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커피 잔 정리 좀 대신해 주시면 안 될까요?”

?”

못하겠어요.”

갑자기 왜?”

저 임신했어요. 커피 냄새만 맡으면 입덧을 해서요. 담배 연기도 마시면 안 되고요. 원래 이 건물 전체가 금연 아닌가요?”

그리하여 나는 덜컥 임신을 했다. - p.11

 

덜컥 임신을 해버린 날.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더 괴로웠을지도 모를 그날.

그날 이후로 오히려 그녀의 삶은 시작되었다.

가짜 산모 수첩.

임신할 때의 상황에 대해서 꼭 해야 할 것들을 챙기는 같은 직장의 동료들.

 

이야기는 점점 더 주인공이 진자 임신한 쪽으로 흘러가고, 가짜 산모가 되어버린 그녀는 진짜 산모 수업까지 받는다. 임신할 때의 상황을 가정해서 임신 40주차까지 임신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 가짜 산모가 된 그녀는 이제 진짜 산모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짜 산모는 아니다.

 

 

2.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이 진짜 산모인 건지, 가짜 산모인 건지 헷갈리게 된다. 진짜 임신한 것 같고, 진짜 아기를 낳은 것 같다.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조금 전에 마주친 그 여자를 떠올렸다. 분명히 똑똑히 봤는데 옆얼굴이 좁았다는 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배가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내 오른손 바로 앞에 있던 여자의 배는 많이 불러 있었고, 소중한 무엇인가가, 거짓이 아닌 진짜가 배 속에 있다는 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 pp. 65~66

 

주인공조차도 이제는 자신이 진짜 산모인 듯한 착각을 하게 되고, 오히려 산모수업을 받고, 진짜 아기를 낳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주인공의 인생은 달라지게 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3.

 

우리는 많은 순간, 우리도 모르는 순간에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고, 우리의 인생을 전혀 뜻밖의 지점으로 데려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나도 그렇게 내 삶이 이렇게 확 바뀌리란 생각을 못했다. 어느 순간의 지점에, 내 인생은 확 달라져 있었으며, 그 달라진 인생이 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겐 너무 큰 행운이다.

 

가짜 산모 수첩이 주인공도 그렇게 뜻밖의 인생을 맞이한 것이리라. 그 뜻밖의 인생이 주인공의 삶을 결정하고, 새로운 삶을 열게 되었으리라. 아무도 주인공한테 거짓말이라 말하지 않고, 진실이라 믿어준 그 큰 은혜가 주인공의 삶을 크게 바꾸었으리라. 그 삶의 어딘가에서는 말하지 못한 진실이 진심이 되는 어느 지점이 있으리라. 가짜 산모 수첩이지만, 진심을 담은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였으리라. 삶은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 하빌리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