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장아, 양심 있는 거니? (1)
“그러니까, 우리 사장이 그러더라구!”
“뭐라고 했는데?”
“나보고 월급이 적은 거냐고 그러더라구!”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아니라구, 월급이 적은 건 아니라구 했지”
“그랬더니?”
“그럼, 다음에도 같이 일하자는데”
“아, 그랬어?”
주변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데, 여기서도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시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서 또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러니까, 그 녀석들이 그랬다구!”
“뭐라고 했는데?”
“여기는 자기가 살던 세계가 아니라서, 자기들은 돈이 없다고 했어!”
“돈이 왜 없는데?”
“커피 사느라 다 썼대”
“그래서 어떻게 헀어?”
“그럼 커피를 산 돈은 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더니”
“그랬더니 커피를 살 때 돈을 주는 거냐고 물어보더라구”
“아, 진짜 다른 세계에서 왔나 보네”
“그러게”
나는 문득 궁금증이 들어서, 그 사람들한테 뭔가를 물어보려고 살짝 다가갔다. 그때 커피숍 주인이 소리쳤다.
“손님, 여기선 그러시면 안 됩니다!”
“네?”
“여기선 막 다른 손님에게 다가가고 그러시면 안 딥니다”
“네?”
“여기선 그렇게 막 다가가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냥 듣기만 하세요!”
“아, 네…”
나는 다시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편이 아니구, 사장이 그랬다구!”
“어떤 사장?”
“너네 사장!”
“우리 사장?”
“그래, 너네 사장이!”
“정말 그랬어?”
“그래, 정말 그랬어!”
“그래? 그럼, 내가 돈을 너한테 줘야돼?”
“돈이 아니라!”
“그럼?”
“핸드폰을 줘!”
“이거 얼마 안 되는데?”
“그러니까 달라구!”
“알았어, 이거면 돼?”
“응, 이거면 돼. 이거면 네 남편이 말한 액수야.”
“아, 그래?”
“응, 남편이 말한 그대로니까, 그거면 돼!”
“알았어. 남편이 이 핸드폰만큼이라고 말했어?”
“응, 그랬어.”
“그럼, 줄게.”
“그래, 줘야지. 남편이 말한대로 해야지.”
“근데, 정확히 뭐라고 했는데?”
“이 핸드폰만큼만”
“응, 그게 다야?”
“응. 핸드폰만큼만이라고 하고 그리고 가만 있더라구”
“그럼?”
“응!”
“내 남편이?”
“응, 맞아!”
“남편한테 돈은 지불했고?”
“응!”
“그래, 그럼 줘야겠네!”
“응!”
“그래 여기!”
10. 사장아, 양심 있는 거니? (2)
나는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 화장실이 보였다. 그런데, 화장실이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커피숍 주인한테 화장실의 비밀번호를 물어보려고 다가갔다.
“사장님, 화장실 비밀먼호가 어떻게 돼요?”
“사장아, 너 양심 있니?”
“네?”
“그게 비밀번호예요!”
“네, 그런 비밀먼호도 있어요?”
“앞에 가서 그렇게 누르시면 돼요!”
“그렇게 누를 수가 있나요?”
“가보시면 알아요!”
나는 주인의 말대로 화장실에 다가가서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눌러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카페숍 주인한테 다시 갔다.
“사장님?”
“뭘 도와드릴까요?”
“비밀번호 어떻게 눌러요?”
“아, 여기 처음이시구나?”
“네, 여기도 처음이구요, 이 세계도 처음 와보는데요?”
“아, 다른 세계에서 오신 분이었구나!”
“네, 맞아요! 다른 세계에서 와서, 제가 있던 원래 세게로 가는 방법을 몰라요!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것까진 제가 잘…”
“여긴 어떤 세계인가요?”
“아주 좋은 세계입니다. 여기는 아주 좋은 세계입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철이라고 해요!”
“아, 철이씨구나”
“네, 철이씨에요!”
“그럼, 저랑 긴긴 얘기를 나누시겠습니까, 아니면 화장실을 먼저 가시겠습니까?”
“둘 중에 선택해야 돼요?”
“아니요, 그냥 화장실 갔다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얘기 나누죠!”
“그러면요, 화장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제가 열어드리죠!”
주인은 나와 같이 화장실 쪽을 같이 걸어갔다. 화장실 앞에서 커피숍 주인이 막 주문을 외는 듯이 보였다.
“사장아, 넌 양심 있다! 사장아, 넌 양심 있다! 사장아, 넌 양삼 있다!”
“안 열리는데요, 사장님?”
“조금 기다려 보세요!”
사장은 그러더니, 비밀번호의 번호를 막 눌렀다.
“이거, 번호로 되어 있네요? 비밀번호를 알려주시면 되는데…”
“철이씨, 사장아, 너 양심 있니? 라는 번호를 아세요?”
“아니요, 그 번호를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저도 번호를 몰라요!”
“아니, 그럼 이건 어떻게?”
“그래서, 열려고 얘쓰고 있잖아요!”
