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실성의 생활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성실과 실성의 생활아픔 위로 지나가는 삶들이

 

 

1.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더더군다나, 일을 하는 엄마라면.

 

성실과 실성의 생활은 일을 하는 엄마가 쓴 에세이로, 다소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살아왔을 듯한 느낌이 드는 에세이다. 일과 육아의 균형이란 결코 쉽지 않다. 가정주부로 산다면, 나름대로의 힘든 점은 있겠지만, 일과 육아 사이에서 오는 갈등의 고민만은 존재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가정주부로 사는 것은 불안을 동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민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불안을 동반하는 이유는 경제적 문제 때문일 거고, 고민이 많지 않은 이유는 오직 육아와 살림만 담당하면 되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킹맘으로 산다면 불안의 지점은 오히려 해소될 수 있는 대신, 갈등과 고민은 더 커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으로 고민이 많은 사람이 워킹맘 아닐까.

 

 

2.

 

임신부터 안 될 거라는 의사의 말을 뒤집어 버리고 보란 듯이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아가면서, 일도 하는 저자. 하지만, 저자는 이런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게 표현해 나간다. 그래서, 이 에세이를 보다 보면, 저자가 힘들 거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게 된다. 실제로 힘들었을지 안 힘들었을지 나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저자가 현명하게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면서 삶의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성실과 실성의 생활이 아닐까. 성실하게 육아를 하지만, 엄마와 일 사이에서 실성한 채 살아가는 워킹맘.

 

 

3.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일이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일일 거다. 둘 다 힘든 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힘든 일이 있는 것일 거다. 남편이 육아에 같이 정성을 쏟으면, 가정주부도 워킹맘도 육아에 대해 큰 고민이 없을 것이고, 남편이 육아는 완전히 나 몰라라 하면 가정주부도 워킹맘도 모두 힘들 것이다. 그 고민의 시간에서 육아는 엄마의 온전한 몫이 아니란 걸 인식할 때, 비로소 성실과 실성의 생활은 성실과 성실의 생활로 바뀌지 않을까.

 

 

4.

 

엄마 탓을 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건 슬픈 일이다. 가정의 문제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 어머니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아버지를 보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그런 아버지를 마냥 싫다고도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건 더더욱 슬픈 일이다. 그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성실한 생활은 좋지만, 실성한 생활이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밤이 지나가는 길목을 보면, 나의 아픈 삶들이 떠오르지만, 오늘은 그 아픈 삶들을 묵어 보련다. 그 묵어 본 삶들이 내 아픔 위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날이 올 때까지.

 

- 개미북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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