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세상에 태어나는 빛깔 바람
1
-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물은?
- 아버지입니다.
- 왜지?
- 말할 수 없습니다.
- 없는 이유는?
- 그것 역시 말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면, 너의 죄는 무엇인가?
-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죄밖에 없습니다.
- 흠, 그거 아주 큰 죄로군. 그래서 너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받았나?
- 모르겠습니다.
- 넌, 도대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 적어도, 제가 지옥에 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지옥에 보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 이유를 몰라? 너의 죄는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죄야?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른다고 거짓말을 해?
- 그게 어떻게 죄가 됩니까?
- 흠, 너는 보기보단 정직하군. 좋아! 이유를 설명해주지. 너는 일단 못 생겼기 때문에, 만인들이 너를 보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지. 그 흉악한 얼굴을 보며, 두려움도 느끼곤 했지.
- 하지만 그건, 당신이 나를 만들 때 그렇게 만들었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 어허,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너는 또 머리가 나빠서 네가 금방 뭘 했는지조차 까먹곤 했어. 그게 사람들한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아나?
- 그것 역시, 당신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 네가 어떤지, 너 스스로 판단을.
- 저는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린가?
- 저는 누군가의 판단에 의해 움직였고, 누군가의 판단에 의해 말을 했고, 누군가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 그 ‘누군가’란 누구지?
- 제 머리 속에 숨어 사는 바이러스입니다.
- 바이러스?
- 예, 바이러스의 판단에 의해 저는 움직여집니다.
- 좋아, 그럼 그 바이러스의 판단에 맡겨 보도록 하지. 너 스스로 그 바이러스에게 물어 봐. 너 스스로 너를 판단해도 좋은지.
- 안 된답니다.
- 왜 안 되지?
- 왜냐하면… 말할 수 없습니다.
- 여기는 지옥이야. 너는 심하게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너는 후회하게 될 거다. 네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던 걸. 어허, 그렇게 떨 필요는 없어.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자,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또 하기로 하지.
2
- 너는 이제 곧 사형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너는 네 스스로 말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또 할 말이 남아 있다면 오늘 다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너의 죄는 무엇인가?
-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곧 죽는다면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저는 지조를 지키다가 이 세상 하직하겠습니다.
- 너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로군. 너는 이미 한 번 죽은 목숨이다. 만약, 네가 또 죽는다면, 너는 더 이상 구원받지 못한다. 그래도, 너는 말하지 않겠는가?
- …
- 묻는 말에 대답 안 하나?
- 뭘 물었죠?
- 너는 지금 나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있어. 한 말을 또 하게 만들고, 그렇게 생각 안 하나?
-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얘기해 주시죠.
- 넌 역시 머리가 나빠서 대화가 안 통하는구나. 다시 한 번 묻겠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은?
- 어머니입니다.
- 왜지?
- 모릅니다.
- 확실히 대답해! 말할 수 없는 거야, 정말 모르는 거야?
- 정말 모릅니다. 그냥 싫습니다.
- 그렇다면, 네가 지옥에 떨어진 이유를 아나?
- 모르겠습니다.
-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너는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죄로 여기에 왔다. 알겠나?
-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잘못
- 그게 무슨 죄가 됩니까?
- 너는 머리가 나쁘니까 설명해줘도 몰라. 다시 한 번 묻겠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 저입니다.
- 너? 너라구?
- 예, 저는 제 자신을 가장 존경합니다.
- 왜지? 그것도 설명할 수 없나?
- 아닙니다.
- 그럼, 그 이유는 아나?
- 압니다.
- 그럼, 그것 좀 설명해 줄 수 있나?
- 예, 있습니다.
- 그럼, 설명해보게
- 저는 제 자신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 글쎄, 왜 존경하냐니까?
- 저는 아버지처럼 세상물정을 똑바로 알지 못하고, 이것저것 간섭하지 않습니다. 또, 어머니처럼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 너는 지금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쓰고 있군. 그렇다면, 너 자신에 대해서 설명 좀 해 보게나?
