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살 금 지 구 역
자 가세, 너와 나,
마취되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환자모양
저녁이 하늘을 뒤로 하고 널부러져 있을 때;
- 엘리엇의 “황무지” 중에서 -
동해안, 겨울
예술가의 등이 몹시 싸늘하다. 그는 팔을 얼굴에 기대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꾸만 바보같은 웃음이 튀어나온다. 아니, 자고 있나보다.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꾸만 온몸을 비튼다. 몹시도 추운가보다. 소리가 들린다. 저벅저벅저벅. <이놈 누구야?> 몹시도 껄렁껄렁한 옷차림의 여자가 서 있다. 그 뒤로 험상궂게 생긴 몇 명의 남자가 보인다. 예술가가 놀라 일어선다. 그러자, 가차없는 발길질이 시작된다. 예술가는 허둥지둥 자기 짐을 챙겨 도망친다. <저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너 다신 오지 마!> 예술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난데없는 발길질을 피해 도망치고 싶을 뿐이다. <저 놈 또 오면 죽여!> 여자는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다음날 밤.
예술가의 몸이 몹시 싸늘하다.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손을 머리에 기대고 있다. 귀신이 들렸나 보다. 어쩌면, 공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뭐가 보이는지, 자꾸만 헛소리를 해댄다. 소리가 들린다. 저벅저벅저벅. <이놈 뭐야?> 어제 봤던 옷차림의 여자가 앞에 서 있다. 그 뒤로 험상궂게 생긴 몇 명의 남자가 보인다. 예술가가 놀라 일어선다. 그러자, 가차없는 발길질이 시작된다. 예술가는 허둥지둥 자기 짐을 챙겨 도망친다. <저 놈! 오지 말랬더니 또 와? 진짜 저 놈 말 안 듣네!> 예술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난데없는 발길질을 피해 도망치고 싶을 뿐이다. <저 놈 또 오면 죽여!> 여자는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다음날 밤.
예술가의 온몸이 싸늘하다. 그는 두려운 듯 하다. <그 여자 또 오면 어쩌지> 예술가가 중얼거린다. 어쩌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뭐가 보이는지, 자꾸만 헛소리를 해댄다. <너 누구야? 너 누구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린다. 저벅저벅저벅. <저놈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또 와?> 어제 봤던 옷차림의 여자가 앞에 서 있다. 그 뒤로 험상궂게 생긴 몇 명의 남자가 보인다. 예술가가 놀라 일어선다. 그러자, 가차없는 발길질이 시작된다. 예술가는 허둥지둥 자기 짐을 챙겨 도망친다. 저 놈! 예술가가 우뚝 멈춰선다. <그런데, 여기가 대체 어디죠?> 여자가 놀란 눈으로 예술가를 쳐다본다. <저놈 뭐야? 미친놈아?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 저놈 또오면 잡아와! 어딘지 가르쳐 줄테니까. 여기는 여기야. 저 미친놈,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만> 여자는 화가 나 있는 듯 하다. 보고만 있던 남자들이 예술가를 잡으러 달려든다. 예술가는 재빠르게 도망친다. 그는 도망치는데 익숙해 있는 듯하다. 아무도 그를 쫓아갈 생각을 못한다.
다음날 밤.
예술가는 사진을 찍고 있다. <저 놈 잡아!!!> 여자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예술가는 재빠르게 도망친다. <저 놈 때문에 미치겠어. 저 놈 뭔데 여긴 자꾸 와?> 그 뒤의 남자들이 말을 한다. <저 놈 잡아올까요?> <그냥 나둬. 저 놈 미친 것 같은데. 저 놈은 집도 없나?> <알아보겠습니다.> <알아볼 필요 없어. 그냥 가자.>
다음날 밤.
