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위로 - 매일 조금씩 마음이 자라는 반려식물 이야기
박원순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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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뷰가 참 많이 늦었다. 내 잘못은 아니다. 그저, 택배사의 실수로 책이 누락되어서 출판사에서 조금 늦게 보내줬을 뿐. 다음부턴 잘 확인하고 보내주신다고 했으니, 불만은 없다. 위로를 하기 위해 보내준 듯한 사탕과 초코바는 잘 먹고 있습니다. 그래, 가끔은 내 잘못도 아닌데, 억울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식물이 죽어가는 것도 그들의 잘못은 아닌데, 왠지 억울하다. 그저 조금만 신경 써주면 나 잘 자랄수 있는데, 라고 말하는데, 무심한 식물의 주인은 죽어가고 있는 걸 지켜보지도 않고 방치했으니. 누구 이야기냐고? 내 이야기다. 이미 사라져간 화분의 식물들과 굳어버린 흙들과 깨져가고 있는 화분들을 싹 정리하고 있다. 집안정리를 하면서, 버려져야 할 것들은 버리게 되고 사라져야 할 것들은 사라지고 있고 기억해야 할 것은 다시 기억하게 되고 새로 들여놓아야 할 것은 새로 들여놓게 되고. 그러면서, 내 몸도 축나고 있고.

 

 

2.

예술가나 창작작을 하는 이들이 작품 하나를 끝낸 후 한동안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서 다음 작품을 위한 산통을 다시 겪는 것처럼 꽃들도 그러하다. 누구나 꽃을 피우기 위해 반드시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 p.34

 

집안 정리를 하고 나니, 기분은 상쾌한데 몸의 여기저기가 상해 있다. 그래서 지금은 나도 휴식기를 갖고 있는 중이다. 휴식을 하면서 나의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야할 삶을 생각해 본다. 식물이 나의 마음을 환기시켜 주면서 그 기를 바로잡아 줄 것인가. 꽃을 피우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있듯이, 나에게도 반드시 감내해야 하고 넘어가야 할 산들이 있다. 그 산을 낑낑거리며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3.

동백나무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싫어한다. 처음에 놓인 위치, 온도와 습도, 빛과 공기의 흐름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하면 꽃봉오리를 모두 떨어뜨리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바닷가 근처의 해발 고도가 높은 숲에서 잘 자라는데, 이런 환경은 변화가 급작스럽지 않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리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동백나무처럼 보살펴 주면 좋다. 가끔씩 은은한 향기로 찾아오는 좋은 느낌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알맞은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봐 주는 데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 p.52

 

『식물의 위로』는 식물에 대해 어느 정도 소개하지만, 식물에 대한 습성에 대해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식물의 습성을 통해 이 식물이 사람에게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그리고 식물의 특성을 살려 사람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휴먼에 가까운 식물을 소개하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기다림과 잘 어울린다. 한 해 두해 살아갈수록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사람 또는 아무리 그리워해도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시간들이 늘어만 간다. 내게 상처를 남긴 사람이나 시간이 아닌, 오롯이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존재를 그리워하는 일은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온 씨간장을 조금씩 꺼내어 음미하듯 마음에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인장 꽃이  필 무렵 내게 떠오르는 추억만큼, 이 꽃을 함께 보며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도 어떤 소중한 기다림과 그리움이 쌓여 갔으면 좋겠다. 기다림과 그리움은 언제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 p.58

 

 

4.

산세베리아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한창 더운 여름이나 햇빛이 뜨거운 낮에는 잎의 미세한 숨구멍들을 모두 막아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길고 혹독한 건기를 버틸 수 있도록 물을 몸속에 저장하기 위해서다.

산세베리아는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숨구멍을 열고 참았던 숨을 내쉬며 가스 교환을 시작한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는 것이다. 침실에 산세베리아를 두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산세베리아는 내가 잠을 자는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독성 물질을 흡수하고 맑고 깨끗한 산소를 내준다. 공기가 맑으면 그만큼 더 깊고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어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 pp.97~98

 

버려진 식물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나는 새로운 식물들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는 식물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식물의 위대한 효능들을 보면서 급!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식물의 치열한 삶들은 나로 하여금 보다 더 식물에 관심이 가도록 하였다. 그 중 침실에서 키우면 좋다는 산세베리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는데, 막상 뒤져보니 모양은 그렇게 예쁘지 않다. 그러나 자그마한 화분에 담겨있는 산세베리아를 하나 장만하여 방에 놓아두면, 공기정화 역할을 하니 참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관리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고.

 

페퍼민트 화분을 가까이 두고 키우며 가끔 잎을 문질러 향을 맡으면 페퍼민트 캔디나 차를 직접 마시는 것 못지않은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처럼 코끝에서 시작되는 시원함이 머릿속에 신경 세포를 하나 둘 깨운다. 다시 무언가에 집중하게 하는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것이다. 여름엔 시원한 물에 각 얼음을 넣고 페퍼민트 잎을 띄워 마시면 오감이 초록으로 물들며 힐링이 된다.

- p.107

 

페퍼민트도 관심이 가는데, 페퍼민트는 직접 키우는 것보다는 페퍼민트 차를 한번씩 우려먹으면 좋을 것 같다.

 

 

5.

풀리지 않는 문제와 고민을 혼자 끌어안고 끙끙거릴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럴 때 그 고민을 잠시 잊고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 달달한 초콜릿이나 사탕이 도움이 되는 것처럼, 자극과 반응의 자연스러운 매커니즘을 이용하면 생활 속에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바질은 뇌에 자극을 주는 훌륭한 반려식물이다. 일이나 공부에 몰두하다가 무언가 풀리지 않거나 몰입이 되지 않을 때 바질 잎을 가볍게 손으로 비벼 냄새를 맡므녀 다시 집중력이 높아진다. 기억하고 집중하는 능력 없이는 공부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나누기도 어렵다. '기억은 인생의 다이어리'라는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내 소중한 삶의 기록들을 일깨우고 지키는 데 바질 같은 식물은 참 고마운 존재다. 가끔은 커피 대신 바질 잎을 넣은 샤르트뢰즈 칵테일도 즐겨 볼 일이다.

- p.114

 

이제 우리 집에 식물은 남아 있지 않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선인장조차도 보기가 싫어져서 잘라서 버려야 했다. 화분도 이제 곧 다 정리가 되면, 남아있는 화분도 없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구입하게 될 식물들의 외침. 그러나 나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시 죽어가고 있는 식물들을 바라만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그 식물들에 애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식물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또 나는 그 식물을 위로해 줄 수 있는지.

 

풀리지 않는 문제를 혼자 끌어안고 있기보다는 추억담을 나누듯 그 문제를 하나씩 꺼내어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보면, 의의로 해결책은 엉뚱한 방향에서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식물의 위로』는 그런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책인지도 모른다. 식물이 내게 주는 새로운 삶, 그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나는 오늘 작은 희망의 위로를 남긴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행성B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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