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의 소멸

 

전창수

 

 

어느 누구가 되든, 그대 앞에 무언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맞나요? 이 물건이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대답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라고 나는 추측하겠소.

 

어느 날 내 앞에 그가 나타나 저 말을 하던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이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럴까? 그렇다면? 그래서? 그러면? 그런 건가? 그리고 그에게 이 단어들의 속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 말이 정말이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인데, 당신은 왜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나요? 그가 계속 우물거렸다.

 

그는 별걸 다 기억한다면서, 계속 우물거렸고 나는 내가 뭘 기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에게 별 투정을 다 부리고 있었다.

 

그대 앞에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정말 맞나요? 이 물건이 정말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추측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추측하겠지, 라고 나는 대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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