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란 말도 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들은
전창수의 마지막 시
정리되는 슬픔이 있었어요
그 슬픔은 오래 전부터 나를 괴롭혀왔던 것들이었죠
이젠 소설만 쓰려고 해요
솔직히 말하자면은 자꾸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이제 시로 쓸 말이 없어요
이제는 주저리주저리 긴 말을 하고 싶어서
정리되는 슬픔을 정리하려 해요
시를 쓰던 순간순간들을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었죠
많은 상징적인 것들
상징의 어딘가로 이룬 것들은
제게 정말 많은 의미와 길들을 알려주었죠
이젠 아픔보다는
이젠 슬픔보다는
세상을 이야기하려 해요
세상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의미를 더해갈 수 있도록
저의 시들은 정리되고 있지요
정리되는 노래들처럼 정리되는 시들처럼
저의 시의 세계는 이젠 노을의 아름다움처럼
저물어가요
시란 상징, 시란 의미, 시란 것들
그 의미들처럼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로 더 여물어가지요
세상에 할 말 못하고 살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정말로 많았지요
그 때의 나들은
세상에 없었어요,
이젠 세상 속에서, 세상 안에서, 또 세상 밖에서
모든 나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고 찬양을 하고 기도를 하고 예배를 드리고
그렇게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 세상에서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저의 세상에
한 뼘 내민 마지막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시로서 시를 이야기한다는 것, 그것은 우스운 일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을 이렇게 써 내려갑니다
저의 시는 이것으로 마치려 해요.
아픔 너머 기쁨이, 기쁨 너머 즐거움 너머, 즐거움 너머 행복이 있는
그 세상에서
소설을 쓰려고 해요.
기쁨이 넘치는 행복이 넘치는 소설이
써졌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이란 말도 하지 못헀던 그때의 나들은
울음소리가 가득한 강물들로 흘러가지만
마지막이란 말을 지금 하는 지금의 나들은
웃음소리가 시작되고 있어서 바다 너머 흘러가는
세상이 되네요
이젠 시를 마무리하려 해요.
정말로, 시는 더 이상 쓸 수 없어요.
왜냐하면,
더 이상 복잡하고 어려운 걸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저, 흘러가는 인생 그대로를
소설 속에서 보여 드릴께요.
세상에 태어나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해 보았고
세상에 태어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 시절들이 모두 오늘의 일을 하기 위한 단련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는 비로소 하나님에 대한 100프로의 믿음이 생겼습니다
100프로의 믿음은 그만큼 쉽지 않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모두가 100프로 하나님을 믿는 어느 날에 우리는 진짜
모두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겠죠.
마지막이란 말도 하지 못헀던 그때의 나들이 떠나고
마지막이란 말을 이렇게 내뱉고 있는 나
참, 용기가 생겨나네요.
그럼, 이것으로 마지막 시를 마칠께요.
시가 소설 같고 시가 수필 같고 시가 일기 같지만
그렇게 지내온 인생인 걸요 그렇게 살아온 인생인 걸요
그렇게 지내갈 인생인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