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불

 

오리지널 & 마음의 결론

 

 

전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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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철써억

소년의 눈에 조금씩 눈물이 배기 시작했다. 한두번 맞는 것도 아닌데, 매번 맞을 때마다 소년은 알 수 없는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소년의 아빠는 소년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할 때쯤에 회초리질을 비로소 멈춘다. 그에게 소년이 우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싸움질 안 할 거지?”

.”

소년의 기계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소년은 그러나 왜 싸우지 말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소년이 라고 하는 순간, 매질은 멈추는데, ‘아니오라고 해서 화를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소년은 낮의 그 녀석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녀석을 알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녀석의 이름은 준구.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얼굴에 주름이 잔뜩 있어서 애할비라고 불리는데 그 녀석이 소년을 노약자라고 놀리는 것이다. 그래서, 소년은 내가 왜 노약자냐고 반문하자, 그 녀석이 너는 나보다 허약하잖아라는 것이다. 소년은 순간 우욱하는 느낌이 들어 그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따. 그리고 한바탕 벌어진 싸움은 양가의 부모를 모셔오게 되었고, 지금은 실업자인 소년의 아빠가 학교로 찾아오게된 것이다. 결국, 양쪽 다 3일간 화장실청소를 사이좋게 하는 가벼운 벌로 마무리되었지만, 소년에게는 화장실청소보단 아빠의 잔소리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 오늘처럼, 회초리 몇 대로 끝나는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아주 오래 전에, 처음으로 회초리를 맞던 날, 그 날 소년은 내가 왜 맞아야 되느냐며 반항한 적이 있다. 그러자, 소년의 아빠는 더 이상 때리지는 않고 밤새도록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이후, 소년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밤샘 고문을 견디느니, 차라리 몇 대 맞느네 거 더욱 편한 것이다.

 

철썩, 철써억.’

소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대나무의 곁가지에 실린 엄마의 손힘이 종아리 깊숙이 스며들었다. 아픔을 견디지 못해, 소년은 결국 주저앉고야 말았다. 그러나, 소년의 엄마는 냉정했다.

일어나, 얼른!”

소녀는 추스린 몸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났다.

휘리릭, 철썩!’

몇 대 째지?”

다섯 대 남았어요.”

소녀는 맞으면서 앞날이 너무 깜깜하다고 생각했다. 점수가 1점 떨어질 때마다 1. 만약, 더 이상 떨어질 점수가 없을 때까지 점수가 올라가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세상이 소녀를 증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점수가 아예 0점까지 떨어지면 더 떨어질 점수가 없을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세상 살 맛 안 난다는 비관을 했다.

아빠, 언제 들어오세요?”

아빠는 바쁘셔. 오늘 안 들어올거야. 먼저 들어가 자.”

딱딱한 엄마의 말투가 소녀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빠는 오늘도 들어오지 않으신단다. 아빠는 대체 무슨 일을 하시길래. 엄마는 그저 사업을 하신다는 말씀만 하시고 무슨 일을 하신다는 말씀은 없으시다. 엄마는 자라고 했지만, 자면 안 된다. 성적을 올리려면 최대한 조금만 자라고 했다. 그러나, 소녀는 성적을 정말 올리면 무엇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무조건 성적을 올, 그러면 좋을 것이다, 라는 말씀만 하시고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소녀는 그래서, 공부를 할 때도 늘 망설여진다. 그저 맞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이제 몇 번 맞다 보니 그것도 적응이 되어서 별로 아프지도 않다. 차라리, 맞는 게 더 편한 거 같다. 왜 해야되는지도 모르는 공부를 계속 하느니 말이다.

 

 

준구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외식에 마냥 들떠 있었따. 준구의 아버지는 그런 그를 보고, 한 말씀 하신다.

인서가, 넌 언제 철들래? 싸움질 하지 말랬잖아.”

전 그냥 제이랑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그 애가 갑자기 주먹을 날리잖아요.”

뭐라고 했길래?”

좀 놀려줬죠.”

친해지고 싶은데, 왜 놀려?‘

그냥, 나처럼 좀 늙어보이고 나보다 좀 약해 보이길래 노약자라고 놀린 것 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에요?”

글쎄사람은 누구나 다 성격이 다른 거야. 다음부터는 그렇게 놀리지 마라. 사이좋게 지내구. 그 애, 나쁜 애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너무 어두운 것 같다. 네가 잘 대해주렴.”

.”

준구는 그렇게 말하고 어느 덧 오늘은 뭘 시킬까, 하는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조금은 쪄 보이는 그의 몸뚱아리가 마냥 행복해 보였다.

