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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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조금이라도 걸어가다 보면 

 

 


1.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

그러니 도무지 꼼짝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아침엔 일단 일어나 한 발, 딱 한 발만 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한 걸음이 가장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이내 깨닫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온갖 고민과 핑계가 나를 주저앉히는 힘보다 내 몸이 앞으로 가고자 하는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 p.160

 

나는 잘 걷지 않는다. 오래 전에는 걷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즈음은 오래 걷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오래 걷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걸음걸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정우는 다르다. 그는 날마다 걷는다. 그의 걸음걸이는 고스란히 그의 인생이 되고, 그의 삶의 철학이 된다. 그는 날마다 걸을 것을 권한다. 한 발을 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걷기는 시작되고, 인생은 그때부터가 시작이 된다.

 

 

2.

 

1982년생인 추신수 선수는 2000년 열아홉 살의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절치부심하여 기회를 엿보았다. 나 역시 그 무렵 군대에 갔다가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내가 연기할 무대와 작품을 찾아다녔다.

- p.151

 

누구에게나 마이너시절은 있다. 그 시절을 어떻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가꾸어나가느냐에 따라, 이후의 인생은 달라지기도 한다. 하정우도 어느 날 갑자기 뻥 하고 터진 게 아니다. 그만큼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유명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이 이야기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늘 내게 희망을 전달해준다. 수없이 실패한 많은 이들처럼 오늘의 작은 실패에 슬퍼하는 대신, 더 절치부심하고 더 전진하여, 오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뿐이다.

 

 

3.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고를 당하고 아픔을 겪고 상처받고 슬퍼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상태에 오래 머물면 어떤 사건이 혹은 어떤 사람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빠진다. 결국 그 늪에서 얼마큼 빨리 탈출하느냐, 언제 괜찮아지느냐, 과연 회복할 수 있느냐가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내게 주어진 재능에 겸손하고, 이뤄낸 성과에 감사하자.

걸으며, 밥을 먹으며, 기도하며 나는 다짐해본다.

- p.292

 

나도 이제 걸으려 한다. 하루 단 30분이라도. 되도록이면 1시간 이상. 조금씩이라도 걷다 보면, 내 삶도 조금은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군가 내가 가진 것을 빼앗을까봐 전전긍긍해 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더욱 훌륭하게 가다듬어 그 누구도 나의 것을 흉내 내지 못하도록, 16만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운 하정우의 어떤 친구처럼, 나는 독보적인 걸음을 걸어가 볼 것이라, 그런 결심을 해 본다.

 

 

4.

 

추워서 그랬는지,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어느 날, 배관을 수건으로 꽁꽁 감싸 매고 배관이 녹기만을 기다려본다. 이 기다림이 걷기의 행보만큼이나 느리더라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지. 내게도 아주아주 따뜻한 어느 날이 다가오겠지. 그 희망에서 허우적대도 좋은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걷는 사람에 대해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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