- 저는 저를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어떠한 말을 하여도 제 넋두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한 넋두리는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고, 그것은 저의 마음에 위선을 넣어줄 뿐입니다.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죽게 해 주십시오.
- 너는 그렇게 세상을 쉽게만 살려고 하는군. 나는 되도록 너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다. 그것이 또한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너를 쉽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네가 죽을 때까지 나는 끝까지 너를 괴롭힐 것이다.
- ……
- 묻는 말에 대답하라! 너희 어머니는 무얼 하셨지?
- 막노동입니다.
- 너희 아버지는 무얼 하셨지?
- 사업을 하셨습니다.
- 납득이 안 가는군. 그럼, 가정 형편은 좋았나?
- 전 모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 네가 모른다고? 숨기려 들지 마! 나는 너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을 뿐이니까. 고통 받고 싶나?
- 예, 고통 받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어서 대답해!
- 싫습니다.
- 왜지?
- 모르겠습니다.
- 왜 모르나?
- 저는 여전히 움직여지고 있습니다.
- 바이러스 말인가?
- 예, 바이러스입니다. 아니,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 그럼, 누구지?
- 저 자신에 의해서입니다.
- 넌 로봇인가, 사람인가?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보기보다 끈질기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지?
- ……
- 이젠,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는 자세군. 너는 침묵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군.
3.
- 너를 지배하는 바이러스는 누구지?
- 저를 지배하는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제야, 입을 여는군. 그래, 침묵의 고통이 얼마나 큰 가 이제 깨달았겠지?
- 그 고통은 크지 않습니다. 저는 한 달 동안 웃기만 했습니다.
- 어,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저는 제 자신을 찾고 싶습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리지?
-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십시오.
- 너는 지금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군. 다시 태어나게 해 달라니?
- 다시 살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이 세상에 가서 다시 하고 싶습니다.
- 다시 하고 싶은 일? 그게 무엇이지?
- 거리를 청소하는 일입니다.
- 넌, 다시 태어날 수 없어.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너희 어머니는 무얼 하셨지?
- 사업을 하셨습니다.
- 아니, 무슨 소리야? 저번에는 막노동을 한다고 해 놓고
- 그것은 저를 낳아준 어머니였습니다.
- 이제야 고백을 하는군. 어떤 사업이었지?
-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었습니다.
- 아버진 어떤 사업을 했나?
- 전 모릅니다. 진짜로 어떤 사업을 했는지 전 모릅니다.
- 그래? 그렇담, 내가 가르쳐 주지.
- 알고 싶지 않습니다.
- 그래도, 알아야 돼. 너희 아버지는 마약 밀매를 했다.
- ……
- 놀라지도 않는군.
- 그렇담, 나는 누구죠?
-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너희 가족을 대표해서 이 지옥에 와 있는 것이고, 네가 너희 가족을 대표해 죗값을 치르는 것이지
- 왜, 제가 죗값을 대신 받아야 합니까? 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요?
- 왜냐하면, 너희 가족은 이미 구제받을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야. 그들을 구제할 의향이 있나?
- 전혀 없습니다.
- 왜지?
- 그들은 저의 자아를 빼앗았고, 저를 후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저를 구박했고, 저를 죽였습니다.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구제하고 싶지 않습니다.
- 너의 아들을 생각해 봤나? 너의 아들은 아직 살아서 마약밀매를 계속하고 있다. 그것을 생각해 봤나?
-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 그래도, 생각해야 돼!
- 왜죠? 이유가 뭐죠? 그런 건 뭐 하러 생각해야 되죠?
- 그건 너 자신의 문제다.
- 무엇을 생각해 봐야 되죠?
- 더 이상 질문 따위는 하지 않겠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을 말입니까?
- 너 스스로 생각을 해 보란 말이야.
- 무슨 생각을 말입니까?