“아, 그러신 거에요?”
“네, 그런 거에요!”
“그러면, 화장실 문은 열리는 건가요?”
“사장아, 너 양심 있니?”
“네?”
“라고 불러보세요”
“네에, 사장아, 너 양심 있니?”
“네, 양심 있습니다.”
“네?”
“그래서 말인데요!”
“네?”
“화장실 쓰실 때도 티머니를 제출해 주셔야 합니다.”
11. 실컷 놀자!
“네, 화장실도 유료예요?”
“아니요. 티머니를 여기다 대시면 됩니다.”
“아, 그래요?”
“네에. 여기에 이렇게요?”
“네에~”
“어, 열리네요?”
“앞으로 화장실 이용하실 때는 사장아, 너 양심 있니?를 외치고 번호를 아무거나 누르고 티머니를 여기다 대시면 됩니다”
“네, 고맙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화장실에서요?”
“네, 즐거운 시간 되실 겁니다!”
나는 무슨 이런 황당한 주인이 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화장실이 급했으므로 볼 일을 보러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5분 후에 나왔다. 그 5분이 너무 길었다. 나는 주인한테 다시 갔다.
“사장님?”
“무슨 불편한 점 있으십니까?”
“여기서는!”
“네?”
“화장실에 침대가 있어요?”
“아, 거기에 있는 침대가 아니라요!”
“아니에요?”
“네, 오늘은 침대가 왔나 보네요”
“그게 무슨 얘기에요?”
“거기 풍경은 날마다 바뀌는데요, 어떤 날은 책상과 의자가 있고 오늘 같은 날은 침대가 있고 그래요 내일은 또 어떤 게 거기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 그래요?”
“네에!”
“그럼, 화장실에서 좀 자다가 가도 돼요?”
“주무시려고요?”
“네에”
“안 불편하시겠어요?”
“왜요?”
“다른 사람들도 이용해야 하는데, 이용할 때마다 다른 세계로 점프했다 와야 되는데?”
“네?”
“다른 세계가 또 있어요?”
“네, 여기는 수많은 세계가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혹시, 지금 피곤하신가요?”
“네, 좀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그래요? 그럼 이 근처에 호텔을 알려 드릴까요?”
“아니요. 저 돈이 하나도 없어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네?”
“11억 천만원이 이 티머니에 들어 있으니, 이걸로 호텔에 방 잡으시면 됩니다.”
“그게 왜 거기 들어 있어요?”
“저희 가격 못 보셨어요?”
“가격 봤어요. 근데, 참… 나 돈 없는데, 어떻게 그걸 샀지?”
“저희의 한잔 가격이 그 정도입니다”
“그럼, 이 티머니에 그 돈을 채워주시는 거에요?”
“네, 그렇습니다”
“왜요?”
“왜, 왜냐구요?”
“네, 왜요?”
“왜냐구 물으시는 이유는…”
“이거 파는 거 아니에요?”
“파는 겁니다”
“근데, 파는 건데, 왜 돈을 채워주시죠?”
“철이님?”
“네?”
“그거 실제 돈 아닌데요?”
“아, 네?”
“철이님, 여기가 어떤 세계인지 아십니까?”
“어떤 세계인데요?”
“여기선 티머니도 함부로 흘리시면 안 되는 세계입니다”
“그래요?”
“네, 티머니 함부로 흘렸다간 집에 갈 길을 영영 잃게 되실 것입니다”
“아, 그렇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저랑 얘기를 더 나누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아니지…”
“그럼?”
“제가 호텔을 가서 잠을 자야 할까요, 사장님이랑 얘기를 나누어야 할까요?
“제가 결정해야 합니까?”
“네 사장님이 결정해 주시죠!”
나는 사장님이 오랫동안 고민하는 걸 보았다. 그러더니 사장이 말했다.
“철이님, 아무리 생각해도”
“네?”
“철이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는 게 어떨지?”
“아, 결국 제가 선택해야 돼요?”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볼게요.”
나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어야만 했다. 이 세계에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나는 정말정말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어야 했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은!
“사장님, 11억 천만원이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나갈게요! 나가서 실컷 놀다 갈께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놀러 갈 수 있는 곳이 있나요?”
“네, 놀러 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혹시 그럼 놀이공원 같은 곳도 있나요?”
“놀이공원 같은 곳은 없습니다”
“그럼, 사격장이나 오락실 같은 곳은요?”
“없습니다”
“그럼, PC방은요?”
“없습니다”
“혹시, 그럼 골프장이나 당구장 같은 곳은요?”
“그런 곳은 없고, 그런 비슷한 곳은 있습니다”
“어떤 곳인데요?”
“그냥 가서 스포츠를 즐길 만한 곳은 있습니다”
“거기 유료에요?”
“네, 유료입니다. 거기서도 돈을 드릴 겁니다.”
“네?”
“티머니를 제출하셔야 합니다. 그럼 거기다 돈을 채워드릴 겁니다”
“아니 저 돈을 써야 한다구요! 왜 자꾸 돈을 주시는 거에요!”
