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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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더딘 감정

 

 

1.

 

개미는 자기들을 재워주고 먹여주는 식물에게 먹이를 구해주려고 사냥을 나가기도 한다. 특히 열대림에서 빛을 찾느라 꼭대기까지 자라서 땅과 너무 멀어진 식물은 혼자서 양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면 나무에 사는 개미들이 집주인의 줄기 속 빈 공간 속에 곤충의 유충들을 놓아둔다. 식물학자들은 그 애벌레들이 방사성을 띠게 해서 식물조직에 흡수되는 과정을 좇을 수 있었다. 집으로 배달된 그 양식의 대가로 식물은 개미 유충을 좋아하는 새들을 멀리 쫓기 위해 혐오스러운 냄새를 풍긴다. 그렇게 주고받기가 이루어져 서로가 흡족해한다. - p.111

 

 

2.

 

이 책은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위의 이야기에서처럼 식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종족을 보존한다. 곤충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곤충들에게 다양한 삶의 거처와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식물은 곤충과 주고받는 이 관계 속에서 그 유대감을 유지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은 아마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 은밀한 감정들 덕분에 곤충들은 살아갈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연의 생태계가 유지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유지된 생태의 세상은 우리에게 더욱 더 유익한 자연을 선물해주고 그 자연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삶이 유익하다는 건 이렇게 자연을 보고 자라난 새로운 세대들이 더욱 더 삶을 풍요롭게 느끼며 오늘날 무엇보다 나는 행복하다는 인식, 그 인식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3.

 

이 책은 식물에 대한 다양한 생태를 협업의 형태로 풀어놓았다. 그렇게 풀어놓은 협업은 우리의 세상을 정말 살맛나게 하고, 그렇게 풀어낸 세상은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도 된다.

 

언제였을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세상을 원망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던 때가 있었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봐주지 않았으며, 아무도 나의 지독한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으며, 하루하루가 절망의 나날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었다.

 

나를 도와준 건 뜻하지 않은 날벼락이었다.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를 구했고, 그 원하지 않는 삶의 위기의식 때문에 나는 거기서 벗어나려 그토록 애썼다. 그리고 결국 벗어날 수 있었고, 거기서 벗어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책이었다. 책은 나를 너무나도 많이 위로해줬다.

 

식물은 어떤 위로를 받고 있을까. 식물의 은밀한 감정들에는 어떤 위로가 있을까. 이 책 속에도 내가 겪은 삶의 위기들이 있고, 그 위기에서 벗어난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과 함께하는 삶을 그려보며, 내일의 나로 나아가는 내가 지금 더디지만 무척이나 따뜻한 행복을 맞이하고 있다. 더없는 삶의 이유를 그리며,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 나아감의 어딘가에 누군가의 소망이 함께 깃들길 소망해 본다.

 

- 연금술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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