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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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철균 대표, 자살로 추정.’- p.11

 

백동수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 문장은 책의 주제를 대표한다. 백동수는 장기판의 말이고, 그 중에서 가장 쫄따구다. 그렇기에 권력투쟁의 핵심에서 장기판의 졸로 활용된다. 백동수는 대형 펀드의 실세였던 한 남자의 자살을 파헤치는데, 이 와중에 백동수가 중심이 되어,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엘리트 부장검사. 그리고 권력투쟁이 시작된다.

 

 

 

2.

 

대통령 그 양반, 선택적 노망이야. 총장의 시컨 못은 모르고 아직 신뢰하고 있으니까 그 기회 잡고 칼춤 추는 그야. 앞뒤 가리지 않고 힘이 있으면 쓰고 싶은 게 사람이니까.”

그게 전부일까요?”

물론 모르지. 총장까지 오른 내공이 있으니 다른 꽃놀이패가 있을지도. 아무것도 확실한 건 없어. 그래도 너하고 나한테 확실한 것 있지.”

확실한 것……

그냥 주어진 거 받아 일을 철저하게 해내면 된다는 거.”

- p.45

 

 

이 장기판의 쫄따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이용당하는 것. 그래서, 적의 쫄따구에 잡히고, 그 쫄따구한테 잡히는 대신, 더 큰 상대의 적을 잡는 것. 그리하여, 이룰 수 있는 것은 결국 권력투쟁과 암투, 그 치열하고 암울한 현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이룩할 수 있는 정의사회. 그 정의사회의 실현을 위해, 그냥 주어진 거 받아 일을 철저히 해내면 된다는 논리.

 

 

3.

서초동 리그에서 서초동은 서울의 서초동일 거다. 서초동은 서울의 강남에 위치한 곳으로 부자동네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회사도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상권이 얼마나 발달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서초동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말이 갑자기 와 닿는다.

 

서초동스럽게, 알겠어?” - p.45

 

그냥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데 충실한 서초동 발전의 원인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 어딘가에선 분명 권력투쟁의 어두운 그늘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씁쓸하게 한다. 내가 알기로, 서초동에 법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법원의 어두운 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어두운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지금 내가 할 일에 충실하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는 것.

서초동 리그에서 살아가는 모습들, 백동수의 꿋꿋함이 내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내 삶의 저 너머에 있는 삶의 이상으로 나를 데려갈지도 모르겠다. 삶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닐까.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나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게.

 

- 네오픽션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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