“철이님!”
“네?”
“이 세계에서 잃어버린 게 있지 않으십니까?”
“잃어버린 거요? 그게 뭐지…”
“이 세계에선 철이님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드립니다”
“정말로 찾아주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철이님이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만 알게 된다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모르면 못 찾나요?”
“네, 못 찾습니다”
“잃어버린 게 뭔지 알아야 돼요?”
“네, 잃어버린 게 뭔지 알아야만 그것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잃어버린 게 돈은 아닌데, 왜 자꾸 채워주시는지?”
“돈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게 돈이 아니라서 자꾸 채워드리는 겁니다.”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아저씨!”
“네, 저요?”
“아, 아가씬가?”
“주인님이라고 부르심이?”
“아니, 제 주인님이 아닌데, 제가 왜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돼죠?
누군가가 말을 거는 바람에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나의 정신이 깨어났다.
“그냥, 주인님이라고 불러주시면 서비스가 더 많아질 텐데요?”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왜 이 철이란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느냐 이거요!”
“제가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요?”
“이 철이란 사람, 이 세계에서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제대로 알려드려야죠!”
“뭘요?”
“운동하는 곳에 가면 우리도 같이 간다고요!”
“아, 그러시게요?”
“그래야죠!”
“철이님!”
“네?”
“저희랑 같이 운동하러 가시죠!”
“저기…”
“네, 왜 그러시죠?”
“꼭 같이 가야 하나요?”
“아 가기 싫으세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꼭 운동하러…”
“운동하러 가시는 거 아니었어요?”
“전 골프나 당구를 치고 싶은 거지, 운동을 하고 싶은 게 아닌데요?”
“골프 칠 줄 아나 봐!”
“골프 칠 줄 아세요?”
“아니요, 돈이 많이 생겼길래, 가보려고 한 건데!”
“아, 당구도 돈이 많이 드나? 골프는 돈이 많이 든대.”
“아, 그런 거야?”
“그래, 그런 거야!”
“당구도 돈이 많이 들어요? 철이님?”
“네, 당구도 하루 종일 있으려면 돈 많이 들어요!”
“그럼, 당구 치러 가면 되겠네.”
“당구장이 있어요?”
“당구장이 있는 세계로 가면 되지!”
“맞아, 이 세계에선 없고 당구장 있는 세계가 어디지?”
“돈은 있어?”
“이 티머니면 충분해”
“그래?”
“철이님, 당구장에서도 티머니가 되나요?”
“제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안 되는데요? 이 세계에선 다 된다고 해서”
“아 그렇지. 철이님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당구장이 있지. 거기서는 티머니가 안 된대. 당구장에서는”
“골프장도 안 돼요?”
“네, 안 돼요. 당구장, 골프장에서 티머니를 쓰는 게 아니라서”
“아, 그래요?”
“그럼 어떡하지?”
“철이님”
“네?”
“저희랑 야외에서 공놀이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래요, 저희랑 같이 가요!”
“꼭 그래야 돼요?”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요,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네요. 철이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돼요!”
“그래요?”
“네!”
“그럼 저를 제가 왔던 세계로 보내주세요!”
“원래 있던 세계 말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럼 어떤 세계를?”
“제가 왔던 세계요! 여기서 지내게 해주세요!”
“철이님!”
“친구들은 안 찾으실 거예요?”
“찾아야죠!”
“그러려면 돌아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여기서 찾을 거에요. 여기서 찾아서 여기서 지내게 해주세요!”
“철이님!”
“네?”
“여기서 지내실 수 있는 조건은 딱 하나입니다”
“어떤 조건이요?”
“잃어버린 걸 찾으시면 됩니다”
“정말 그러면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게 뭔지 먼저 생각하시고 그 다음에 그걸 찾으시면 여기서 지내실 수 있습니다.”
“그거면 된다고요? 그거면…”
“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길고 긴 시간이 가는 듯한 시간 동안 하염없이 멈춰 있었다. 시간도 멈춘 것 같았다. 카페주인이 말을 걸았다.
“철이님, 운동을 하러 가시겠습니까, 호텔에 가서 방을 잡으시겠습니까, 저와 긴긴 얘기를 나누시겠습니까?”
“생각을 좀 더 해봐도 되죠?”
“네 그리하세요…”
“생각을 많이 해보셔야 되나 봐요?”
“그런가 봐요!”
“그럼, 우리 철이씨를 기다려야겠네요!”
“그래요, 맞아요, 기다려야겠어요”
“철이씨!”
“네?”
“잃어버린 걸 찾으실 때까지는 언제까지나 여기 있어도 돼요.”
“그래요”
“저희도 잃어버린 걸 찾는 중이거든요”
“그래요?”
“네, 그래요…”
나는 긴긴 시간 생각에 빠져들었다. 더 이상, 친구들이 걱정되지 않았다. 안희가 그립지도 않았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 걸까. 나는 이 세계의 시간 속으로 점점 깊이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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