- 네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겠다
- 싫습니다.
- 왜 싫지?
- 모르겠습니다.
- 너는 모르니까 내가 알려주지
- 뭘 말입니까?
- 다시 태어나게 되면 알게 될 거다.
- 싫습니다. 싫습니다. 싫습니다.
4.
- 여보, 애기가 웃어요
- 그러네? 왜 웃으면서 애기가 태어나지?
- 얘 왜 안 울어?
- 여보, 애기는 울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그러니까, 얘 왜 안 울어?
- 무서워
- 딸, 이 애 어떻게 하지?
- 엄마, 나 너무 무서워
- 애가 웃으면서 태어나다니
- 여보, 얘 어떻게 하지?
- 방법이 있을까?
- 얘 한번 울려봐
- 어떻게?
- 인상 막 찡그리고 그래 봐
- 계속 웃는데
- 머리 쥐어박아 봐
- 그래도 웃는데
- 아, 얘 어떻게 하지
- 여보, 여보가 애 낳은 거 맞아?
- 방금 낳는 거 봤잖아
- 아 참, 내 아이 같지 않네
-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 여보, 갑자기 반말하니 무서워
- 애도 무섭고 나도 무서워?
- 아빠, 병원 가자
- 어디 병원?
- 바람난 병원
- 그건 무슨 병원이야?
- 바람이 막 불고 있는 병원
- 바람이 막 불어?
- 응!
- 애가 웃으면서 태어나면 가는 병원이래
- 그런 데가 어딨어?
- 방금 연락 왔어. 애가 웃으면서 태어났다니까.
- 그럼, 얘는?
- 그 병원으로 보내야지.
- 응?
- 엄마, 얘 키우고 싶어?
- 아니
- 아빠는?
- 나도 별로.
- 동의한 거지?
- 응.
- 그럼, 보내는 걸로?
- 그래
2부. 빛깔 바람 - (1) 나는 빛깔 바람이다, 나는 너에게 웃음을 쏘겠다.
1.
- 이 아이요?
- 맞습니다.
- 아이가 웃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 지금은?
- 지금도 웃고 있습니다.
- 잘 됐군.
- 네 잘 됐습니다.
- 그렇다면 이 아이에겐 영양주사가 필요 없겠군
- 네 그렇습니다.
- 박사님.
- 무슨 일인가?
- 밖에 시계 봐 행성에서 누군가가 오셨습니다.
- 거기서 무슨 일인가?
- 아이의 성장속도에 대해서 궁금해 하십니다.
- 그런가? 들어오시라고 하게.
- 알겠습니다.
-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 성장속도가 궁금 하시다구요?
- 네, 아이가 1일치 성장판이 열려 있는 건지, 아니면, 1초인지요?
- 지금 성장속도로 보아선, 10일 정도는 걸릴 듯합니다.
- 아 초고속 성장판이 안 열려 있나요?
- 초고속 성장판은 열려 있지 않고, 희한한 게 있군요.
- 희한한 거라뇨?
- 아이는 자신이 잘못한 걸 느끼지 못하는 게…
- 아니 그럼 싸이코패스?
- 아무래도
- 이런, 큰일났군
- 그럼, 이 아이 어떻게 해야 하지?
- 박사님, 성장판을 떼어 버릴까요?
-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 성장판을 떼어버리면 어떻게 되죠?
- 성장판을 떼어버리면 아이의 지능수준이 아기수준에서 머물게 되어 말을 못 배우게 되고, 글도 못 쓰게 되죠.
- 아, 그럼?
- 사람에게 해악을 못 끼치게도 되는데, 대신 포기해야 할 건.
- 할 건?
- 우리는 이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는 거죠.
- 아 이유가?
- 연구비가 나오지 않아요.
- 아, 그럼 곤란하겠군요.
- 네, 그렇습니다.
- 아이를 맡길 데가 있나요?
- 저희는 이런 경우, 그냥 아무 집 앞이나 놓아둡니다.
