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잔잔한 물결

 

전창수의 시

서로서로 안녕이라고 인사하는에서

 

 

밤이 깊을수록, 나는 더욱 더 또렷해지는 것이었다. ()란 그런 것이지, 또렷해질수록 나는 어두워지는 것.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줄 모른다 밑빠진 독처럼 마셔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목, 고양이 걸음으로 세든 거실을 지나 부엌녁에 들면 그제서야 열리는 서걱서걱 서걱임들 컵에 나자빠진 불개미 한 마리 발버둥 친다. 에미야 어쩜 좋으냐 느그 애비가 말이다. 나는 다시 비현실적이 되고 만 것이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 사랑, ()란 그런 것이지 희망을 얘기할수록 나는 사라져가는 것. 꽃은 피지도 않는 계절에 꽃을 피우겠다고 todEP를 쓰고, 이것이 사랑이라며 이것이 기쁜 노래라며 잔잔한 이야기가 흐른다 세를 내어준 꽃들을 안고 희망을 상징하는 짧은 시를 읊조리면서 나자빠진 불개미 한 마리를 손가락으로 뭉그러뜨린다 가느다란 등줄기가 버둥거리며 안달을 하지만 이미 갇혀있던 그의 운명은 끝나고 있다 에비야, 어쩔 거냐? 이번에도, 빚 탕감. , 신청해야죠. 구제불능. ()에도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할 듯합니다. 열려진 문은 좀처럼 닫히지 않는다.

 

그래,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지. ()란 그런 것이지. IMF 시대에도 희망을 얘기하고 5공화국 시대에도 일제암흑기에도 희망을 얘기해 왔던 것잊. 에미야, 에비 걱정은 하지 말아라. 늘 탕감해주는 빚, 고맙기도 하지. 방랑자의 특권인 게야. 닫힐 줄 알았던 문이 계속 열려 있다 새로 만드는 시()를 감시해야 하는 탓일 컵 속의 이물질을 죽였기 때문일까 아직도 져야할 빚이 많이 있기 때문일까.

 

알면 알수록 어두워지는 사랑, 세든 방 건너 들리는 목소리들이 문을 열어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시()란 그런 것이지,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희망을 얘기하는 것. 에비야, 그래도 이번에는 좀 조심해라 잡힐지도 모르니께. 걱정마세요, 저 달리기 잘하는 거 아시잖아요? 컵 속에 죽어있던 불개미가 부르르 떨며 잔잔한 물결이 인다. 목마름이 잊혀질 때쯤 다시 시작되는 갈증 밤이 깊을수록, 부엌녁 건넌방에서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또렷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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