예술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 놈이 진짜!!! 야 너 거기 서!!! 거기 안 서!!! 저놈이!!! 저걸 그냥, 잡을 수도 없고.> 예술가가 우뚝 멈춰선다. <그런데, 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깡패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울컥 화가 치밀었는지 갑자기 소리친다 저 놈이!!! 너 이리로 안 와> 예술가는 도망친다. <저 놈 어디까지 도망치나 보자> 예술가가 도망친다. <너 거기 안 서! 너 거기 서! 너 거기 서! 서란 말이야!!! 이 놈야!!!> 여자가 지친다. <내일 또 오기만 해봐!!!>
다음날 밤. 예술가가 글을 쓰고 있다. 여자도 지쳤나보다. 소리없이 예술가의 곁으로 다가간다. <이놈 잡았어> 여자는 예술가의 팔을 붙들고 있다. 예술가는 꼼짝 못한다. <이놈 너 뭐야? 너 뭔데 자꾸 와?> 예술가는 여자를 그냥 바라보고 있다가 바보처럼 웃다가 말한다. <히, 너 이쁜데?> <이 놈이? 내가 누군지도 모르네? 너 죽고 싶어? 여기 오지 말랬잖아? 여기 오지 말래니까 왜 자꾸 와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어? 너 다신 여기 오지마!!! 놈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네. 너 다시 오면 진짜로 죽을 줄 알아. 모르는 것 같아서 내버려 뒀더니, 진짜로 말 안 듣네. 근데 너 뭐하는 놈이야?> <히… 저 그냥 귀신인데요…> <이놈이 진짜!! 너 죽을래, 살래?> <히…저 살고 있는데요…> <이놈 미친 놈 아냐?> <히… 저 미친 놈 아닌데요…> <어휴, 열받어. 이 놈이… 이놈을 어떻게 하지. 그렇게 맞고도 또 오네. 이놈 잡아가!!!> 그러자, 숨어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여자는 붙들고 있던 팔을 놓는다. 예술가는 재빠르게 도망친다.
다음날 밤, 예술가의 짐들이 바닷가에 널려 있다. 사진, 그림 도구, 그리고 소설이 써져 있는 글, 여자는 그 도구들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이놈, 오늘은 왜 안보이지?> <도망쳤나 봅니다> <이놈 눈치챘나? 내가 지 때문에 어떻게 했는데, 도망을 쳐?>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이놈이 날 싫어하나보네? 미친 척 하게> <저놈 애인 삼으려고 했는데. 도망을 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두목이 허락했어. 오늘 그놈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알아봐. 잡지는 마. 어디 있는지만 알아봐> 뒤에 있던 남자들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이 놈들이, 내 말 안들려? 어디 있는지만 알아봐> <예> 남자들의 대답이 쭈삣하다.
두목도 쟤 때문에 미치겠대. 좋은 사람 다 놔두고, 왜 하필 저런 미친 놈을 좋아하냐고> <그놈 잡아서 반만 죽여 놓자> <이놈을 어디 가서 잡아> <야, 다른 기지에 연락해> <저 놈 어떻게 생겼지?> <머리는 길고 지저분한데다가, 빵모자 썼었나?> <그놈 예술가야?> <거지같은 옷차림. 알아보기 쉽지? 보는 데로 연락해. 그리고 계속 감시하고 있어. 우리가 갈 때까지>
서해안
두목님, 발견됐습니다. 서천에 있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계속 감시하고 있어. 깡패한테 물어봐야겠다. 깡패 불러와> 두목과 깡패가 속삭인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남자들은 모른다. <저놈 잡으러 가자. 잡히기만 해봐라. 죽었어> 두목이 직접 나서서 잡겠단다. <여기 잘 지켜> 남자들이 한시름 놓는다. <가자, 깡패>
서해안, 예술가가 자고 있다. <저 놈이야?> 예술가는 자꾸만 몸을 뒤척인다. <저놈 잡으려면 바다로만 가면 되겠네. 저 놈 도망친거야?> <도망친 거 아니야. 내가 점찍었는데, 저 놈 나 싫어하나봐> <넌 여기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두목이 예술가의 옆으로 간다. 그리고, 말없이 예술가의 곁에 눕는다. 예술가가 슬며시 눈을 뜨고 그를 궁금한 듯 바라본다. 두목이 그에게 말을 건다. <참 많이도 맞으셨습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시군요>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깡패가 중얼거린다. <저놈 나한테는 미친 척 하더니, 오빠한테는 말 잘하네? 저 놈이. 내가 정말 싫은가보네? 저놈 죽었어> 깡패는 몹시도 화가 난 듯하다. 두목이 깡패를 쳐다본다. 깡패가 눈치챘는지, 입을 다문다. 두목이 다시 말을 건다. <여행 중이신가 보군요?> <아닙니다. 그냥, 떠돌아 다니는 사람입니다.> <아, 집이 없으신가 보군요?> <아닙니다. 그냥, 집을 나왔지요> <집은 왜 나오셨습니까?> <글쎄요, 사람사는 세상이 지겨워졌겠지요> <그래서, 바다만 찾아 다니시는 겁니까?> 두목의 말투가 몹시도 정중하다. <아닙니다.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지요.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무언가에 갇혀 있는 삶은 더 이상 삶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요. 바다는 그나마 저를 가두지는 않더군요. 저는 수영을 못하거든요> <하하하> <그래도, 돌아다니다 보니, 배고픔에 갇히게 되는군요. 배고프면 못 먹는 게 없어지죠. 아참,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 저는 여행 중인 사람입니다> <여행 중이면 좋은 데서 주무시지 왜 아무데나 주무십니까?