 그런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그런 친구가 되기 힘들긴 하지만, 신통한은 그런 고정관념이 깨지길 바랐다.
이상한이 건네는 명함을 받아들었다.
어려움이 없다면, 이상한 친구.
어려움이 있다면, 이상한 탐정.
신통한은 살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미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상한도 살짝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리고 나중에 만나자는 무언의 약속을 한다. 이상한도 신통한도 그 무언의 약속이 그들 사이를 그렇게까지 만들지 몰랐다. 이상한과 신통한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2. 첫 의뢰
이상한은 창 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손님 없으면, 내일은 또 공사장에 나가봐야겠군.' 후…… 한숨을 쉬는 그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법으로는 금지된 탐정사무소이지만, 그의 사무실에 들어와 불법이라며 사무실을 내리라는 경찰도, 그를 기소하는 검찰도 없었다. 이상한에게는 다소 도박일 수도 있는 사무소 개업이었는데, 나름 다행이다 싶긴 했지만, 이상한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무리 열심히 생각을 해봐도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 볼 수는 있었다. 그가 경찰 출신이기 때문에 눈을 감아줄 가능성도 있고, 앞으로 탐정이란 직업이 허가될 예정이기에 함부로 건들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별로 신경 안 써도 될 만큼 이상한의 존재가 작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은데…… 내일도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이상한이 한참 고뇌에 빠져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 누구지…?'
이상한이 문을 열자, 조금은 앳되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탐정 사무실이라고 해서요. 저, 고민 있어서 왔는데요?"
"고민?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 고등학생이요. 여기 가면, 고민 들어줄 거라, 누가 그래서."
"누가 그런 말을? 그런데, 무슨 고민입니까?"
"어떤 검은 정장을 입으신 분이요. 제가 놀이터에서 울고 있으니까, 이리로 한 번 가보라고 했어요."
"검은 정장?"
이상한은 짐작 가는 바가 있으나, 그 학생에게는 그 신사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 고민이 뭡니까?"
"어, 아저씨는 제가 학생이라고 밝혔는데, 반말을 안 하시네요?"
"어색합니까? 어색하면, 반말로 할까요?"
"아니요. 저를 무시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 다른 애들은 그렇게 깎듯하게 대하면, 왠지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에요. 그렇게 대하실 때 저는 제가 존중받는다고 느껴요. 길에서 만나는 아저씨들도, 아주머니들도, 그리고 선생님도 제게 반말을 하는데, 저는 그게 친근감의 표현으로 안 느껴져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이상한은 한동안 그 학생을 바라본다. 그 학생도 이상한을 말없이 바라본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상한은 학생에게 물어볼 말을 찾았다.
"고민이 뭡니까?"
"방금 말했어요."
"그렇습니까?"
"네. 그것 때문에 많이 울어요. 아까도 그래서 울었어요. 아, 그런데, 아저씨, 상담료는 얼마에요? 저, 여기 자주 오고 싶은데."
"주고 싶은 대로."
"저, 돈 많이 드려도 돼요?"
"부자십니까?"
"네. 아버지는 JK 그룹 사장님이시구요. 어머니는 현장특별시 시장님이세요. 한번 올 때마다 50만원씩 드릴꼐요. 1주일에 한번씩 올 거에요. 대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랑 같이 있어주세요. 매주 토요일마다 올 거에요. 해 주실 수 있죠?"
이상한은 한동안 그 학생을 쳐다보았고, 대답하는 대신 질문 하나를 던졌다.
"학생 이름이 뭡니까?"
"저, 이름 안 말하고 싶어요. 그냥, 샘물이라고 불러주시면 안돼요?"
"이름은 안 맖하고 싶고. 샘물이라고 불리고 싶다. 그럽시다. 현금 결재입니까?"
지금까지 어둡기만 했던 학생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즉시 5만원권 10장을 꺼낸다.
"50만원이요! 아저씨 정말 좋아요. 아무것도 자세하게 묻지 않으시고, 화끈하시고. 그럼, 오늘부터 저 아저씨랑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오늘 토요일인데!"
이상한은 오늘이 토요일이란 사실조차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내일 공사판에 갔더라면 허탕치고 올 가능성이 많았겠군.' 그러면서, '이 학생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를 생각해 보면서, 아직은 날이 좋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아저씨! 저랑 게임방 가요!“
이상한은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보군, 하면서 샘물이라 불리고 싶어하는 그 학생의 뒤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3. 미행
신통한은 학생이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유 없이 울고 있던 한 학생. 이유 모를 만남. 학생을 이상한에게 안내하는 자신의 마음이 뭔가에 홀렸음에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신통한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신통한은 그 학생이 이상한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말로 들어가네?’ 어느 낯선 남자의 소개. 그 이상한 소개가 그 학생을 이상한에게로 이끌었다. 그 이상한 힘을 신통한은 알 수 없었다. 신통한은 그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생, 왜 울고 있어?”
“아니, 아저씨? 아저씨는 울고 있는 학생에게 일일이 신경 써요? 참 특이한 아저씨네?”
“일일이 신경 안 써. 오늘만 신경 쓰는 거야.”