- 그럼 그 아이는?
- 운명에 맡기는 거죠.
- 운명이요?
- 네, 성장판을 떼어놓은 다음에 맡기면 적어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하니까, 아무 곳이나 놓아두어도 문제가 생기진 않습니다. 다만.
- 다만?
- 그러기 위해서는 야근을 해야 하고, 야근수당을 청구해야 하죠.
- 그렇군요.
-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 네, 그러도록 하시지요.
- 그럼.
- 그럼.
2.
- 어머, 웬 아기가 있어요.
- 어, 이 아기 또 누가 갖다 버렸나 보네요.
- 어떡하죠?
- 근데 이 아이?
- 웃고 있네요?
-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걸 보니
- 그래서요?
- 다른 곳에 버립시다.
- 아, 그래야겠네요.
- 아이는 우리가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네요.
- 그럽시다.
- 누가 이런 못된 짓을 했는지 몰라도
- 우리가 이런 못된 짓에 동조해 줄 수는 없으니까.
- 어디다 버리죠?
- 내가 알아서 하지.
- 그래요.
- 모른 척 해.
- 알았어요.
3.
- 아이는 어떻게 했어?
-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떻게 합니까?
- 분명, 어디로 데려가는 걸 우리가 봤어. 바른대로 말하면 보내주지.
-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 그럼 먼저 보내 주면 말해줄래?
- 이봐, 먼저 보내 주면 어떻게 말을 들어?
- 먼저 보내 주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방법이 있나?
- 있습니다.
-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 저의 코딱지를 걸겠습니다
- 코딱지?
- 웬 코딱지?
- 코딱지를 파게 해 주십시오.
- 그럼 어떻게 되는데?
- 한번 해 보시면.
- 그래, 어디 한번 해 봐
- 뭐야 얘 어디 갔어?
- 우리가 당했잖아!
- 사라졌어
- 코딱지를 파더니, 퓽 하고 올라갔어!
- 어디로 올라간 거야?
- 몰라, 이 새끼 하늘로 갔나?
- 코딱지를 파게 하면 어떻게?
- 궁금해서
- 우리도 코딱지 파볼까?
- 그럼?
- 그 새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 네가 먼저 해봐.
- 알았어, 이 새끼야. 내가 먼저 해보지.
- 야! 야! 야! 너 어디가?
- 거봐, 나도 날아가지. 너도 한번 해봐!
- 진짜 날아가네. 나도 한번 해보지.
4.
- 여기가 대체 어디야?
- 그러게?
- 잠깐, 이 아기?
- 우리가 찾던 그 놈이야.
- 드디어 찾았어, 이 녀석.
- 우리 여기까지 날아온 거야?
-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 아까, 그 새끼가 이리로 갖다 놓았나 봐.
- 그 새낀 어디 갔어?
- 몰라. 지금 그 새끼 신경 쓸 시간 없어.
- 이 녀석 웃고 있네.
-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나 봐.
- 그러게.
- 이 녀석, 너는 우리의 밥줄이다.
- 그래! 드디어 우리도 밥줄을 찾았어.
-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 뭔데?
- 이 녀석이 우리의 밥줄이라고 누가 얘기해줬어?
- 어떤 나이 지긋하고 이상한 복장을 한 어떤 분이.
- 어떤 이상한 복장?
-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있는 어떤 분.
- 그분은 뭐하는 분이래?
- 나도 몰라. 그냥 사람들이 그러는데, 그분이 하는 말은 무조건 맞다고 해서.
- 그래?
- 그분이 하는 말 믿기로.
- 이 녀석, 정말 우리의 밥줄이 될까?
- 그건 모르지.
- 아무튼, 키워 보자구.
- 그래야겠네.
5.
- 데리고 왔어?
- 응, 녀석을 간신히 찾았어?
- 어떻게 찾았는데?
- 날라 갔어.
- 얼마나 빨리 다녔길래, 날라 갔다고 그래?
