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록빛의 0

2. 그대 앞의 소멸

3. 아주 치열한 슬픔이

4. 0시 속() 0

5. 남자일기



초록빛의 0

 

 

 

빛이 빛을 쪼여 한낮의 모든 걸 매기고 있다 그 빛은 내게 모든 걸 다 주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빛에게 말한다 내게 바람을 달라 내게 비를 달라 내게 구름을 달라 그 빛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바람을 쐬러 모두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푸르른 하늘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숲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이야기는 저 바다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슬픔이 슬픔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사랑을 하기만 하고 싶던 그 날에 나는 삶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내게 이야기를 붙이지 않게 될 그 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바다에게 투정했더니 바다는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바다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그것은 꿈인 듯 지금인 듯 나중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지금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나중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지금은 내게 꿈이냐고 꿈인 거냐고 나는 맞을 거라고 맞을 거라고




그대 앞의 소멸

 

 

 

 

어느 누구가 되든, 그대 앞에 무언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맞나요? 이 물건이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대답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라고 나는 추측하겠소.

 

어느 날 내 앞에 그가 나타나 저 말을 하던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이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럴까? 그렇다면? 그래서? 그러면? 그런 건가? 그리고 그에게 이 단어들의 속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 말이 정말이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인데, 당신은 왜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나요? 그가 계속 우물거렸다.

 

그는 별걸 다 기억한다면서, 계속 우물거렸고 나는 내가 뭘 기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에게 별 투정을 다 부리고 있었다.

 

그대 앞에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정말 맞나요? 이 물건이 정말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추측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추측하겠지, 라고 나는 대답하겠소.





아주 치열한 슬픔이

 

 

나를 둘러싸고 누른 건 슬픔이 아닐까

슬픔이 아니다

 

나를 들처메고 벼른 건 기쁨이 아닐까

기쁨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고 깨운 건 절망이 아닐까

절망이 아니다

 

나를 일으키고 이룬 건 출구가 아닐까

출구가 아니다

 

나를 바람에다 재운 건 세월이 아닐까

세월이 아니다

 

나를 별빛까지 태운 건 버튼이 아닐까

버튼이 아니다

 

나를 깨우기만 하는 건 채움이 아닐까

채움이 아니다

 

나를 재우기만 하던 건 이별이 아닐까

이별이 아니다

 

 


0시 속() 0

 

 

 

현재 시각 0시 조금 지나

귀뚜라미, 울지 않는다

창밖, 이미 떠 있는 달은

이별을 삼키고 날아가는

슬픈 새다

나는 알지 못하는 시간

허공에 뜬

해돋이가 선명하다, 어둠 속에서

귀뚜라미 울지 않고, 현재 시각

0시 조금 지나

과거로 돌아간 이별도

슬픔으로 남지 않는다.

저 혼자 우는 달,

저 혼자 뜨는 해,

세상이 비춰진 곳에서는

이별을 슬픔이라 말한다.

세상의 뒷골목에서

날지 못하는 새

목마른 울음에 지쳐간다,

나는 알지 못하는 시간

0시를

조금 지난.





남자일기

 

 

나는 이 상황을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말 잘 알고 싶다. 알고 싶기 때문에 나는 이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정말 잘 모른다.

 

이 상황은 정말 기가 막힌 상황이다. 기가 막힌 상황은 어딘가에서 이 남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해야 좋을까. 나는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이 남자는 지금 잠을 자고 있다. 잠을 자는데, 나는 그 남자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남자가 상황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모르니까 이 남자는 내가 노려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이 남자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남자를 보지 않는다. 보지 않기에 그 남자는 지금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남자가 분명 좋은 남자라는 걸.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정말 왜 그럴까. 나는 생각해 봤는데,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 있었다. 바로 그 남자를 사랑하는 일. 나는 사랑을 모른다. 그러나 그 남자를 사랑해 보려고 한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그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면 어떻게 사랑을 구할 수 있을까. 정말 좋은 일일 텐데. 정말로 행복한 일일 텐데.

 

나는 남자다.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이 남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나는 그 여자에게 반한 남자다. 반했기 때문에 나는 그 여자의 남자가 된다. 남자가 되고, 나는 그 여자의 애인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남자다. 그러므로 나는 남자다. 이젠 나도 여자가 되려 한다. 나도 여자가 되려 하기 때문에 나는 남자가 되고 있다. 드디어 나도 남자다. 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다. 나는 분명 남자였고 여자도 된다. 나는 정말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된다. 그래서 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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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ara.com/nobless/bookPartList.html?bookCode=1537022&refer_type= (조아라 웹소설 양심연애쓰기)

http://www.joara.com/nobless/bookPartList.html?bookCode=1536914&refer_type= (조아라 웹시 그대 앞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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