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사랑하는가. (1)

 

이상한 일이었다. 오늘 또 안희를 보았다. 별안희. 안희의 이름이다. 나는 안희를 사랑한다. 나는 안희와 얘기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는 안희를 사랑한다. 안희도 나와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안희를 사랑한다. 그런데 안희는 내 주변에서 항상 얼쩡거린다. 안희는 오늘도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민소매의 검정색 윗옷도 입었다. 나는 안희를 보면 끓어오르는 본능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끓어오르는데 나는 안희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다가갈 수 없다. 안희도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안희를 사랑한다는 사실조차 안희는 모르겠지. 중요한 사실은 오늘도 안희를 보았다는 것이다. 나는 안희를 사랑하지만, 안희를 잊으려 하는데, 안희는 왜 내 주변에서 어슬렁거릴까. 나는 안희를 이해할 수 없다. 안희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가까이 다가가면 안희는 어느 덧 저만큼 멀리멀리 가 있다. 안희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 나는 안희를 사랑하기에, 안희를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가 없다. 나는 안희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별안희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데, 나를 한참 쳐다보던 영철이가 답답했는지, 내게 속사포로 말을 건넨다.

어이,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시간 되면, 나랑 저기 저 바다, 아니 강, 아니다 아니다, , 아니지, 아니지산이 좋을까, 바다가 좋을까, 강이 좋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놀러 가자고.”

싫어.”

! 이렇게 햇살도 밝게 내리쬐이고, 그리고 세상이 온통 푸른빛, 아니, 초록빛이고, 그리고 강가에 강물은 졸졸졸 흐르고, 바다는 푸르디푸르러 보기가 만발하고

영철, 또 시작이다. 이 장황한 말버릇은 언제 끝나나말을 끊을 수도 없고 참

그러니까, 철아, 내가 하고픈 말은, 너는 철이고 나는 영철, 우리 정말 친한 친구인 거 맞지? 이럴 때 놀러 안 가면 언제 놀러 가?”

우리 둘이 가는 거야?”

물론, 아니지!”

?”

안희도 가고, 영숙이도 가고, 성영이도 가고, 살돌이도 가고그리고 또 누구더라, 영희도 가고, 철수도 가고

그만, 그만. 근데 나한테는 왜 가자고 하는 거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너도 같이 가면 내가 너무 좋아할 텐데? 안 갈 거야?”

잠깐, 아까 누구누구 간다 그랬지?”

또 처음부터 말해야 돼? 안희도 가고 영숙이도 가고 성영이도 가고 살돌이도 가고 영희도 가고 철수도 가고 욱희도 가고 욱이도 가고 살뜰이도 가고 알뜰이도 가고

, 그래?”

갈 거지?”

좀 생각해 보면 안 돼?”

안 돼! 그냥 가! 안 간다고 하면, , 삐질지도 몰라!”

아니야, 갈게.”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럼, 가는 거다! 놀러 가는 거다.”

근데, 언제 가?”

지금

? 지금 당장 가자고?”

놀러는 가고 싶다고 할 때 바로 가는 거야!”

근데 안희는 왜 가?”

왜는? 살돌이랑 친하니까.”

친하다고?”

그래! 아주 친하지.”

둘이 사귀어?”

그럴 리가!”

그럼?”

그냥, 친해. 엄청 친해.”

그래?”

그래.”

그럼, 지금 그냥 가면 돼?”

, 가자고! 출발~~ 고고고고~~”

 

영철이란 녀석, 내가 몹시도 좋아하는 친구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내가 복받은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안희가 궁금해졌다. 내가 안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안희는 알까. 말도 해 본 적 없지만, 나는 안희를 무척 사랑한다. 몹시도 사랑해서 궁금하다. 나의 절친, 영철이도 모르는 안희에 대한 나의 사랑,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사랑을 키워왔다. 나는 안희를 알고 싶다.

