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잠 시작시인선 427
수피아 지음 / 천년의시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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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잠점점 더

 

 

 

1.

 

그녀의 집에는 머다랗고 네모난 창문이 있고

창문을 보면 거기에는, 네모의 하늘이 있다

 

비린 냄새에 식욕을 느끼며 나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네모난 하늘을 본다

 

그녀가 내 등을 쓸어넘긴다

 

- ‘조용한 창문일부

 

 

2.

 

어쩌면, 특권이란 것은 욕심과 같아서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많은 욕심의 지점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녀가 내 등을 쓸어님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또 특권이 될 지도 모른다. 그 특권이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 특권이 지나치고 특권에 기대다 보면, 자신의 인생은 어느 덧 지는 수평선 너머로 허무하게 사라져간다. 그렇게 사라져간 인생이 덧없다는 걸 깨달은 뒤에는 너무 늦은 후회만 남는다.

 

 

3.

 

이 책은 시집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듯 허무한 삶과 함께 그 허무함의 너머에 있는 진실성을 가리키고 있다. 은근히 잠이 오는 날들은 조금은 슬프기도 하지만, 그런 휴식이 있기에 오히려 다른 날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하루 정도는 허무할 수 있으나, 그 허무한 휴식이 있었기에, 다른 날들을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을 보다 보면, 그러한 어느 하루의 지점에 나를 데려다 놓는 듯한 느끔이 든다.

 

 

4.

 

어쩌자고, 나는

J의 창가에 놓인 화분 같다.

목이 마르다. J의 창은

반복적으로

점점 어두워지거나 밝아진다.

- ‘권태 1’ 일부

 

 

 

5.

 

이렇게 해서 마쳐진 시집의 끝에 있는 어둡거나 밝은 시간. 어떤 시집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하고 어떤 시집은 느김이 좋다. 이 시집은 이도 저도 아니면서, 이도 저고 모두 다인 듯한, 다소 어색한 절충지점이 매력인 시집이다. 세상은 점점 더 허무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목적과 방향을 잃은 채, 그저 돈을 좇아 항해한다. 돈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 니라, 돈을 좇아 항해하는 그 삶들 속에서는 허무함만 가득하다. 그 허무함의 어딘가에서 반드시 있을 그리움들. 그 그리움들을 찾아, 은유의 잠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고 있는 세상에서 점점 더 좋아지는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조그마한 세상에서 여유 있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아 항해하는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의 노력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점점 더 좋아져 간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 많아져, 그래서 세상이 점점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 더 발은 세상이, 더 기쁜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날이 왔으면 정말로 정말로 좋겠다.

 

- 천년의 시작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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