“왜요?”
“이상한 탐정을 만났거든.”
“이상한 탐정?”
“이름이 이상한.”
“음...그게 이름이 이상하다는 거에요, 이상한이 이름이라는 거에요?”
“이상한이 이름. 이름처럼 이상해.”
“어, 왠지 관심 간다. 어딨어요, 그 아저씨?”
울음을 뚝 그친 학생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이 상황은?’
“저기 저 건물 2층에.”
“어떻게 찾아요?”
“앞에 써 있어.”
“고마워요.”
이 대화가 끝이었다. 학생은 더 이상 신통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신통한은 벤치에 앉았다. 오래 전에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다시 피게 되면 두 번 다시 못 끊을 것 같아 피우지 않았다. 끊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은 담배만이 아니었다. 이상한 탐정. 그가 건넨 명함에 새겨진 문구 “어려움이 없다면, 이상한 친구. / 어려움이 있다면, 이상한 탐정” 기가 막힌 문구였고, 기가 막힌 친구였다. 그 문구에 의지해서 한 학생을 발견했다. 학생은 울고 있었다. 그것도 소리내어 펑펑. 마치 누군가 자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듯이.
신통한은 자신이 지금 일하러 나왔다는 사실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어차피, 먹고 살 만큼 돈은 많이 벌었다. 이제, 외근은 그만해도 될 만한 위치다. 그럼에도 신통한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 외근을 계속해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저 멀리 그 학생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상한 것은, 학생의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는 것이다. 너무 신나게 팔짝팔짝 뛰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그 뒤에는 이상한 탐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 심각한 표정이 학생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학생이 이상한에게 빨리빨리 가자고 조르는 듯 했다. 이상한은 가끔 그 학생을 향해 살짝 미소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진정한 미소로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은 씁쓸해 보였다. 신통한은 이상한이 그 학생에게서 뭔가를 눈치챘는데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그는 무엇을 하는 학생일까. 그러고 보면, 신통한은 그 학생에게 정말로 학생인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아무것도 묻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그냥, 울고 있길래 무작정 이상한에 대해서 말했을 뿐이다.
신통한은 결정했다. 그들의 뒤를 따르기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판매보다 더 큰 건이 걸려있을 거란 본능적 느낌이 그를 휘감기 시작했다.
문득, 방문판매가 불법인 법안이 될 거라는 뉴스를 접한 것이 기억났다. 이제 시대는 바뀌고 있다. 더 이상 고객을 불쾌하게 하는 방문판매는 하지 못할 것이며, 이제 본격적인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면, 신통한의 영업도 끝이 난다. 신통한은 지금 이상한을 따라가지 않으면, 자신이 일구어왔던 지금까지의 경험,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해질 것 같은 절박감이 몰려왔다. 이상한이 신통한을 봤는지 안 봤는지 신통한은 알지 못했다. 다만, 멀찌감치 서서 그들을 지켜보다, 그 학생과 이상한이 4차선 도로가 있는 큰 길가가 있는 곳으로 가자 부리나케 따라잡았다. 거기엔 상점들이 일렬로 나열해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중 하나의 건물로 그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 건물은 5층짜리 건물로, 4, 5층은 대중목욕탕, 찜질방이 있었으며, 3층은 PC방, 2층은 당구장, 1층은 식당이 대형 평수로 있는 큼직한 건물이었다. 신통한은 그 중 어느 곳으로 그들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이 무슨 생각에서 그 건물로 따라 들어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 학생과 이상한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더더욱 의문이 남았다. 신통한이 그 건물에 도착했을 때는 그들이 이미 보이지 않았기에, 신통한의 궁금증은 더더욱 커져 갔다. 조금 고민하던 신통한은 이상한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가 돌아오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신통한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이상한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작정했다. 이상한에게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는, 신통한은 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가 지금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부여잡을 수 있는 가치. 그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신통한은 이상한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신통한은 거기에 새로운 안내문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상한 탐정 사무소 – 지금은 아무도 없으나 그대가 원한다면 곧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나 그 “곧”이 언제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으니, 기다리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것이 저의 운명이니까요! 급한 용무가 있으신 분에 한하여 연락 주십시오. 연락처는! 카톡 아이디 : 께림칙해.”
신통한은 그 안내문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이상한의 카톡으로 이상한의 아이디를 입력했다. “찾을 수 없습니다” 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검색을 해 보았다. 역시 되지 않는다. 신통한은 할 수 없이, 그를 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의자가 없을까. 신통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기하다. 마치 그가 다시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한쪽 편으로 조그만 의자가 하나가 놓여 있다. 낡고 낡아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신통한은 그 의자가 분명 이상한의 사무실에서 보았던 의자였음이 기억났다. 이상한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신통한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록되었던 자신의 영업실적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의자의 삐그덕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으나, 그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무도 허름한 사무실이어서, 오직 이상한 탐정 사무소만이 유일하게 간판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무실에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랐다. 신통한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이상한과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냥 더디지만은 않았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면서도 신통한은 기꺼이 그의 반응을 즐길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오래도록 이상한과 만났던 첫 만남을 다시 되새겨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