- 그게 그 의미가 아니고 진짜로 날아서 갔어.
- 고생을 정말 많이 했나 보네. 헛소리를 다하고.
- 헛소리 아니래두!
- 됐어, 그만해.
- 얘가 우리의 밥줄이라 그랬지.
- 맞아, 우리의 밥줄이야.
- 그럼!
- 밥부터 먹여야지.
- 그래야지.
- 근데
- 뭘 먹이지?
- 애긴데?
- 아 그러게!
- 풀부터 줘봐.
- 초록 풀? 아니며 빨간 풀?
- 아니야, 풀 먹이면 안 될 거 같아
- 그럼?
- 주황색 과일로.
- 그럴까?
- 주황색 과일을 먹으면 어떻게 돼?
- 어떻게 되긴 무럭무럭 성장하겠지.
- 그래?
- 과일에 특이한 효능이 있는 거야?
- 특별한 거 없어.
- 그럼 그냥 성장한다고?
- 응
- 잠깐. 얘 성장판이 제거되었어.
- 뭐야?
- 성장판이 제거 되었으면 우리한테도 쓸모 없잖아.
- 아, 이런.
- 얘, 계속 웃고 있는데?
- 밥은 먹은 걸까?
- 야, 도로 갖다 놔
- 왜?
- 얘, 있어도 우리한테 소용없어.
- 아니야, 소용 있을 거야.
- 어떻게 하려고?
- 팔 데가 있어.
- 어, 정말?
- 응.
6.
- 어디까지 가야 돼?
- 여기야?
- 아니, 좀 더 가면 돼.
- 근데, 왜 항상 우리만 나와?
- 우리가 가장 빠르다잖아.
- 애 들고 다니기 힘든데.
- 금괴 들어 있나 잘 확인해야 돼.
- 그건 또 어떻게 들고 가지?
- 금괴?
- 그래서 이 수레를 끌고 가는 거잖아.
- 아 그렇구나.
- 근데 궁금한 게.
- 응?
- 성장판이 멈춘 아이는 우리의 밥줄이 안 돼?
- 이렇게 팔면 되긴 되지. 근데.
- 근데?
- 아이가 안 자라면 어디에 쓰려고?
- 아, 그렇네.
- 거의 다 왔어.
- 여기는 안 자라는 아이가 필요하다고 했어?
- 응.
- 안 자라는 아이가 왜 필요하지?
- 그건 말해줄 수 없다는데?
- 그래?
- 안 자라는 아이가 필요한 데도 있구나.
- 다 왔다.
- 저 사람이야?
- 정말 못 생겼다.
- 성격도 대게 못 되었대.
- 그래?
- 얼른 금괴만 받아가지고 가자.
- 그래.
7.
- 이 아인가?
- 네, 그렇습니다.
- 금괴는 어디에?
- 금괴는 없다.
- 네?
- 너희도 여기서 못 나간다.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너희는 이제부터 내 수발을 들어야 한다.
- 아니, 저희가 왜 수발을 들어야 합니까?
- 너희도 내가 이미 샀다.
- 네?
- 안 됩니다.
- 나갈 수 있으면 나가 봐라.
- 우리 어떻게 하지?
- 저기로 걸어가 보자.
- 지금부터 나를 대장님으로 불러라.
- 아니,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십시오.
- 이봐, 이 사람 왜 이렇게 힘이 쎄?
- 대장님, 대장님, 이거 놓으십시오. 말 들을 테니 놓아주십시오. 너무 간지럽습니다.
- 알겠다. 너는 놓아주지? 근데, 네 녀석은 왜 아무 말이 없느냐?
- 대장님으로 부르면 되나요?
- 그렇다.
- 절 놓아주시죠.
- 알겠다
- 그럼, 저희는 이제부터 무엇을 하면 되나요?
- 내 수발을 들라고 하지 않았느냐?