 

우리 회비 좀 걷자

영철이가 영숙이에게 말했다.

회비 따위! 내가 낼게.”

영숙아, 그렇게 돈이 많아?”

그래, 나 돈 많아, 그러니까, 영철아.”

?”

나랑 사귈래?”

! 아니야, 안 물어볼게.”

뭐야, 지금 나 피하는 거야?”

아니야, 그게 아니고!”

, 지금 진지하거덩!”

아니, 그게 지금 이 순간에 할 소리인가, 이 사람아!”

그럼,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준 걸로 알겠다, 이 사람아!”

이 사람이 지금 몹시도 슬퍼요!”

?”

이 사람이 순식간에 조기장가를 가게 생겨서

 

2.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사랑하는가. (2)

 

 

이 사람아, 애들이 계속 깔깔대잖아,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이럼 우리 사귀는 거 들키잖아, 이 사람아!”

뭐야, 둘이 언제부터?”

영숙, 영철! 언제부터야? 똑바로 불어!”

영철이가 영숙이의 귀에 대고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불었어.”

! 뭐하는 짓이야!”

불었으니, 된 거지?”

아이들은 계속해서 깔깔대고 있었다.

영철, 근데 네 친구 왜 저러냐?”

갑자기 화제가 나에게로 집중 되었다.

철아 철아, 너 왜 이렇게 얼굴이 심각해? ,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 아무것도 아냐.”

정말 괜찮은 거지? 혼자 안 웃고 있어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네. 친구, 정말 괜찮은 거지?”

괜찮아, 정말 아무 일 아니야. 딴 생각 하다가.”

, 그런 거지. 알았어, 그렇다면, 안심이고.”

아무리 둘러봐도 안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같이 간다고 했는데, 왜 안 가는 걸까. 그때, 영숙이가 욱희에게 물었다.

욱희야, 안희는 같이 안 왔어?”

아참, 안희,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하면서 가던데.”

갑자기?”

혼자 갔어?”

자기 혼자 가야겠다면서 갔어. 병원에는 혼자 가도 된다고 했어.”

, 그래? 알았어. 안희만 빠진 거네. 그렇지?”

맞아.”

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템버린 강에.”

우리나라에 그런 강이 있어.”

그런 강이 있을 리가.”

그럼?”

템버린 강이라고, 그런 게 있어.”

그런 게 있다고?”

, 그런 게 있어.”

어디에 있어?”

가보면 알아. 걸어서 1시간 가야 돼.”

걸어서 1시간?”

.”

지금 30분쯤 지났으니까, 앞으로 30분쯤 더 걸으면 되겠네.”

그래?”

 

욱희랑 영숙이의 대화를 들으면서 안희는 무슨 병이 있는 걸까 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병이 있는데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걸까, 하는 고민. 그 고민이 나를 더욱 더 상념의 세계로 빠뜨렸다. 안희는 지금쯤 병원에 있을까.

 

,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네? 무슨 고민이 있는 거야? 말해 봐, 이 절친이 열심히 들어줄게.”

그때 성영이가 영철이에게 물었다.

어이, 절친. 절친의 뜻이 뭔지 알아?”

정말 친한 친구 아니야?”

, 원시시대에 살았지?”

아니야?”

절친은 절교한 친구를 말하는 거야

아참. 그렇지. ‘끊을 절자구나.”

한자 잘 아네.”

내가 이래뵈도 한자를 고등학교까지는 꽤 열심히 했지!”

그렇게 열심히 했어?”

그래서, 내가 끊을 절자를 몰라요!”

! 또 무슨 소리 할려고!”

영숙이가 영철이에게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귀가 무척 뜨겁

영숙이의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영숙이를 쳐다보자, 영철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영숙아, 영숙아?”

, 여기 있어.”

어디?”

혹시, 나 안 보여?”

, 너 안 보여

, 큰일 났네.”

