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저를 뽑아주세요
전창수 지음
저, 운동 잘해요. 적어도, 당신의 그 잘난 발짓보다는 헛발질을 더 잘해요. 저를 뽑지 않으면, 후회할 거에요. 당신을 응원하지 않을 거니까요, 사람이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으면 무엇을 줘야 하나요, 마음을 주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저는 적어도 의미없는 욕은 하지 않았어요, 저를 뽑지 않으시면, 저, 한강물이 맑아졌나요? 왜 요즘은 하늘이 파랗기만 한 건가요. 삶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혹시, 어? 저기 저기에 토끼였나요, 다람쥐였나요, 아니면 오소리였나요? 너구리된 삶이 흙으로 흐르고, 나는 지금 여기, 여기. 정말로 삶이 있었어요, 그 삶은 나를 데리고 가요, 그 삶은 저기로 가고 있어요, 날 보고 있나요, 아니면 저기를 보고 있나요, 저를 뽑아주세요. 적어도 당신의 그 잘난 볼짓보다는 헛손질을 잘하니까요. 오늘도 푸르른 맑은 하늘, 아, 기분이 기분이.
날아가는 하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