> <아,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지나던 길에 혼자 계시는 것 같아 말동무나 삼을까 하고요> <아, 그러십니까. 편히 쉬시다 가십시오> <그런데, 떠돌아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생각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바다를 그리고, 바다를 찍고, 바다를 쓰고 있지요> <바다에 집착하고 있군요> <아니죠, 바다를 사랑한다고 해야죠> <그럼, 바다만 보다 돌아가실 작정이시군요> <하하하. 그렇게 되는 셈이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십니까?> <세상이요? 저는 관심 없습니다> 두목이 예술가를 바라본다. <그런데, 집은 왜 나오셨습니까?> <글쎄요, 사람사는 세상이 지겨워졌겠지요> <그 이유 말고는 없습니까?> <글쎄요, 무언가를 찾으러 나왔다고 해야겠죠?> <무엇을 찾으러 가시는 겁니까?> <글쎼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실연이라도?> <하하하. 저는 여자를 전혀 모릅니다. 본 적이 없으니까요> 두목이 놀란다. <여자를 본 적이 없으시다구요? 그게 말이 됩니까?> <하하하.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두목이 예술가의 눈을 쳐다본다. 뭔가 이상하다. <가던 길 계속 가시지요. 저는 그만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예, 그러십시오. 나중에 또 뵙지요> 두목이 일어선다.
<오빠, 쟤 뭐하는 애야?> <나도 모르겠다. 인내심이 필요한 친구야> <네가 가서 말해봐> <나 혼자 가?> <얘가 갑자기 왜이래? 뭐가 두려워서? 재 착한 애야> <정말 괜찮아?> <나 여기 있을 테니까, 가서 보고만 와> 깡패는 예술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기만 하다, 다시 두목에게로 간다. <애들한테 감시하라고 시켰으니까, 우린 가자.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깡패와 두목은 강릉으로 돌아간다. <너 재 정말 좋아?> 깡패가 대답한다. <나도 모르겠어> 두목이 전화를 건다. <저 놈 몰래 뒷조사 해봐. 그리고 저 놈 몰래 비디오 찍어,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면 찍어. 저 놈 뭐하는 새낀지 보자. 그리고, 깡패 보여줘. 그래도 좋아하나 보자> <오빠 왜 그래?> <네가 너무 한심해 보여서 그런다.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저 놈 여우야. 믿을 수 없어. 저 놈! 내 동생을 뭘로 보고>
남해안
<두목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래, 어떤 놈이던가?> <과거가 없는 놈입니다> <과거가 없는 놈이라니?> <수소문해봤지만, 도무지 그놈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집도 못 찾았나?> <예.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정보를 입수했다는 건가?> <지금 남해안에 있답니다> <그것도 정보인가?> <그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시겠습니까?> <아니, 볼 필요없어. 말로 해> <그놈 알고보니 바람둥이더군요. 이여자 저여자 아무나 막 건드리려고 하더군요> <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물론, 무덤덤하죠. 그놈은 아무 여자나 쫓아다니다 그냥 가버립니다> <그럼, 진짜 바람둥이는 아니군> <그리고 또 무엇을 하던가?> <아무거나 막 먹어치우더군요. 사람까지 먹어치울 기세더군요> <그렇게 무서운 놈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런 말을 왜 하나?> <몹시 배고픈 놈입니다. 못 먹는 게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말 조심하게. 아프리카 어딘가에는 사람을 먹는 종족이 아직도 있다더군> <예,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뭐가 있나?> <그놈은 목욕도 안 합니다. 바다만 찾아 다니는 놈이 바다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꽤나 더럽겠군. 계속해서 감시하고, 그 비디오 깡패 보여줘. 그래도 좋아하나 보자>
깡패는 비디오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뒤에서 두목이 깡패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깡패는 비디오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두목이 깡패에게 말을 시켜본다. <야, 너 재 좋아?> <아니, 싫어> <싫은데 왜 자꾸 봐?> <재밌잖아> 두목이 깡패를 다시 바라본다. <너 알아서 해라. 너, 계속 볼 거냐?> <계속 봐야지. 그래야 저놈 마음을 이해하지> 두목이 깡패를 다시 쳐다본다. <너도 참 할 수 없는 년이야> <오빠, 어디가?> <일하러 가야지. 네가 알아서 해. 저놈, 오빠는 진짜 싫다> <알았어> 두목이 나간다. 깡패는 비디오를 유심히 바라본다. 여기저기 술병들과 담배꽁초가 널려 있는 깡패의 방은 비디오 액정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과 TV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컬러색의 조명이 조화를 이루어 그 흔한 뒷골목 사내들의 아지트를 연상시키고 있다.
