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우선 둘이 모두 전문가로서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각자의 전문성을 서로 존중하기로 하고 그 전문성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당시는 여성 전문가들이 드물었기 때문에 우리 둘은 전문가로서 독립성을 가지면서 가정을 꾸려 보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결혼에서 보게 되는 일상생활은 생략해야 될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아내가 직장에 나가 일하면서 가정의 일도 일반 주부들이 하는 역할까지 전담시킨다면 직장이든 가정이든 어느 쪽도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가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은 생략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아니면 우리 둘만이 아는 숨겨진 즐거움을 기념해 보는 그런 일들은 많이 생략하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각자 자기 전공의 전문성에서는 발전했지만, 보통 결혼을 통해서 즐길 수 있는 알콩달콩한 경험은 해 보지 못했다. - p.30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은 이근후 저자의 책이다. 정신과의사로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고 의미있게 본 나로서는 이 저자의 책이 보고 싶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쉬움이라면 집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책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 책을 얻었으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리리라.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은 에세이다. 이근후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어왔던 일들과 그에 대해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표현한 평범한 에세이다. 의사로서의 삶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비록, 저자의 글들은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느낌이 좋게 다가온다. 그 좋은 느낌은 우리 일상의 삶들을 평범하지만, 단아한 삶으로 유도한다. 나는 그 어느 지점에서 제목의 의미를 바라보게 된다.

 

 

2.

 

이만하면 선생님에게 진 빚도 다 갚은 게 아닐까요? ” 나는 즉각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직 갚을 것이 많다고 일러 준다. 그녀는 그 말을 믿고 나에게 빚진 신세를 갚으려고 애를 쓰면서 살았다. 그녀는 나에게 빚은 빚인데 어떤 방법으로 갚으면 되는가를 자주 물었다. 나의 한결같은 대답은 당신이 살아 있으면 나한테 빚을 갚는 겁니다였다. - p.244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어떤 지점에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이 묻어나온다. 그래, 난 살 만큼 살았지. 그리고 그 다음에 덧붙여 대답한다.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죽을 때가 된 것이 아니라, 살 만큼 살았으니, 당신 더 살아볼 용기를 내고, 더 힘차게 살라고. 당신이 살아있는 것이 내게 빚을 갚는 것이라고. 그 빚을 평생 살아서 갚으라고. 당신의 삶을 그렇게 바라보라고.

 

 

3.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은 그래서 따뜻함의 향기가 풍겨나오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이근후 저자의 책은 두 번째다. 그 두 번째에서 아름다운 빚이 있으니, 그 빚을 갚기 위해, 나도 내 삶을 더 살아 보려고 애써야겠다. 그 애씀이 언젠가의 나를 밝게 비춰주는 빛으로 바뀔 테니까. 빚이 빛이 되는 그날까지 나는 오늘을 살아보려 한다. 오늘, 나의 작은 소망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면서, 작은 행복을 맛보면서, 내일의 빛으로 태어날 그날을 기다리면서.

 

- 가디언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