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나서

 

전창수 지음

 

 

바다를 떠나왔다. 한참 머무르다 보면 그곳을 떠나야 할 때도 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넘치지 않는 파도와 넘치지 않는 바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는 바다를 바라볼 때의 평온함. 그 잔잔한 파도와 함께 사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러나 바다에서는 살 수 없었다. 내겐 그럴 기회가 없었다.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고 싶기도 하다가 그러다가 살고 싶어지다가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라본 바다엔 빛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그렇게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바다를 떠났다.

 

바다를 떠나서 다시 삶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힘이 겨울 땐 바다를 기억한다. 바다를 추억한다. 바다에 있던 빛을 기억한다. 바다를 바라보던 그 절벽을 기억한다. 바다를 바라본 그 하늘을 기억한다. 바다를 떠나서 바다를 다시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바다가 있어서 바다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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