 

 

2

 

소년은 계속해서 그의 주위를 맴도는 준구가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더 이상, ‘노약자라고 놀리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소년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 점심식사 시간에도 준구는 소년의 앞에 앉는데, 소년은 준구가 게걸스럽밥 먹는 모습을 보면 밥맛이 뚝뚝 떨어지곤 했다. 소년은 그럴 때 자기가 먹을 것까지 준구에게 그냥 줘 버렸다. 그러면, 준구는 고맙다, 면서 좋아서 먹는데 소년에게는 그런 준구의 모습이 더욱 더 밉게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 준구의 얼굴에 식판을 던져 버렸다. 어이없어하는 준구의 얼굴에 소년은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애들이 말리고, 선생님까지 오셨지만 소년은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의 완력에 의해 소년은 간신히 준구에게서 떨어졌지만, 준구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 날 일은 준구가 집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비밀로 붙여졌지만, 그 후에도 준구는 계속헤서 소년의 주위를 맴돌았다. 쉬는 시간이면 소년이 옆자리로 와서 머리를 푸욱 파묻고 단잠을 즐기는 소년의 등을 툭툭 건드리고 가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년은 쓰윽 얼굴을 잠깐 들어보고 이내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면 준구는 또다시 소년의 등을 툭툭 건드린다. 소년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또다시 준구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면 준구는 알았어, 알았어, 갈게하면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우고 자기자리로 돌아가곤 하는 것이다. 소년은 이 귀찬한은 친구를 결국은 해결하지 못하고 드디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졸업 축하한다, 와이어.”

아빠는 오늘도 못 오세요?”

그래, 아빠는 바빠서 오늘도 못 오셔. , 졸업식 날인데 활짝 웃어야지.”

소녀는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씁쓸한 미소를 견뎌내기 힘들어 소녀의 미소는 어색하기만 했다.

좀더 활짝 웃어보렴. 졸업하는데 좋지 않아? 이제 너도 어엿한 중학생이구나.”

연기를 한다는 것은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소녀는 엄마가 만족할만한 웃음을 활짝 지어 보였다.

그래, 그래야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책임 하나를 더 진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름은 바람이 가는 곳을 따라 평화롭게 흘러가고,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불안감을 어쩌지 못한 소녀의 눈썹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마음의 결론으로 이어짐>

 

 

 

 

 

꽃불마음의 결론편

 

 

, 문제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생각하는 거야? 때로는 답 없는 문제도 있는 거 아닌가? 왜 살아야 돼? 그것에 대한 답이 있어? 삶에 결론과 결말이 있어? 죽음? 그것을 과연 결말이라 할 수 있을까? , 죽도록 그 일을 하고 싶었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내가 아닌 것 같았어. 그래서, 부모님이 하자고 하는 것을 하지 않았어. 물론, 죽어라 반대하셨지. 하지만, 나는 그런 부모님들이 싫었어.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그분들을 위한 삶을 고집하는 것 같아서 정말 싫었어. 그분들은 항상 정답을 원해. 내가 아무리 싫다고 외쳐도 그분들은 항상 내게 답을 원해.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집을 나와야만 했고, 그분들과 연락도 하지 않았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욕심을 채우며 살아가. 우리 부모님도 나도 예외는 아니야. 우리의 죄는 그저 행복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운다는 것이야. , 싸워야만 하지. 하지만, 행복이 과연 거기에 있을까? 답은 없어. , 물음표일 뿐이야. 내가 죽도로 그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말 내가 원하던 일이었나? 그저, 나 역시 부모에게 반기를 들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 인생을 망친 것은 누구 책임인가. 내 책임인가? 부모 책임인가? 거기에도 답은 없어. 우리를 만든 신이 있다면, 나는 그 신을 원망했지. 내 인생에 답을 찾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하지만, 돌아온 것은 황폐한 침묵 뿐. 아무것도 내겐 남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답을 구하지 않기로 했어. 모든 영화에는 결말이 있지. 하지만, 난 때론 결말이 없는 영화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지. 결말이 없는 영화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지만, 나는 그 결말없는 영화를 봐도 생각 따위 더 이상 하지 않아. 그냥, 그 느낌을 가슴에 묻는 거야. 슬픔도 기쁨도 그냥 가슴으로 느끼고 살아가는 거지. 인생에는 시작도 끝도 없어.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아무도 모르잖아? 누군가의 죽음이 슬픈 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이야. 우리가 죽는다면, 그곳이 이 세상보다 더 좋은 곳일지 나쁜 곳일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해답, 그따위 거 이제 찾지 마. 나도 더 이상은 찾지 않을 거니까.

 

 

그리고 소년은, 그리고 소녀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거기에는 긴긴 인생길이 있었다. 거기로 떨어져야 할지 아니면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야할지 결정을 못한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에서 햇빛이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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