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 상쾌한 허전함은?

 

전창수 지음

 

얼마 전에 엄마가 집에 다녀갔다. 엄마는 집에 오더니, 며칠동안 머물며 청소란 걸 싹 해 버렸다. 그리고 직장이 없는 아들을 위해, 용돈을 넣어주었다. 글쓰기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이 무형의 직장에다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엄마가 돈 모자르면, 또 넣어주겠다는 말. 이 무형의 직장은 텔레레러라는 직업을 가지고 글을 쓰기를 주업으로 하면서, 여기저기서 도와주는 손길들로 근근히 버티는 나의 삶. 이 삶이 누군가에게는 비참하게 여겨지겠지만, 이 무형의 직장이 있는 나의 삶은 엄마로 인해 행복해졌다.

엄마가 아주 재벌이거나, 돈을 아주 잘 벌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은퇴해서 연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어르신이다. 그러나, 나 하나 건사할 정도는 된다고 하니,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에, 나의 모든 생활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어 있을 거란, 그런 믿음. 그래서, 엄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의 먹을 것에 대한 문제는 없겠다 싶어서 나름 안심이다. 그리고, 텔레레터를 계속하다 보니, 나의 다른 생활에 대한 문제들도 해결되었고, 또한 내가 필요한 것들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문제들은 계속해서 해결될 것이고, 또 나는 나의 무형의 직업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상쾌한 허전함이 존재한다. 결국은 나 혼자 다 했다고 해서 인정받는 만족감이 하나, 나를 도와준 사람이 정말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만족감이 또 하나,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는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하고 있는 많은 무혀으이 일 중의 어느 것 하나는 놓아야 한다는 허전함이 하나. 그래서, 나는 오늘, 엄마,를 불러본다. 상쾌한 허전함.

 

애인이 없어서, 부인이 없어서, 그리고 어린 시절의 엄마의 포근함을 느끼지 못해서 채우지 못했던 허전함이, 오늘날의 상쾌한 허전함으로 나를 만족시키니, 오늘, 그 상쾌한 허전함에 나름대로의 행복을 느낀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쳤던 지난 날의 어려움이 오늘날의 상쾌한 허전함으로 치유되어서, 그래서 더욱 더 좋다. 앞으로 나의 날들에 상쾌한 허전함도 상쾌한 즐거움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은 왜인지, 글이 더 쓰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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