- 그러니까, 수발을 드는데, 뭘 하면 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 그걸 내가 말해야 되느냐?
- 네, 그렇습니다.
- 그럼, 너는 우선 나의 등부터 긁어라.
- 알겠습니다.
- 그리고 너는.
- 네.
- 아기가 먹을 것과 내가 먹을 것을 구해 오너라.
- 네?
- 싫으면 한 번 더 할까?
- 아닙니다.
- 아기는 어떻게 할까요?
- 아기는 내게 주거라.
- 여기 있습니다.
- 그럼 저는 먹을 걸 구해오면 되나요?
- 그렇다. 갔다 오너라.
- 알겠습니다.
8.
- 대장님, 그 녀석 오지 않을 겁니다.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 네?
- 여기 한번 온 이상, 나 없이는 못 나간다.
- 아, 그, 그렇습니까?
- 그렇다.
- 여기가 뭐하는 곳입니까?
- 아기가 자라는 곳이다.
- 네?
- 성장판이 제거된 아기가 자라는 곳이다.
- 아, 네에…
- 아기가 내게 웃음을 보이는군.
- 아기가 좋으십니까?
- 그렇다.
- 등을 긁어드리니, 시원하십니까?
- 그렇다.
- 저희는 언제 보내 주십니까?
- 내 수발을 들기로 하지 않았느냐?
- 그래도 저희는 이곳이 집이 아닌데…
- 그렇다면, 네게 임무를 주마.
- 어떤 임무를?
- 앞으로 이 아이의 수발을 들라.
- 네?
- 이 아기의 조수가 되란 말이다.
- 아, 그, 그건?
- 싫으면, 평생 나의 수발을 들고 살아라.
- 아닙니다. 이 아이의 수발을 들겠습니다. 그럼, 저는 집에 갈 수 있나요?
- 방법이 하나 있다.
- 뭔가요?
- 이 아기가 보내주면 갈 수 있다. 아이에게 잘 보여라.
- 아, 그, 그렇습니까?
- 다만.
- 네.
- 너만이다. 다른 녀석은 아니다.
- 아, 네.
9.
- 먹을 걸 구해 왔느냐?
- 왔습니다. 여기 먹을 걸 구하기 왜 이렇게 힘든지요?
- 먹을 걸 구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네 녀석이 도망치려 했겠지.
- 그, 그럴리가요!
- 누굴 속이려 하느냐?
- 대장님, 전 속이지 않…
-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녀석 맛 좀 더 보여 줘야지.
- 대장님, 안 돼요! 그만 간지럽히세요!
- 도망치려 했느냐?
- 네, 했어요.
- 이제야 인정을 하는군.
- 그럼, 저는 여기서 무얼?
- 너는 여기서 날마다 저기 있는 저 나무에 물을 주면서 나의 수발을 들면 되느니라.
- 네?
- 도망치려 했기 때문에 너는 여기서 평생 못 나간다.
- 아 안 됩니다, 그건!
- 그럼, 또 한 번…
-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수발을 들께요!
- 대장님, 아기가 걸어 다니는데요?
- 아기라고 부르지 마라. 이제 저 아이를 초향단이라고 불러라.
- 대장님, 저 아이는 사내아인데요?
- 알고 있다.
- 대장님, 혹시 저 아이가 계집아이로 알고 데려오라 한 건 아닌지요?
- 이 녀석이, 나를 뭘로 보는 거냐?
- 대장님,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놓아 주십시오.
-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말 못하도록 이번에 단단히 혼을 내주지.
- 대장님, 살려주십시오, 너무 웃겨 미치겠습니다.
- 안돼!
10.
- 향단아
- 네?
- 너는 사내아이지?
- 네. 저는 사내아이라고 들었습니다, 대장님.
- 그래, 그렇구나.
- 네.
- 그런데, 저기 있는 저 두 분은 누구신지요?