템버린 강에 도착했나 봐.”

뭐야, 여기 왜 오자고 했어?”

영철이가 강 좀 보여달라고 해서.”

영숙아, 우리 너가 안 보이니까, 네가 알아서 조심하고 우리 잘 따라와 야 돼. 혹시 무서우면 계속 말하면서 따라와.”

, 알았어.”

 

투명인간으로 변해버린 영숙이는 계속해서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런 희한한 일을 경험하면서, 도대체 이곳은 뭐하는 곳인지, 도대체 나는 뭐하러 이곳까지 따라왔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안희가 없는 이곳은 내게 너무나 슬픈 곳이다. 안희는 지금쯤 어디 있을까. 나는 안희를 사랑하는데. 안희랑 같이 있어야 되는데.

 

, 나 좀 도와줘!”

?”

영숙이가 계속 말을 해야 어딨는지 알지. 영숙이 말소리가 안 들려.”

, 어떡하지?”

영숙아, 영숙아! 철이도 영숙이 좀 불러봐!”

친구들 모두 영숙이를 목청껏 높여 불렀지만, 영숙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영철이는 강가를 바라보면서 영숙이를 계속해서 불러대면서, 드디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영철이의 말소리가 내게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영철이의 그런 모습을 본 건 내가 영철이와 절친이 된 이후 처음이었다.

 

영숙아, 미안해. 영숙아, 영숙아

 

친구들 모두 영숙이를 찾으면서 영철이가 우는 모습을 말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투명인간이 된 영숙이를 영영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나의 앞으로 강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고, 가끔 고니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했다. 비둘기가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육교 밑에서 떼지어 날아다니기도 했다.

 

저기 봐!”

 

알뜰이가 손가락으로 육교 위의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게 누구야? 왜 이렇게 크지? 키가 5미터는 되는 거 같아.”

저거 안희 아니야?”

나는 안희란 말에 놀라서 그곳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키가 5미터는 되어 보이는 안희가 거기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희 앞으로는 차량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희는 그 차들은 신경도 안 쓰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데에 몰두했다. 안희는 도대체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안희의 키는 왜 저렇게 커진 걸까?

 

있잖아!”

?”

안희는 키가 5미터는 되고, 영숙이는 투명인간이 되고우리 지금 꿈꾸는 거야?”

 

하늘은 파랗고 구름도 맑게 흘러가는데, 나는 안희를 알 수 없었다. 이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래도 나는 안희를 사랑해야 하는 걸까.

 

 


3. 저 멀리서 아득하게 (1)

 

친구들이 안희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 바라보는 눈빛들은 저마다 다른 듯 느껴졌다. 영철이 녀석은 여전히 뭐라뭐라 중얼거리면서 영숙이를 찾고 있었다.

친구들아! 영숙이 못 봤냐고, 왜 자꾸 저기만 쳐다 보냐고?”

영철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래도 그래도 뭐라도 해 봐야 할 거 아냐?”

무슨 방법이 있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왜 저기만 쳐다 보는데?”

영철아, 저거 안 보여?”

?”

저기 봐 안희가 5미터는 되는 거 같잖아?”

? 안희?”

안희의 키가 5미터나 되니까, , 그러니까, 그러네?”

그럼, 저기 있는 게 안희야?”

그래, 안희.”

, 너무 크다.”

너무 커서 안 보인다.”

무슨 얘기야?”

안 보인다고?”

그래, 안 보인다고.”

, 방금까지 보였는데?”

또 어디로 갔지?”

영철아, 안희, 방금 있는 거 봤지?”

, 나도 봤는데, 왜 이렇게 되어가지?”

영철아, 영숙이 찾으려면 뭔가를 풀어야 될 거 같아.”

뭘 풀어?”

글쎄? 너와 영숙이의 관계를 풀어야 되는 거 아닐까?”

나와 영숙이의 관계가 뭐 어때서?”

