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편 - 조용한
만남
뻐끔뻐끔 담배를 피는 조용한의 눈에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유심히 누군가를 관찰하는 모습이 마치, 그를 납치라도 하려는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조금 후에 보니,
그는 저 멀리 사라져갔다. 그의 앞에 있던 누군가도 어느 덧 조용한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조용한은 피던 담배를 끄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래도 담배 탓인 듯 했다. 그의 시야를 가린 뿌연 담배연기 때문에 아마도 그들을 놓친 것 같다. 조용한은 공원을 가로질러서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치 뭔가를 쫓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아무래도 뭔가 영 어색했다. 뒷모습에서 그의 불안이
느껴졌다. 조용한은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그가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조용한은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 태연하게
벤치에 앉았다. 조용한이 주시하던 그가 조금 허름한 건물로 들어갔다. 조용한 그에 대한 궁금증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은 그가 들어간
건물로 들어가 1층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1층은 조그마한 헌책방이 있었다. 사람이 없을 거란 예상과 달리, 그 책방에는 의외뢰 사람들이
북적였다. 열댓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사람이 열명이 넘게 있어, 사람들이 아주 많은 듯한 착각이 든 것이다. 발 디딜 틈도 없는 그 좁은
공간에 조용한이 찾던 그는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은 좁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에 그가 있었다. 조용한은 의자에 앉아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유심히 관찰했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불안해 보였다. 조용한은 한동안 그를 관찰하다가 그에게
다가갔다. 한참,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그가 조용한을 보더니,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조용한은 그의 목소리가 꽤나 밝고
중후하다는 데에 놀랐다.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느낌이 조용한에게 느껴졌다.
"실례지만,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예,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뭐가 문제가 있으십니까?"
"아니요.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조용한이 말을 이어가기 전에 그는
재빨리 말을 끊었다.
"그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와
대화가 가능하신 분입니까?"
조용한은 뭔가에 찔린 듯,
뜨끔했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어.'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이 쫓던
그 사람에 대해서 조사할 게 있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쫓던 사람이라뇨? 그런 사람
없습니다."
조용한은 이상한 탐정 사무소라는
푯말을 뚜렷이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상한 탐정 - 그 사람에 대해서
조사 중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보다 당신 신분증 있습니까?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습니까?"
조용한은 조용히 검찰배지를 그에게
내밀고, 그의 신분증마저 내보였다. 그제서야 그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갔음을 알게 되었고, 뭔가 거대한 파도가 그를 휩싸게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조용한 검사님.
신통한이라고 합니다. 저는 외판원입니다. 저는 단지, 차를 팔기 위해서 잠깐 들렀을 뿐입니다."
조용한 검사는 이 뻔한 거짓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 그에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신통한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체포하거나, 이상한씨를 체포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과 얘기하셨던 그 학생, 그 학생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학생, 지금 어디 있습니까?"
신통한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신통한은 조용한에게 얼른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고, 조용한은 그의 뒤를 말없이 따라갔다. 그러면서 조용한은 한편으로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에게 접근하기 위해 조용한은 너무 심한 거짓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