- 저기 있는 코가 크고 둥근 저분은 향단이의 심부름을 할 사람이다. 백당이라고 부르면 된다. 부를 때, 백당님 하고 부르면 절대 안 되느니라. 백당아 하고 불러야 된다.
- 명심하겠습니다.
- 그리고 저기 저 아주 잘 생기고 키도 큰 저 사람은 나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다. 저 녀석은 백항이라고 부르도록 해라. 말했듯이, 백항님이라고 부르면 절대 안 된다.
-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11.
- 백당아
- 네, 향단님.
- 등 좀 긁어라.
- 네 알겠습니다.
12.
-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돼?
- 기회를 보자고
- 향단이는 문제가 안 되는데, 대장을 어떻게 처리하지.
- 걱정 마, 방법이 있어.
- 어떤?
- 잘 때.
- 아!
- 해결할 수 있어.
- 그렇겠네.
13.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지금 대장님은 주무시나요?
- 그러한데 왜 그러느냐?
- 향단님
- 무슨 일이냐?
- 제가 재밌는 거 가르쳐 드릴께요.
- 뭔데?
- 저희를 따라오시면, 재밌는 게 있다는 거 알게 될 거예요.
- 그래?
- 저희랑 같이 한번 재밌는 구경 가 보시겠습니까?
- 그러자꾸나!
14.
- 여기란 말이냐? 재밌는 곳이?
- 안에 들어가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 그래?
- 들어가 볼까요?
- 그러자꾸나.
14.
- 아니, 이 녀석들 어떻게 왔어?
- 우리가 누군지는 알지?
- 아 큰일 났네
- 이 녀석은 또 누구야?
- 향단님, 이 녀석들이 우리의 금괴를 훔쳐 간 놈들입니다.
- 뭐야? 이 녀석들이 뺏어갔다고?
- 네, 우리의 금괴를 이 녀석들이 뺏어가서 저희가 향단님과 대장님의 심부름꾼이 된 것입니다. 금괴를 벌려고요.
- 이 놈들! 내 팔을 받아라!
- 아, 미치겠네
- 이 녀석 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 팔을 대충 휘두르기만 해도 녀석들 막 넘어지네.
- 금괴 돌려드릴 테니, 제발 가 주십시오.
- 있는 것 모두 내 놓아라.
- 향단님, 잘 한다!
- 알겠습니다. 전부 꺼내.
- 아, 미치겠네. 우린 어떡하지?
- 그 아기 녀석 다시 찾아와야겠어.
- 이게 전부냐?
- 네, 전부입니다.
- 백당, 백항. 실어라.
- 네, 알겠습니다. 향단님.
15.
- 향단님. 네, 저희는 이 금괴 때문인데, 저희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향단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셨으니, 이 금괴 중 하나를 드리고…
- 아, 그렇게 되느냐?
- 이제, 저희는 향단님의 심부름꾼이 아닌데.
- 아, 그럼 백당님, 백항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 아, 그렇게 불러주신다면야.
- 백항님, 백당님. 그럼 갈 길을 가시지요.
- 그렇겐 못하지!
- 네?
- 네가 우리의 밥줄인데, 너를 우리가 잡아야지.
- 드디어, 백항님, 백당님이라고 불렀어. 역시 머리가 나쁜 녀석이군.
- 잘 묶어
- 이거 왜 이러세요?
- 향단이 널, 데려가야겠어.
- 대장한테는 가지 않는다. 넌 우리의 밥줄이야. 우리가 데려간다.
- 이 녀석, 또 웃네.
- 울지 못하는 녀석이잖아.
- 이 녀석 웃음소리 때문에 미치겠어.
- 잘 묶었지?
- 이제 가 보자고
- 웃음소리에 신경 쓰지 말고
- 근데, 어디로 가지?
- 아기가 발견됐던 장소.
- 날아갈 수 있을까?
- 방법이 있지
- 맞아. 코딱지.
- 이 녀석 꽉 잡아
- 꽉 잡았어.
- 그럼, 출발한다.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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