둘이 사귀는 거 맞아? 아니잖아.”

, 아니긴 아닌데

둘의 관계를 풀어야 할 거 같은데?”

영철이는 곤란하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영철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냥 멍하니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영철아, 나도 뾰족한 방법은 생각 안 나는데?”

철아, 영철이, 영숙이랑 진짜 사귀어?”

솔직히, 나도 잘 몰라.”

영철아, 솔직히 말해. 진짜 사귀는 거 아니지?”

진짜 사귀는 건 아닌데, 사귀는 거는 맞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영숙이 찾아야 된다고!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우선, 너네들의 비밀부터 말해!”

비밀 같은 거 없어.”

그럼, 사귀는 건 아닌데, 사귀는 거 맞다는 게 무슨 소리야?”

썸 타는 거잖아. 둘이.”

아니야, 그런 뜻 같지 않아.”

그럼, 무슨 뜻인 건데?”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

영철, 말하라니까!”

솔직히 말해 봐, 그게 무슨 뜻이야?”

영철아!”

말하기 곤란해?”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까 봐.”

그게 무슨 소리야?”

한번 말해봐. 미쳤다고 안할게.”

영숙이가 투명인간이 되면, 나 어디서든 영숙이랑 대화가 가능해.”

.”

근데, 지금 대화가 안돼.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 그런 이유였군.”

철아, 너는 왜 그렇게 심각해?”

안희는 어떻게 된 거지?”

아참, 맞아. 안희. 안희도 사라졌지.”

도대체, 여기 뭐하는 데야?”

템버린 강인데, 진짜 지명은 템버린이 아니야.”

그럼 뭔데?”

불출강

이름이 왜 이래?”

두문불출 이런 건가?”

! 이런! 그 생각을 못했네.”

두분불출 그런 거네.”

우리 잘못 왔다. 여기 위험한 강이다.”

영숙이도 찾아야 하고 안희도 찾아야겠네.”

맞아, 어디 가서 찾아?”

잠깐만, 이리들 와 봐!”

욱아, ?”

여기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있어.”

?”

어디로?”

강의 중앙으로 들어가면, 물고기들이 어딘가로 사라져.”

아니, 무슨 얘기야?”

저쪽에서는 물고기들이 막 생기고

그렇다면?”

여기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인가?”

함부로 가면 안돼.”

맞아.”

영화 속에서처럼 그렇게 무서운 데이거나, 아니면 이상한 곳일 거야.”

가고 싶은 사람?”

!”

성영이가 손을 들었다.

그럼 성영아, 나랑 저기 한번 가볼까?”

그래, 영희야, 같이 가보자

너네들 안 무서워?”

안 무서워. 영숙이랑 안희 찾아올게. 가서.”

그래?”

성영아, 가자.”

.”

성영이와 영희가 물고기가 사라지는 강의 중앙 쪽으로 바지를 종아리까지 걷고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강물이 회오리를 치더니, 물고기를 싸악 삼키고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 회오리는 길게 이어지더니, 하늘의 구름에 닿았다. 물고기들이 그 하늘로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성영이와 영희가 놀라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러게.”

영숙이랑, 안희는 어디로 간 거지?”

잠깐만! 성영아, 영희야?”

?”

안 보여.”

둘이도 사라졌어?”

대체 다들 어디로 사라지는 거지?”

투명인간 되는 거 아니야?”

아까 성영이랑 영희랑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

없어?”

아무도 못 봤네?”

왜 다들 사라지지?”

진짜 투명인간 되는 거 아니야?”

영철이 뭐 아는 거 있어?”

투명인간만 되는 거면 어디서든 대화가 가능한데어떡하지?”

영철아!”

?”

, 충격이 컸구나?”

무슨 소리야?”

평소의 발랄하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갔어?”

, 원래 진지한 사람이야.”

, 그래?”

그럼, 영숙이 버리고 나랑 사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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