1년 후, 동해안
예술가가 누워 있다. 깡패는 예술가의 옆으로 소리없이 다가선다. 예술가가 말을 건다. <어디선가 뵌 적이 있으신 분이군요?> 깡패가 말을 한다. <글쎄요, 저를 기억하시나요?> <기억이요, 저는 기억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그저 느끼는 거죠> 깡패가 예술가의 손을 잡는다. <분명히 뵌 적이 있으시군요> 예술가가 깡패의 몸을 더듬는다. <왜그러시죠?> <죄송합니다.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예술가가 깡패의 발을 만져본다. <아, 그분이시군요. 발길질을 해대던> 깡패가 놀라 예술가를 쳐다본다. 예술가는 눈을 감고 유유히 말을 한다. <당신의 몸을 보고 싶습니다> 예술가의 손이 무척 차다. 깡패는 예술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마지막 소원입니다. 당신을 느끼고 싶습니다> 깡패가 눈치챈다. 깡패는 옷을 벗어내린다. 예술가는 눈을 뜨지 않는다. <제 몸을 보고 싶으시다면서요?> 예술가가 말한다. <눈을 떠도 마찬가지입니다> 깡패는 예술가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예술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깡패가 예술가의 몸을 덮는다. 예술가가 말한다. <무척 따듯하군요. 저는 한번도 이렇게 따뜻한 이불을 덮어본 적이 없습니다> 깡패의 등이 싸늘하다. 깡패가 말한다. <저도 이렇게 차가운 요를 깔아본 적이 없어요> 깡패의 온몸이 싸늘하다. 깡패가 눈을 감는다. 예술가가 눈치챈다. <이러다 얼어죽겠습니다. 그만 들어가시지요> 깡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당신은 눈이 멀으셨나요?> 예술가는 꿈쩍을 할 수가 없다. 예술가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쩌다가 눈이 멀게 되셨지요?> 예술가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당신은 눈만 먼 것이 아니었군요? 당신은 몸도 마음도 다 멀었었군요> 깡패가 꿈쩍을 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움직일 수가 없다. 깡패의 몸이 식어간다. 예술가의 몸도 잠시 타올랐다 차츰 시들어간다.
예술가의 눈에 바다가 들어온다. 아, 이게 바다로구나. 바다. 바다. 바다. 혼자서는 한번도 가지 못했던 바다. 그들이 바다에 휩쓸린다.
다음 날, 두목이 깡패를 찾고 있었다. <저희들이 찾아보겠습니다.> <이 놈들아, 잘 감시하랬더니, 어떻게 된거야?> <글쎄, 어떻게 된 것인지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사라졌습니다.> <그 거지같은 놈는?> <같이 있었습니다.> <같이?> <예, 둘만 있겠다고 하길래…그냥…> <내가 허락을 했던가?> <아닙니다> <그럼, 지켜봤었어야지> <무슨 일 생겼기만 해 봐. 너희들 다 죽어!!!>
두목과 남자들은 깡패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두목이 말을 한다. 바다를 찾아봐! 땅만 찾지 말고, 바다를 찾아보라고! 바다를 찾아야 그 놈들을 찾지. 그 놈들 같이 도망쳤잖아. 바다로 가, 바다로 가라고.
바람소리가 거칠다. 파도도 몹시 세차게 몰아친다.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나기가 되어 떨어진다. 두목이 소리친다.
“우리도 바다로 도망치자. 저놈들 때문에 미치겠어. 우리까지 도망치게 만들어. 우리 다 바다로 도망가자.”