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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無
김경일 지음 / 북랩 / 2018년 7월
평점 :
1.
나무 없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 없음이다. 나, 무(無).
"꿈이 여전히 나무이긴 하지만,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덜어내 나를 비우는 '나.무(無)'를 쫓고 싶었다. - 서문에서
지하철에서 틈틈이, 출근해서 일 시작하기 전에 틈틈이, 4일 동안 읽고 오늘 집에 와서 읽기를 마무리를 했다. 4일 동안의 여정이지만, 꽤 긴 여행을 한 기분이다. 무언가가 되기 위하여 애쓰는 게 아니라, 나를 내려놓고 따뜻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글. 따뜻한 이야기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유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리뷰를 쓰지 않았다. 다른 책을 가끔 뒤져보기는 했지만, 나무를 다 읽기까지는 다른 어떤 것을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오늘 올린 리뷰가 있긴 있지만, 그것은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잠깐 동안의 감정을 쏟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나무는 내 마음에 순백의 여백을 준다. 책을 덮으니, 조금 여유 있게 살고 싶어졌다. 여유롭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하고, 진정 성공한 삶을 사는 길 아닐까.
"음… 맛집마다 비법이 있듯이 어쩌면 행복에 이르는 길에도 지름길이 있을 거라 믿었어. 그런데 행복으로 직행하는 열쇠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내가 고생고생해서 찾은 게 하나 있긴 한데 말이야. 그건 바로 일식집을 차려내면,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원하는 딱 한 가지를 갖게 되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일 듯싶어."
- p.039
2.
"사장님, 제가 지난주에 로또 엄청 많이 산 거 기억나세요? 사실은요, 제가 모은 돈을 사기로 다 날리고 여자 친구도 떠났으니 살아서 뭐 하겠냐는 생각에 죽으려고 작정했었거든요.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복권을 사본 거예요.”
이 의외의 상황을 말해놓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진 그 청년의 말.
"그런데요, 로또 당첨 기다리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확률은 정말 적어도 대박의 행운이 제게도 올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죽지 않기로. 저, 잘한 거 맞죠?”
- p.229
나무에서는 유독 행복에 관한 일화가 많이 나온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사는 정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정석대로만 살면 행복한 삶은 포기해야 하겠지만. 그래서 저, 로또에 관한 일화를 보면서 아! 이런 게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게 아닐까. 로또에 대해서 노력도 안 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때로는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희망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 그래서 로또의 희망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깊은 뜻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우리의 왜곡된 시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3.
"네가 묻는 이유는 알겠는데, 글쎄, 어른이라고 다 성숙한 게 아니라서……”
하지만 딸의 연이은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 아빠는 진짜 어른이야, 아니야?”
"........”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가끔은 어른 안 하고 싶은 날이 분명 있다. 어른의 얄팍한 지식만으로는 어린 아이의 아주 간단한 질문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울 때가 생겨나서.
- p.032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참 신기할 게 많기에, 꽤나 독특하면서도 신선할 것도 같다. 아이들의 개성은 그렇게 생겨나고 그렇게 함으로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 아이들을 인정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은 나에게도 이어진다. 나는 어른인가, 아닌가.
4.
그렇게 자신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에 나비 효과 광신도가 되어버린 선배. 요새는 뭔가 도울 게 없나 찾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 남의 일을 마치 제 집일인양 챙긴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 선배가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더 궁금한 건,
선배로 인해 누가 행복해질 지다.
- p.022
별거 아닌 듯한 누군가의 행동이 때로는 어떤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선배처럼. 이 선배는 책임자로서 누군가를 승진시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정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어떤 순간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순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그런 순간은 오게 될 것이라 믿고, 묵묵히 해 나가는 수밖에.
5.
"언젠가는 끝이 보이게 됩니다. 제 말을 믿으셔야 돼요. 고민이 묘하게도 해결되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옵니다. 정말이에요, 언젠가는 꼭 온답니다.”
- p. 067
고민이 끝나는 순간은 언젠간 온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 우리는 이런 말을 되뇌일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이란 게 별 게 아니에요. 아는 만큼 행복이 보인답니다. 찾는 만큼 행복해지는 방법이 보인답니다."
- p.290
어쩌면, 행복해지는 방법은 별 게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것들 속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
"사람이 죽어 하늘나라로 가면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단다.
첫 번째는 "당신의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주었는가?"
- p.217 (영화 "버킷리스트"대사 중)
그래서 나는 또 행복한 글쓰기를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읽는 기쁨을 주려고 한다. 죽는 날까지 기쁠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를 맞이할 거라고 믿는다. 나는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안겨주는 나무가 되어간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