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치열한 슬픔이

 

그대 앞의 소멸에서

전창수 지음

 

 

 

나를 둘러싸고 누른 건 슬픔이 아닐까

슬픔이 아니다

 

나를 들처메고 벼른 건 기쁨이 아닐까

기쁨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고 깨운 건 절망이 아닐까

절망이 아니다

 

나를 일으키고 이룬 건 출구가 아닐까

출구가 아니다

 

나를 바람에다 재운 건 세월이 아닐까

세월이 아니다

 

나를 별빛까지 태운 건 버튼이 아닐까

버튼이 아니다

 

나를 깨우기만 하는 건 채움이 아닐까

채움이 아니다

 

나를 재우기만 하던 건 이별이 아닐까

이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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